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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삼켜라, 블록버스터 영화같다

by 피앙새 200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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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던 <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 표기) 첫 방송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같다' 입니다.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 쉬운데, '태삼'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뛰어넘는 장대한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로 수목드라마 시청자들을 삼킬 것 같습니다. 무주공산인 수목드라마는 앞으로 '태삼'이 시청률 본좌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방송이 시작되자 마자 라스베가스,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빠른 화면으로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의 방향에 대해 맛배기 화면이 먼저 나왔습니다. 지성과 유오성이 아프리카 반군과 스펙터클한 전투신을 벌이는 장면과 라스메가스에서 태양의 서커스단 모습과 성유리가 오버랩되면서 지성과 성유리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화면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속으로 바뀌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미연(임정은)과 헤엄을 치는 아역 김정우(지성)의 모습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어떤 관계일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보니 깡패 일환(진구)과의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와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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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은 주인공 지성, 성유리, 이완이 잠깐 얼굴만 비추었고, 대신 카메오들의 열연이 빛났습니다. 진구, 임정은, 고두심, 안내상, 박광현 등이 첫 회를 장식했는데 주인공들 못지 않은 연기력으로 오히려 이들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도 인기를 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청자들을 강하게 빨아들였습니다. 특히 <조강지처 클럽>에서 찌질이 한원수로 나왔던 안내상은 국토건설단 소속의 군인으로 나와 연극배우 출신답게 악랄하고 비열한 연기를 아주 리얼하게 연기해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또한 진구, 임정은은 주인공 김정우(지성)가 불행하게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부모역할을 연기했는데, 까메오로 나오기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만큼 연기력이 뛰었습니다. 김정우의 어머니역인 임정은은 가슴아픈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채 아무도 없는 외딴 폐가에서 10개월간 아들을 뱃속에 품은채 지내는 미혼모의 아픔을 절절히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진구는 깡패 두목으로 국토건설단에 끌려와 탈출을 하다가 다시 붙잡혀 육지로 떠나기까지 생과 사를 넘나들다 만난 미연을 두고 떠나야 하는 남자의 속깊은 마음을 연기해주며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진구와 임정은의 멜로는 순진한 제주도 섬처녀와 모진 인생을 살아온 깡패 두목의 순수한 사랑입니다. 자칫 구닥다리 신파극으로 흐를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연기력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들을 강하게 몰입시켰습니다. 이것은 <에덴의 동쪽>이 신파극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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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삼'은 아프리카 촬영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촬영중 신종플루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이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10일로 예정됐던 촬영일정을 20일을 찍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하고 돌아왔는데, 예기치 않은 신종플루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며 급기야 첫방송을 '스페셜'로 긴급 대치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어제 '스페셜'로 오히려 '태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아프리카 촬영시 부상과 사고 등으로 제작진과 연기자들은 많은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그 고생이 헛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의 함정은 장대한 스케일을 강조하다 보면 스토리 전개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즉 볼거리에 치중하다 엉성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주기 쉽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집필을 맡은 최완규 작가는 그동안 <식객>, <올인>, <주몽>, <허준> 등 대박드라마를 집필한 베테랑 작가인데다가 <올인>을 함께 만든 유철웅PD와 6년만에 손을 잡고 만드는 드라마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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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작 드라마들이 초반에 빠른 전개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강하게 흡입하지만 극 중반에는 지루한 전개와 짜임새 없는 스토리로 용두사미가 된 경우도 많습니다. 송승헌의 <에덴의 동쪽>은 205억을 투입해 한류 열풍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제작된 드라마였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초반 전개와 아역 연기자들의 열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지루한 전개와 이다해의 하차 등으로 시청자들이 외면하면서 결국 용두사미 드라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태양을 삼켜라>는 <에덴의 동쪽>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 시청자들에게 잔뜩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 놓은후 중반부터는 초심을 잃고 질질 끈다든가, 스토리 전개가 밀도가 없다면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속빈 강정같은 드라마로 전락될 것입니다. '태삼' 제작진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한편 잘 봤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좋은 드라마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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