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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아이들 건강 해친다

by 피앙새 200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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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 한 구석에서 고무줄 놀이, 공기놀이, 피구 등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던 시절은 386세대들이 갖고 있는 추억의 한 자락입니다. 요즘은 부모들이 학교 끝나기 무섭게 학원 보낸다고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교운동장은 아파트 주민들이 흙을 밟으며 운동할 수 있는 곳이라 저녁이면 주민들이 나와 운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에서 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인조잔디를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신도시내 중학교 한 곳도 최근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았습니다. 요즘 초중등학교에 인조잔디를 까는 것은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깔고 있습니다. 보기에 너무 시원하고 깔끔해보였는데, 운동장에서 흙을 밟으며 자랄 수 없는 교육환경이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인조잔디는 고온은 물론 세균과 부상위험 등 아이들 건강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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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잔디 운동장을 설치한 학교마다 아이들이 두통, 아토피성 피부염을 호소하고 역한 고무냄새로 더운 날에도 창문을 닫고 수업을 진행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원인은 인조잔디 원재료가 바로 폐타이어를 재생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조잔디에 이용되는 고무와 플라스틱, 비닐 물질들은 여름철에는 많은 열에너지를 흡수해 고온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아이들이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뛰놀기 힘들 것입니다. 한여름에 인조잔디의 표면온도는 50도로 모래나 아스팔트보다 무려 20도가 더 높다고 합니다.

어른들도 표면온도가 50도인 인조잔디에서 10분 이상 지나면 화상을 입는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런 인조잔디에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 논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합니다. 문제는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인조잔디 마찰로 인해 화상이나 열사병 등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하키선수들이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기 전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온도를 낮추기 위한 것입니다. 인조잔디를 설치한 학교에서는 여름에는 고온을 낮추기 위해 계속 물을 뿌려줘야 하는데, 학교 실정상 충분하게 물을 뿌려줄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기는 좋아도 너무 높은 온도 때문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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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MBC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내 학교에 조성된 인조잔디운동장의 고무분말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PAHS가 기준치의 81배나 나왔다고 합니다. PAHS는 피부 접촉이나 호흡으로몸속에 들어가면 암을 유발하는 환경 호르몬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중학교는 PAHS가 기준치의 네 배 이상 검출됐고, 고양의 중학교도 납이 기준치 세 배, PAHS도 세 배 이상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사례로 볼 때 인조잔디운동장의 잠재적 위험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유해 화학성분 투성이인 인조잔디운동장에서 잘게 부서진 가루들이 학교 구석구석으로 확산될 수 있고, 아이들 옷 속으로 침투하고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조잔디의 폐해를 조사해 보니 중금속과 화학물질 덩어리로 납, 크롬, 벤젠 등을 함유하여 성장기 아동들에게는 근골격계 질환과 기관지염, 아토피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높은 온도는 화상과 2차 감염의 위험이 있으며, 잠재적인 암 발생 영향은 물론 박태리아와 세균 감염의 위험성 역시 내재하고 있다는데 왜 인조잔디로 흙을 덮어버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필자의 자녀가 이 학교를 다닐 때 학부모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학부모들과 학교관계자가 모여 인조잔디 설치 문제를 논의했을텐데, 아이들에게 미치는 건강의 해악성 등은 충분히 논의됐는지 궁금합니다.

인조잔디의 유해성 때문에 요즘은 천연충진재를 사용해서 유해성을 없앤다고 하는데, 천연충진재 등 건강에 유해하지 않는 인조잔디 재료는 값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신도시 내 공립학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비싼 재료로 인조잔디를 깔았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인조잔디는 한번 깔아놓으면 영구적인 것이 아닙니다. 관리를 잘해야만 8년 정도 쓴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매일 뛰어노는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빨리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인조잔디는 예산도 낭비하고 아이들 건강도 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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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장을 인조잔디로 설치한 곳도 많습니다. FIFA에서 인조잔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천연잔디가 잘 자라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였습니다. 제주 지역은 바람도 많고 기후 변화도 심하기 때문에 천연 잔디가 유지되기가 어려운 환경이라 인조잔디로 대체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연잔디를 깔 수 있다면 당연히 천연잔디를 깔았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자라고 있고, 단독주택이라 할지라도 흙을 밟으며 지낼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유일하게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흙을 밟고 지냅니다. 흙냄새를 맡고 자라야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운동장마저 인조잔디로 바뀐 것을 보니 씁쓸합니다. 흙은 모든 생명력의 근원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흙을 밟지 못해 풍부한 감성을 물론 생명력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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