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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향수

하얀 연기 내뿜는 모기방역차, 효과 있을까?

by 피앙새 2008.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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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름철에 가장 귀찮고도 짜증나게 하는 게 바로 모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친구' 시작 부분에 보면 모기차(방역차)가 동네를 돌며 하얀 연기를 뿜고 다닐 때 꼬마들이 그 차를 뒤쫓으며 신기한듯 노는 모습이 나옵니다.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여름날 추억중 하나가 바로 방역차 꽁무니 따라 다니며 놀기였습니다.
일명 '방구차'로도 불리워졌었죠.

어제 일이 있어 시내를 나갔다가 우연히 방역차를 봤습니다.
옛날 어릴때는 소독효과가 있을 것 같아 일부러라도 몸을 소독(?)한다며 방역차를 쫓아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미련한 짓이었죠. 요즘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방역차를 따라 다니는 아이들도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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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연막 방역소독을 시작한 것은 아마 1960년대 말부터라고 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연막 가열소독으로 살충제 원액에 경유나 석유를 섞어 섭씨 5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원액이 점화되면서 연기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소독한다는 장점과 연막소독이 갖는 전시효과적인 상징성 때문에 30년이 넘게 사용돼 왔지만, 공기오염과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방역차의 효과 또한 그동안 끊임 없이 논란이 되어 왔고, 언론에서도 여러번 보도됐습니다. 저렇게 뿜어도 별로 효과는 없다고 하던데? 오히려 거미나 다른 작은 곤충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만 준다고 하던데?  정말 저렇게 뿌려도 사람에게 괜찮은 걸까? 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 결과까지 보여 주며 효과성 논란이 있어 왔죠.
방역에 관해서는 아파트 동대표회의에서 환경이사로 일하면서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기차(방역차)는 과연 모기퇴치에 효과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 라는 겁니다.

방역차에 쓰이는 살충제는 보통 1:200로 경유와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방역을 해도 사용하는 살충제의 양은 극히 적다고 합니다. 이렇게 혼합된 혼합물은 저장탱크에 보관합니다. 방역차에 달린 방역기에 시동을 걸면 분사구를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열, 그리고 압축 공기가 발생합니다. 이 바람과 열이 저장탱크의 살충제, 경유, 혼합물을 불러와 연막으로 하얗게 분사시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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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소독의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기본적으로  모기, 하루살이 등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살충 효과는 지극히 적습니다. 연막소독은 대부분 죽지 않고, 기절시키거나 행동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직접적인 목적은 모기의 증식을 막는데 있다고 합니다. 모기나 하루살이들을 직접 죽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고, 야생모기는 거의 죽지 않습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날라 다닙니다. 효과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에 비해 효과가 좋은 것은 분무소독입니다. 이 분무소독은 값이 비싸고 독성도 강해 일부지역만 시행하고 있는데,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관리비로 여름철에 이 분무소독비를 반영하여 별도로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자치단체들은 모기 서식지나 서식 우려가 높은 곳만 골라 실시하는 사계절 방역으로 방제방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주변이나 하수구, 수풀지역 등에는 농약을 뿌리는 것처럼 방역통을 메고 방제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이른바 모기를 유충단계에서부터 없애는 종합방제시스템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신문에서 겨울철에 아파트 정화조를 소독해 다음해 여름에 모기 피해를 많이 줄였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바로 이러한 방법이 새로운 종합방제입니다. 모기를 키워서 잡지 않고 유충단계에서부터 방제를 하면 그만큼 쉽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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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방역차를 볼 수 있지만 차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어른들만의 추억이 된 걸까요?)

살포시간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요?
방역은 주로 일출 전과 일몰 후에 많이 합니다. 이유는 모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기압이 낮기 때문에 방제약이 오랫동안 지상에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경유와 살충제 모두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몸에 좋을리 없습니다. 연막기에서 나오는 연기 자체가 이미 경유를 증발시켜 나오는 것(휘발성)이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호흡기를 통해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연기가 나오는 분사구 부분에서는 고온이 발생하므로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합니다. 앞으로 방역차가 나타나면 자녀들 절대 따라다니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여름철 장마가 끝나면 관공서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방역차 방역은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전시행정의 일환일지 모릅니다. 연기를 팡팡 내뿜으며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있는 것이죠. 실지로 보건복지부 관계자"예전처럼 아침이나 대낮에 굉음을 내며 흰연기를 내뿜는 연막 소독차가 있다면 '방역활동에 애쓰고 있다'는 홍보용 차량으로 의심해도 좋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뉴시스 보도 : 2007.4.20)

작년 여름에는 TV에서 밀폐된 공간과 개방된 공간에서 비교 실험을 한 결과가 방영되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개방된 공간에서는 휘발성이라 그 효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어쨋든 추억으로 자리잡은 모기차(방역차)를 보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여름철 모기퇴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관공서에서 이렇게 열심히 모기퇴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전시성 홍보는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보건당국은 보다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모기퇴치 방법을 강구해 모기 없는 동네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억의 모기차(방역차)는 더 이상 볼 수 없어도 모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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