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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도' 식객편, 정준하의 똥고집 민망했다

by 피앙새 200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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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식객' 특집 3탄이 미국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내에서 유재석팀이 박명수팀과 대결을 펼친 것도 결국 미국에 우리 한식을 알리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길의 담배 냄새나는 음식도 모두 태평양 건너 뉴욕에 우리 한식의 참맛을 알리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습니다. 진짜 본 게임은 미국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서 유재석팀의 정준하가 세프와 의견 충돌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적전 분열 양상입니다. 제작진이 재석팀과 명수팀에게 두바이호텔 주방장으로 근무하는 셰프(명현지․양지훈)를 한 명씩 투입한 이유는 한식을 제대로 배우라고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정준하가 명현지세프와 충돌하는 모습이 나중에 화해를 해서 더 맛있고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갈등 과정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두 명의 셰프는 맴버들을 돕기 위해 초빙된 요리 스승입니다. 스승을 함부로 대하고,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는 정준하의 모습은 연출이라 해도 보기 민망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준하는 일단 만들어 시행착오를 겪자는 생각이 강했고 명셰프는 일단 완벽하게 준비를 한 상태에서 요리를 하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정준하는 명셰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주장대로 요리를 하다가 끝내  갈등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김치전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에 계란과 물을 풀 때 명셰프가 “농도가 너무 묽고 맛도 이상하다”고 했지만 정준하는 일단 만들어보자며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갔습니다. 물론 그렇게 만든 김치전이 맛이 있을 리가 없죠.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요리분야는 처음부터 칼을 잡게 하지도 않습니다. 주방 청소, 설거지 등 온갖 궂은 일을 다 한 후에야 비로소 주방장에게 칼을 잡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요리 역시 주방장이 지도하는 대로 힘들고도 엄하게 배웁니다. 한마디로 요리계에서 스승은 하늘과 같습니다. 그런데 정준하는 스승과 같은 명셰프를 스승으로 대하지 않고 마치 일반 게스트를 대하는 듯 했습니다. 명셰프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두바이호텔의 주방장을 지낸 실력있는 요리사입니다.

명세프는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채 고집만 부리는 정준하에게 참을 인자를 되내어 가며 정준하가 요리의 기본부터 갖추길 바랐지만 정준하는 명셰프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셰프에게 자신이 막히게 한 개수구를 뚫라 합니까? 셰프가 정준하의 요리를 돕는 도우미 아줌마입니까? 나이가 많던 적던 간에 셰프는 요리 스승입니다. 김치전을 준비하기 위해 김치를 씻으려면 물을 받아서 해야 하는데, 김치 포기를 그대로 수돗물에 대고 씻는 것은 요리의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명셰프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는데, 정준하는 스승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굽히지 않네요.

‘식객’ 특집 3탄은 뉴욕에서 초특듭 울트라 글로벌 미션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기대가 높았습니다. 재석팀의 뉴욕인들에게 선보일 요리는 명셰프와 토의를 거쳐 비빔밥과 김치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준하가 김치전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김치전을 만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만들라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요리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서 차근차근 배워 뉴요커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의 김치전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신’이라는 닉네임처럼 <식신원정대> 프로를 통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먹는 것은 몰라도 요리에는 전혀 소질이 없어보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명셰프가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라며 가르쳐주려 해도 정준하의 똥고집은 굽힐 줄 모릅니다. 어제는 이상하게 김태호PD도 자막에 정준하와 명셰프의 대결 모습을 부각시켰는데, 이런 모습이 다음 주에 극적인 화해장면, 그리고 뉴요커들을 사로잡은 김치전 맛을 탄생시킨 반전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어제 정준하의 행동은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이 쓸데없는 고집을 피워 요리를 도우러왔던 명셰프의 마음까지 상하게 했다며 비난을 했습니다.

