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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선덕여왕, 비담의 환생과 기사도 정신

by 피앙새 200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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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선덕여왕>이 ‘미실의 난’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어제는 비담 김남길의 기사도정신이 화제였습니다. 지난 25일 용인 세트장에서 덕만 이요원을 말에 태우고 달려가다가 낙마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요원의 부상을 우려해 김남길이 이요원을 안고 떨어져 이요원은 엉덩이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고, 김남길은 목과 골반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종방으로 갈수록 비담 김남길의 역할이 중요한 입장이라 <선덕여왕> 제작진으로서는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45회는 ‘미실의 난’으로 덕만측과의 대립 장면으로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드라마 내용보다 비담 김남길이 1,600년을 뛰어넘어 환생하여 연모하던 덕만을 구한 이야기를 극중 상황과 연계하여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낙마사고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지만 이요원을 구한 미담은 드라마보다 더 멋진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남길이 드라마에서 연모하는 덕만을 낙마 과정에서 몸으로 막아낸 것은 극중 심리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담 : 묘해요. 정말 반하겠어요!
덕만 : (이상한 기분이 들자 말을 바꾸며) 내가 좀 성급했나봐. 쉽게 생각한 것 같아. (중략)
비담 : (앞에 얘기 계속 이으며) 그러니까 저한텐 있는 그대로 보여 주세요.
비담 : (덕만을 보면서) 그래야 설레요...

비담은 덕만을 보고 '설레인다'며 마음을 주었지만 덕만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덕만은 궁궐을 빠져나와 도망을 가야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유신랑과 애절한 이별을 했습니다. 덕만은 위기에서 구해준 비담보다 유신랑만 보이나 봅니다. 45회를 보니 용인 야외세트장에서 낙마사고가 났던 장면은 비담이 덕만과 함께 말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궁을 빠져 도망가기 위해 비담이 덕만을 말에 태우고 도망가는 장면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김남길과 이요원이 말에서 함께 떨어진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극중 상황이었다면 비담은 당연히 사랑하는 덕만을 보호하기 몸을 내던져 덕만을 구해야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낙마사고가 실제 상황으로 발생했습니다. 김남길로서는 극중이냐, 실제상황이냐를 가릴 것도 없이 당연히 이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이요원을 보호하려 했을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극중 비담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남길로서는 연기냐, 실제 상황이냐를 구분할 겨를도 없이 극에 몰입돼 사랑하는 덕만공주를 보호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야 덕만이 비담을 조금이라도 알아줄 것 같다는 희망이 있었겠죠.

그러나 극중 덕만을 향한 비담의 사랑은 뜻대로 잘 안되네요. 유신랑은 궁궐을 빠져나와 안전하게 도망가도록 궁에 남아 죽음을 무릅쓰고 미실측 군사들과 싸우겠다며 성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런 유신랑을 보고 덕만은 애절한 눈물을 흘립니다. 덕만이 유신랑을 향해 보이는 눈물이 비담은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신에 대한 덕만의 애정은 나날이 깊어가는데, 비담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니 야속하게 느껴지겠지요. 제작진도 그래요. 미실측 보종이 군사들을 이끌고 덕만 일행을 잡기 위해 추격해오는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쌩뚱맞은 유덕 러브라인을 연결시켜 비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또 뭔가요?


뭐, 실제 상황이라도 김남길의 평소 이미지로 봐서 위험에 처한 여자를 먼저 구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그런데 김남길의 부상이 염려되는 것은 <선덕여왕>이 종방을 향해 가면서 비담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미실이 일으킨 정변을 중간에서 비담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향방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미실은 자신이 일으킨 난을 덕만에게 뒤집어 씌워 덕만을 신라 황실에서 영원히 추방하려고 하겠지만, 덕만은 반대로 미실에게 반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입니다.

‘미실의 난’이 정점을 이루다 진압을 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비담은 일단 피보다 사랑을 택하지 않을까요? 비담은 정변을 다스리고 미실측 일파들을 소탕하는데 앞장섬으로서 덕만의 사랑을 받게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렇게 ‘미실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덕만은 유신과 알천만을 신뢰하고 자신을 멀리하는 덕만에게 앙심을 품게될 것입니다. 그래서 선덕여왕 재위 말년에 비담 스스로 난을 일으키게 되는 비극적 결말이죠. 물론 비담이 난을 일으킬 때 덕만은 이미 나이가 들어 곧 죽게 되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덕만에 대한 사랑을 야망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것인지 모릅니다. 비담의 이런 열정이 현재로서는 덕만에 대한 '사랑'으로 보이지만, 이 사랑이 야심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기술된 비담의 죽음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덕만과 비담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도 남겨졌을지 모르죠.


요즘 <선덕여왕>에서 김남길은 덕만을 향한 사랑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를 때입니다. 비록 극중 상황이지만 덕만을 향한 사랑이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덕만을 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시청자들은 ‘진짜 비담이 환생했다’며 김남길의 낙마와 이요원에 대한 배려 뉴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낙마사고로 이요원을 구한 소식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비담은 여성팬들에게 남자다운 남자, 어떤 위험에서도 여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믿음직한 남자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낙마사고로 빨리 완쾌해야할 상황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낙마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담은 지금까지 위기에 처한 덕만을 여러차례 구해주었지만 덕만은 비담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덕만은 비담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미실의 자식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비담에게 눈길을 줄 수 없기 때문이죠. 역사에 씌여진대로라면 ‘미실의 난’(칠숙의 난)에 이어 ‘비담의 난’까지 이어지며 비담은 결국 유신랑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비담-덕만의 러브라인은 비담의 외사랑으로 끝나겠죠. 비록 일방적인 짝사랑일지라도 촬영중 낙마사고가 일어나자 김남길은 1,600년을 거슬러 내려와 비담이 환생한 듯 이요원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신라시대의 비담이나 지금의 김남길이나 모두 기사도정신을 발휘한 멋진 모습은 똑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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