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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3만원짜리 시장옷을 15만원에 바가지 쓰다

by 피앙새 2009.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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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은 여자들의 영원한 로망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주부들은 보통 철 따라 한 두벌씩 옷을 사입고 있습니다. 옷을 살 때는 가급적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이나 백화점 세일기간을 주로 이용합니다. 남대문 시장은 도매가격으로 옷을 구입할 수 있고, 또 패션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의류 쇼핑매장입니다. 동네 의류매장에 단골로 다니며 옷을 구입하는 주부도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옷인데 동네 의류매장에서 15만원을 주고 구입한 옷이 남대문 시장에서 3만원짜리였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어떨까요?

화실 동아리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숙희(가명, 38세)씨가 동네 단골 의류매장에서 얼마전 여름용 원피스를 하나 샀습니다. 자주 가는 의류매장이기 때문에 남대문시장 가격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게 옷을 살 수 있어서 철 따라 이 가게에서 옷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말에 숙희씨는 단골 매장에서 하늘색 무늬가 시원해보이는 여름 원피스를 구입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10벌을 들여와 3벌 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리 사지 않으면 다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매장 주인이 싸게 산 것이라고 해서 기분까지 좋았습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이 옷을 주로 입고 다녔습니다.


여자들 심리가 남이 예쁜 옷을 입고 다니면 '어디서 샀느냐?, 얼마냐?'고 물어보는게 다반사입니다. 지난주 화실에 온 숙희씨 옷을 보고 경미(45세, 가명)씨가 "숙희씨, 이옷 어디서 샀어요? 얼마주고 샀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숙희씨는 동네 단골 의류매장에서 15만원 줬는데,아주 싸게 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미씨는 "이상하다. 내가 엇그제 남대문시장에 갔다가 이 옷하고 똑같은 옷을 봤는데, 거기서는 3만원에 팔던데...??" 하는 게 아니겠어요? 경미씨 말을 들은 숙희씨는 '설마 그럴리가요' 하며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골집인데 아무리 장사지만 옷 하나 팔면서 2배도 아닌 5배씩 이윤을 남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왠지 마음이 찜찜하고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몇일 고민하다가 숙희씨는 시간을 내어 남대문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경미씨가 알려준 매장으로 가니 동네에서 구입한 옷과 똑같은 옷이 정말로 3만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재질 차이가 있나 하고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면 소재가 같았고 디자인도 똑같았습니다. 남대문시장에서 3만원에 파는 원피스를 동네 단골 의류매장에서 5배나 비싼 15만원에 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숙희씨는 속았다는 기분에 화가 났지만, 기왕 온 김에 똑같은 옷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숙희씨는 동네 단골 의류매장으로 가서 천연덕스럽게 남대문에서 산 옷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 지난번에 산 건데요, 입어보니 조금 크더라구요. 집에서 한번 입어보기만 했는데, 그냥 돈으로 환불해주시면 안돼요"라고 말했습니다. 의류매장 주인은 단골손 님이다 보니 거절을 못하고 그냥 현금으로 교환해주었습니다. 다른 옷으로 교환하라는 주인의 말에 속았다는 기분에 그냥 현금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가게에서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주부들은 예쁜 옷만 보면 가끔 이성도 잃는답니다. 평소에는 시장에서 100원, 200원도 깎지만 예쁜 옷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그래서 보통 동네 단골 매장을 정해서 취향에 맞는 옷을 구입하는데, 동네 단골매장은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갖다 파는 소매업소였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구입한 옷에 어느 정도 이윤을 붙여 파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터무니 없이 5배씩 이익을 남기는 것은 동네 장사치고는 강심장 주인입니다. 요즘은 똑같은 디자인의 옷이 대량으로 생산돼 판매되기 때문에,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좋은 겁니다.

숙희씨는 동네 단골매장에서 바가지 한번 쓰더니 지난 4년 동안 구입한 옷도 모두 바가지가 아니나며 억울해 했습니다. 한번 불신을 갖게되면 계속 불신을 갖게 됩니다. 아무리 동네 옷장사지만 단골 손님을 상대로 5배의 이익을 남기는 것은 필자가 생각해도 조금 심한 장사였습니다. 숙희씨는 너무 분하다며 사진 찍는 것까지 허락해주며 필자에게 제보를 해준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동네 의류매장은 하루 종일 옷 한벌 팔기도 힘든지 모릅니다. 그래서 박리다매가 아니라 한벌을 팔더라도 제대로 이윤을 남기는 영업방식을 쓰는지 모릅니다. 이윤을 많이 남기냐, 적게 남기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업주 몫입니다. 그러나 단골손님까지 현혹해서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3만원짜리 남대문 옷을 15만원에 판매하는 동네 매장의 행태는 숙희씨에게는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일이 되었습니다. 매장 주인과 고객간의 신뢰가 깨진것입니다. 단골 손님까지 바가지 씌우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불황일수록 이윤을 조금만 남기고 착한 가격으로 장사한다면 불황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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