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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방통위, 무한도전을 교양프로로 아는가

by 피앙새 2009.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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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무한도전>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무도' 방송내용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한달간 방송언어 위반을 가장 많이 한 예능 프로가 ‘무도’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막말 방송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제제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방통위는 ‘무도’가 언어파괴적, 인신공격성 별칭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고(37건), 자막을 통해 이런 내용이 다시 강조(22건)되고 있어 제작진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는데, 인식변화가 시급한 쪽은 <무한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방통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언어파괴적, 인신공격성 별칭으로 삼은 것이 ‘무도’ 맴버들의 캐릭터성 특징을 나타내는 ‘찌룽이’, ‘항돈이’, 돌+I‘, '뚱땡이’ 등입니다. 또한 ‘그래 멍청아(박명수)’, ‘대머리 빡빡이가 득실득실 하더니만(정준하)’, ‘(박명수) 니가 갖고 튀어’라는 맴버들이 재미를 위해 했던 말들입니다. 예능의 특성상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정해놓은 별칭에 대해 방통위가 인신공격, 언어파괴적이라고 심의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이해 불가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칭은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드라마로 치면 배역과 같습니다.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맴버들이 ‘노찌룽’, ‘항돈아’라고 부르는 것은 예능의 기본입니다.

방통위에서 ‘무도’가 방송언어 위반을 했다고 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자막’입니다. ‘무도’에서 자막은 제 7의 맴버라고도 합니다. 촌철살인의 해학과 풍자가 바로 ‘무도’ 자막의 재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막이 인신공격성, 언어파괴의 형태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국민들의 언어생활과 습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그 큰 영향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 정치적 자막일 것입니다. 예능 프로중 유일하게 정치적 색채를 띤 자막을 내보내는 것이 <무한도전>입니다. 그런데 정부에 대해 잘한다는 소리보다 못한다는 자막이 더 많습니다. 예능 프로도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둘 수 있습니다.


예능 프로라고 해서 시사고발을 하지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故 김형곤은 <탱자 가라사대>를 통해 시사풍자 개그 시대를 열었고, 그의 풍자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들의 가슴속은 시원했습니다. ‘무도’가 그동안 자막을 통해 정부에 쓴 소리를 좀 했다고 예능 프로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자막을 가지고 언어파괴, 인신공격 운운하며 지적을 한 것은 ‘무도’가 눈엣가시로 여겨겼기 때문입니다. ‘무도’를 보면서 그냥 웃음을 주기만 하면 되지, 왜 정부를 비판하는 자막을 넣어 방송하느냐 이것입니다. 지난 6월 뉴라이트는 ‘무도’의 자막을 보고 예능 프로의 인기를 이용해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표준어를 사용하고 바른 말을 사용해 방송을 해도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시사 다큐나 뉴스보다 ‘무도’의 공익 버라이어티가 훨씬 낫습니다. 즉 무뉘는 바른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뉴스나 시사프로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능은 다큐나 뉴스가 아닙니다. 팩트(fact)를 전달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해 예능 프로를 제작하면 100% 망합니다. 시청률 경쟁에 피가 마르는 PD들이 예능의 다큐화를 지향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정말 친한 사람들과 “야, 임마!”라고 하는 것은 인격모독성 언어가 아니고,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이런 친근함의 표시와 같은 맴버들의 캐릭터, ‘항돈아’, 찌룽이‘ 등 별칭 사용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은 맴버들간 친근함도 표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무도‘는 재미가 없어집니다. 시청률은 당연히 떨어질 것입니다. 시청률이 낮으면 ’무도‘는 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방통위’는 ‘무도’가 시청률이 낮아 고사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국민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때에 그나마 시청자등에게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주던 ‘무도’의 자막까지 방통위가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니 ‘무도’가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방통위는 김태호PD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에게도 겁을 먹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무도’는 예능 프로기 때문에 다큐처럼 정제된 언어만 사용해서는 재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막말’을 용인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예능 프로의 특성을 살려서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통위가 다큐나 예능을 똑같은 잣대로 들이대 방송언어의 부적절성을 지적한다면 현재 방송되는 주말 예능프로 모두 이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솔직히 ‘방통위’ 심의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입니다. 이런 들쑥날쑥한 기준으로 방송 프로를 심의하다보면 현재 공중파 예능 프로중 걸리지 않는 프로가 없습니다. 실제 방통위는 '무도‘ 뿐만이 아니라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주말 3대 버라이어티 모두 방송언어의 부적절성을 지적했습니다. 방통위 기준대로 예능 프로를 제작하면 앞으로 시청자들은 도덕군자처럼 만든 예능 프로를 시청해야 할지 모릅니다. 차제에 방통위는 예능 프로의 언어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방통위 심의위원들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근거가 100% 다 맞을 수 없습니다. 또한 예능은 예능으로 봐주어야 합니다. 예능 프로에 대해 다큐 잣대를 들이대면 예능도 어느 순간에 다큐가 될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한 프로지, 교양, 상식을 소개하는 교양프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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