김치전을 만들면서 처음 실패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들 때도 명셰프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다 또 다 태워먹고 맛은 도대체 김치전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 정도로 국적도 없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셰프의 말을 듣지 않고 정준하 혼자 고집을 부려 만들었기 때문이죠. 세 번째 새로 한번 해보라는 명셰프의 말에 정준하는 표정이 오만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미 입이 삐쭉 나오고,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 채 다시 김치전 만들기를 했는데, 또 셰프의 말을 듣지 않네요. 밀가루에 계란을 먼저 풀면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맨 나중에 넣어야 한다고 명셰프가 가르쳐줘도 어쨌든 맛만 있으면 되지 않냐고 하면서 고집을 부리네요. 요리도 순서를 지켜가며 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가 있는데,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만들면 맛이 있을까요? 정형돈과 유재석이 먹어보더니 인상을 찌뿌릴 정도네요.

필자가 볼 때도 정준하의 고집은 도를 넘었습니다. 뉴욕까지 가서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보여준다는 엄숙한(?) 사명을 띠고 갔으면 짧은 시간 안에 요리를 마스터해도 부족할 텐데 국내에서 맴버들끼리 요리대결 하며 고집 피우는 것은 눈치도 없고 상황 파악을 못하는 ‘바보’ 그 자체입니다. 물론 정준하가 ‘바보’ 컨셉이기 때문에 미국까지 가서 바보 이미지로 나왔는지 모르지만 ‘식객’ 특집과 바보 컨셉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안티팬을 갖고 있던 길이 셰프의 말을 고분 고분 들어가며 뛰어난 요리감각을 보여 셰프에게 칭찬을 받는 등 정준하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준하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했지만 그래도 명셰프는 재석팀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유재석은 정준하가 허리가 아파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요, 참 어이가 없네요. 허리가 아파서 그렇게 오만상을 찌뿌린 거라면 명셰프가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어요. 정준하는 셰프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자기 맘대로 하다가 요리가 잘 안되니까 삐진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준하는 셰프에게 요리를 배우려는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어요. 셰프를 하늘같이 여기지 않는 한 그 어떤 요리도 배울 수 없어요.

물론 명셰프도 김치전을 처음 하는 정준하를 몰아붙이고, 시종일관 자신의 기를 꺽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는 시청자들도 있어요. 그러나 필자는 명셰프의 이런 모습이 최고 요리사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바이호텔 요리사 정도라면 이미 요리계의 최고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정준하는 명셰프를 최고 요리사로 대하지 않았지요. 명셰프는 무한도전을 위해서 뉴욕까지 날아갔는데, 정준하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거지요. 그래도 꾹꾹 화를 참다가 마지막에 정준하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으로 봐서 명셰프는 된사람입니다. 그녀의 사과에 오히려 시청자가 더 미안해할 정도였으니까요.


어제 정준하의 행동을 보니 지난 2월 정신감정 특집때 나온 정준하의 분석 결과가 생각나네요. 정준하는 맴버들중 아이큐가 가장 높게 나왔지만, 타인 의존도가 높고 자신감이 결여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리고 본능과 이상간의 괴리 속에 남모를 고민을 갖고 있다고 나왔지요. 그런데 정준하는 최근 '쩌리짱'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예능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건가요? 세계 최고 요리사 명셰프의 말도 무시할 정도의 자신감이었다면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죠. 이런 자신감은 차라리 없는게 낫죠. 타인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 결과대로 유재석의 도움을 받아 무도에 맞는 '바보' 역할을 하는 것이 그나마 정준하의 캐릭터를 살려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식객'편을 보고 궁금했던 것은 왜 김태호PD가 정준하의 고집스런 모습을 편집도 안하고 그대로 내보냈을까 하는 점입니다. 방송 분량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다음 주 정준하가 명셰프와 극적인 화해를 하고 뉴요커를 사로잡은 요리로 반전의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일까요? 김태호PD로서는 나이 40이 다된 정준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내보낸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극단적으로 속 좁은거, 잘 삐지는 거, 이유없이 자신감 넘치는 것 좀 고치라고 편집을 하지 않았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방송을 한다 해도 ‘식객’편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정준하의 고집에 재미보다는 짜증을 냈을 겁니다. 예능프로를 보면서 짜증을 냈다면 그 프로는 이미 실패한 것이 아닐까요? 어제 정준하의 똥고집이 너무 민망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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