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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고3 수험생들은 추석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by 피앙새 200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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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입니다. 그런데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 경찰, 군인, 소방관, 지하철, 버스, 항공기 승무원 등 생각해보니 참 많습니다. 우리집도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고3 수험생인 막내 딸입니다. 수능을 39일 앞둔 고3 딸은 오늘 아침에도 송편 몇 개 먹고 학교 도서실로 향했습니다. 남편 시댁이 서울이라 고향 내려가는 수고는 하지 않지만 고3 수험생 때문에 시댁도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남편만 어제 본가에 먼저 갔습니다.

고3 수험생인 둘째딸은 이번 추석연휴가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데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며 어제부터 도서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추석이라 식당도 문을 여는 곳이 없어 송편과 전, 나물 등 간단한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에 갔습니다. 도시락은 점심, 저녁 두 개를 싸 주었습니다. 추석 연휴인데 점심과 저녁을 식은 도시락으로 먹을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짜안합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 씩씩하게 “엄마, 추석 잘 보내세요!”하고 학교로 가는 딸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수험생이 저희집 딸처럼 보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간 수험생도 있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추석연휴를 보내는 수험생도 있을 것입니다. 추석 연휴까지 학교에 갈 정도로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수험생들에게 추석 연휴는 어쩌면 부족한 과목을 정리하는데 아주 유용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딸 뿐만 아니라 학교 도서실에는 많은 고3 수험생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딸만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고3 수험생들에게 추석연휴는 없었습니다. 어제도 밤 12시가 넘어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가니 수십명의 수험생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 정문을 우르르 빠져나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고향도 가지 않고 자녀들을 데리러 온 수많은 차와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혼, 취업 등을 못해 "언제 결혼할거니?', '취직은 됐니?'라는 소리 듣기 싫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고3 수험생들이 수능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할 때가 추석연휴인가 봅니다.

다행히 남편 시댁이 서울이라 어제 저녁에 먼저 남편이 본가에 출발하고 저는 오후에 본가로 출발합니다. 오늘 저녁 늦게까지 본가에서 지내다가 밤 12시쯤 고3 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시댁에서도 고3 딸 때문에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가야한다며 어제 먼저 간 것입니다. 저도 이제 고향은 아니어도 본가로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해 출발합니다. 뭐, 차타고 40~50분이면 가는 거리기 때문에 고향가는 기분은 안나겠죠. 이럴 때는 시댁이 서울인 것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딸은 지금 이 시간에 문제집과 싸움하며 지낼 것입니다. 내년 설날에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큰 아버지들께 세배하고 대학생으로 세뱃돈을 받을 것입니다. 큰 딸이 고3일때도 추석 연휴는 이산가족(?)이 된 채 보냈습니다. 학교 도서실로 가는 딸, 먼저 시댁으로 출발한 남편, 그리고 추석날 아침과 도시락을 챙겨주느라 늦게 시댁으로 출발하는 엄마 때문에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추석도 둘째 딸이 고3이라 추석답지 않은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보름달이 두둥실 뜨면 고3 수험생 부모들은 저마다 자녀들의 수능시험을 위해 소원을 빌 것입니다. 저 또한 오늘밤 보름달이 떠오르면 만사 제쳐두고 딸이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얻게 해달라고 빌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밤 뜨는 보름달은 그 어느해보다 더 크게 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보름달 위에 추석연휴도 책과 씨름하는 딸의 얼굴이 함께 보일 것 같습니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 학보모의 마음이 제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한달 조금 넘게 남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추석 연휴도 잊은 채 학교 도서실에서 문제와 씨름하는 고3 딸에게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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