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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수능시험을 치루는 딸에게 쓴 응원편지

by 피앙새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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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수능시험일이네요. 지금 이 시간 67만여명의 수험생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을 것입니다. 2년전 큰 딸이 수능시험을 본 후 올해 둘째 딸이 올해 또 시험을 치루는데, 한 번 경험을 해서 덜 떨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이 코 앞에 닥치고 보니 더 떨리더군요. 큰 딸은 의젓하게 잘해주었는데, 둘째라 그런지 더 안스럽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때문에 수능 일주일을 앞두고부터는 밥 맛이 없을 정도였어요. 차라리 대신 시험을 치뤄주고픈 심정이었으니까요.

어제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든 딸은 쉽게 잠이 오지 않는지 밤늦게까지 뒤척이는 모습이었습니다. 특별히 수능을 앞두고 엄마와 자고 싶다고 해서 어제는 딸을 가슴에 품고 잤습니다. 딸이 잠들고 난 후에도 엄마로서 쉽게 잠들 수 없었던 것은 딸보다 더 수능시험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죠. 토끼잠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일어나 딸을 위해 응원글을 써봅니다. 이 글이 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마음으로나마 '힘내라!'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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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딸아!
이제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구나...

시험을 앞두고 어제 저녁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너를 보니 조금 긴장된 모습이더구나. 그래도 애써 잠을 청하느라 이리 저리 뒤척이는 너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시험을 치룰 너보다 더 초조했단다. 지난 3년간 아니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날들을 고생했는데, 하루만에 끝나는 수능 시험으로 그  모든 고생을 다 평가한다는게 조금은 모순이라는 것을 엄마가 왜 모르겠니? 그래도 끝까지 건강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우리 딸이 엄마는 너무도 고맙단다. 아빠게 네게 늘 말했잖아, 어떤 일이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너는 네가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잘 될거라 믿는다.


조금 있으면 너를 깨워야 하는데 마치 전쟁터에 너를 보내는 심정이란다. 오죽하면 '입시전쟁'이라고 하겠니? 너는 지난 1년간 학교와 집을 오가며 방송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 노래가 뭔지, 재미있는 드라마가 뭔지도 모른 채 살았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무미건조한 생활에도 학습 리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준 너는 이미 수능시험의 승자인지 모른다. 엄마는 네가 평상시 실력만 발휘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꼭 믿고 싶다.


그런데 수능을 준비하는 너를 도와주지 않는 것도 있더구나. 수능을 코 앞에 두고 신종플루 때문에 일주일간 학교가 휴교를 해서 걱정을 많이 했지. 도서실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책을 보며 불안감에 떨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교 친구가 신종 플루로 고생하던 것을 네가 가까이서 봤으니 얼마나 겁이 났겠니? 그런데 신종플루말고도 너를 걱정시킨게 또 하나 있었지. 한달에 한번씩 오는 '그날'이 왜 하필 수능일과 겹친거니? 생리통 때문에 시험에 지장을 줄것 같아 '그날'을 지연시키기 위해 약을 먹고 난 후 넌 3일간 고생을 많이 했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단다. 다행히 오늘 시험을 보는데 큰 걱정이 없어 하늘에 감사했단다. 그리고 아픔을 꾹 참고 잘 견뎌준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시험 당일 몸상태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마는 한달전부터 네 컨디션을 살폈는데, 하늘이 도와서인지 그날을 피해 오늘 시험을 치루게 되었구나. 

이제 몇시간뒤 시험이 시작되면 고사장 앞에는 수 많은 부모들이 두 손을 모으고 있겠지. 엄마도 너를 위해 네 곁에서 두손을 모으고 싶은데, 워킹맘이라 그럴 수 없는 점을 네가 이해해주렴. 대신 사무실에서 너를 위해 간절한 마음을 모아줄께. 혹시 힘들면 엄마를 생각해라. 솔직히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수능시험 100일이나 훨씬 그 이전부터 사찰이나 교회 등에서 정성을 모으지도 못했단다. 물론 100일 기도 한다고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로서 딱히 해준게 없어 미안하구나.

시험이 끝나면 네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게 목욕이라고 했지? 목욕을 하면 나른해서 잠이 온다며 여자지만 매일 고양이 세수하고 공부하느라 몸도 근질 근질하겠지. 그래서 오늘 수능시험이 끝난 후 이번 주말에 온 가족이 찜질방 가기로 했지. 우리 가족이 함께 찜찔방을 가는 것은 근 1년만일거야. 찜찔방 가면 네가 좋아하는 팥빙수와 구운 계란 앞에 놓고 힘들었던 너의 입시생 고생담을 싫컷 듣고 싶구나.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말 너도 알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인데, 이제 많이 들어서 귀에 박혔을 거야. 그런데 엄마가 인생을 살다보니 어떤 일이든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불가능하게 생각되던 일도 다 해결되더라. 너도 혹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그냥 포기하지 말고 '내가 풀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못 풀어' 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한번 더 생각해보려무나. 시간에 쫓겨서 덤벙대지 말고, 아는 문제부터 차근 차근 풀어나가면 어려운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단다. 참, 우황청심환 챙겨야겠구나. 얼마전에 시험장에서 혹시 떨릴지 모른다며 네가 우황청심환을 사달라고 했지. 그래서 미리 준비해놨단다. 요거 먹고 오늘 꼭 '강심장'이 되거라.

이제 네가 일어날 시간이 되었구나. 곤히 잠든 너를 깨우고 싶지 않은게 엄마의 마음이지만 이제 너를 결전장으로 보내야 할 시간이야. 졸음을 참아가며 수많은 밤을 책과 씨름해온 네가 이제 수성사이펜 하나와 시계만 들고 고사장으로 간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네가 쏟아왔던 열정을 마음껏 쏟아내거라. 세상은 다 너의 것이란다. 힘내라~! 우리 딸. 사랑해...

                                                                                             2009년 11월 12일 04:20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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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능시험을 치루는 2010 수험생과 학부모님들, 고생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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