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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박영규, 작업남의 전형 보이다

by 피앙새 201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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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붕킥'에 카메오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카메오(cameo)'란 인기 있는 명사나 배우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잠깐 등장해 짧은 시간동안 하는 연기나 역할을 말합니다. 기존 출연진들의 연기를 가릴만큼 오랜 분량이 나오면 카메오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나영이나 박영규 모두 중심인물로 나와 기존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나 러브라인에 조금 쌩뚱맞은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지붕킥' 방송은 뭐니 뭐니 해도 '지음커플'과 '준세커플' 러브라인이 나와야 시청자들이 열광(?) 합니다. 이나영과 박영규 모두 영화 홍보 목적으로 출연한 것까지 이해한다 하더라도 카메오 본래의 뜻대로 잠깐 출연했더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출연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붕킥' 88회는 순재-자옥의 사랑은 처음부터 계속돼 온 로맨스입니다.
순재-자옥커플은 '지음커플', '준세커플' 중심의 러브라인에 가끔씩 등장하며 노년의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순재는 3년전 아내와 사별했는데, 자옥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 현경이 반대하지만 자옥과 결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자옥은 순재와 띠동갑으로 무려 12살 차이가 나는 처녀인데, 순재의 구애가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 순재에게 자옥은 화장실에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이슬같은 여자로 보이죠. 이순재 눈에 콩깎지가 단단히 씌워졌지요. 순재는 자옥을 처음 본 순간부터 프로포즈할 날만 호시탐탐 노려오다가 드디어 청혼을 했습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순재는 자옥에게 반지를 내밀며 '남은 일생을 자옥과 함께 하고 싶으니 결혼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옥은 '죄송하다'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순재가 싫지만은 않은데,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쉽게 대답을 못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순재와 자옥의 사랑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랑의 방해꾼이 등장했어요.
바로 어제 자옥이 만난 남자, 카메오로 출연한 박영규입니다. 박영규와 자옥은 옛날에 한 동네에 살던 누나-동생 사이였는데,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박영규의 작업남 포스가 예사가 아닙니다.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머풀러까지 두른 정장차림으로 자옥에게 다정다감하게 다가서는 것은 순재와는 다르죠. 박영규는 자옥을 보자마자,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세상 남자들 다 문제가 있다'며 설레발을 칩니다. 그리고 자기도 아직 결혼전이라고 합니다. 만나자 마자 박영규는 술 한잔을 하자고 하는데, 자옥은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자옥은 친구에게 박영규에 대해 얘기하는데 빠진 느낌입니다.

박영규와 자옥은 민속주점에서 만나 빈대떡과 동동주를 먹으며 데이트를 합니다. 자옥에게 빈대떡을 먹여주기까지 하네요. 박영규는 자기가 아직 청춘이라고 자옥에게 나이 자랑, 힘자랑까지 합니다. 이순재는 남사스러워 감히 따라하지 못할 일입니다. 박영규가 먹여주는 빈대떡 맛이 너무 황홀했나요? 순재보다 나이가 젊어서? 아니면 낭만과 닭살이 있어서인가요? 자옥은 순재에게 걸려온 전화도 받지 않고 박영규의 작업(?)에 한 없이 빠져듭니다. 박영규는 민속주점에서 나와 자옥을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서울 한복판에 집까지 있는 자옥이 작업남의 타케트가 되겠지요. 자옥에게 택시비까지 구걸하는 박영규를 보니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거짓과 허세로 가득한 박영규의 실체를 자옥은 아직 모릅니다.


프로포즈를 거절당한 순재는 풀이 죽었습니다. 자옥에게 문자를 보내 답장을 해달라고 하지만 자옥은 답장을 보내지 않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박영규는 자옥의 집으로 출근(?)해서 장작을 패며 또 힘자랑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옥의 집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며 아침밥을 달라고 합니다. 인나와 정음 등은 '이 무슨 황당 시투에이션?'이라고 하는데,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박영규가 타고온 차는 근사한 스포츠카입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이런 차는 기본인가 봅니다. 박영규의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이순재의 문자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자옥은 순재의 문자가 안중에 도 없습니다.

자옥에겐 지금 옆에 있는 박영규만 보입니다. 비싼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지만 자옥에게 계속 밥을 얻어먹으며 거드름을 피우는 박영규는 작업남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영규는 자옥을 어디론가 데리고 갔는데, 그곳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 곧 주유소를 지을 장소라고 말을 합니다. 근처에 주유소가 하나도 없어서 주유소를 짓겠다고 하면서 자옥에게 주유소 하나만 해달라고 합니다. 이거 너무 뻔뻔한거 아닌가요? 자옥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박영규는 명의는 자옥에게 하고, 운영만 자기가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박영규는 자옥에게 계속 '주유소, 주유소' 타령입니다. 자옥이 절대 안된다고 하자, 박영규는 실체를 드러냅니다. 자옥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비싼 스포츠까지 빌렸다며 투덜대고 가네요. 헐~~


자옥은 추운곳에서 떨다가 순재가 차를 가지고 오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순재가 '자옥이가 원하면 지구끝까지 달려가겠다'고 하자 자옥은 그제서야 순재에게 반지를 끼워달라고 하며 프로포즈를 받아들입니다.
자옥은 12살이나 많은 순재보다 연하남 박영규에게 잠시나마 한눈을 팔았습니다. 나이 많은 순재보다 연하남이 더 좋았겠죠. 지금까지 열정을 바쳐 구애를 한 이순재는 뭐가 되나요? 순재에게 프로포즈까지 받은 자옥이 제비족같은 박영규에게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교감샘답지 않습니다. 이나영이 지훈의 옛 애인 남장 이나봉역으로 출연한 것과 박영규의 출연을 보면 유사한 설정입니다. 지음커플에게 이나봉의 등장은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습니다. '지음라인'에 살짝 갈등요소를 가미한 정도였고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박영규는 역시 이순재에게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인물도 아닙니다. 나이만 젊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닭살에는 선수지만 잘나가던 순재-자옥 커플에 사랑 방해꾼일 뿐입니다.


'지붕킥'은 카메오가 출연하지 않아도 이미 국민시트콤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이나영, 박영규가 카메오 출연 범위를 뛰어넘은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지붕킥 폐인들은 박영규, 이나영을 보기 보다 세경, 준혁, 지훈, 정음이를 보고 싶어합니다. 또한 순재와 자옥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지붕킥'이 요즘 하늘을 뚫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보니 김병욱PD가 이런 저런 인연과 연줄로 카메오들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전에 배우들이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영화홍보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시트콤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것은 드문일입니다.'배우가 자기 영화홍보하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카메오는 카메오다워야 합니다.

지훈과 정음 사이에 낀 남장 이나봉, 순재와 자옥 사이에 낀 작업남 박영규 모두 카메오 범위를 넘어서 기존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 전개에 방해가 됐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첫 방송부터 순탄하게 이어져 오던 순재-자옥의 사랑에
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은 방해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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