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외아들 며느리에게 빼앗기고 가슴앓이 하니

by 피앙새 2009. 4. 11.
반응형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고약한 시어머니'는 이젠 옛말 같습니다.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고 사는 세상입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기고, 가슴앓이까지 하며 삽니다. 결혼하면 시집살이 하면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이란 말이 전설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말 같습니다. 며느리 생일을 맞아 꽃바구니 선물을 하며 아들집을 가려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보기좋게 방문을 거절 당한채 보고 싶은 손자와 아들도 마음대로 보고 살지 못하는 이 현실을 어찌 봐야 할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며느리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시부모들이 며느리 눈치보고 사는 사람 많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이 이제는 시류인가 봅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3년전에 결혼시키고 큰형님은 이제 두 분이서 단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금지옥엽 기른 외아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오히려 며느리 눈치 볼까 두려워 따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아들네 집에 들르는 게 두분의 유일한 낙입니다.

그런데 어제 큰 형님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며느리집에 가려다 퇴짜 아닌 퇴짜(?)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살고 있는 며느리 생일이라 꽃집에서 조그만 꽃바구니 하나 주문해놓고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가야, 오늘이 네 생일인데 몇시쯤 가면 되겠니?"

그러자 며느리는 "어머니 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따가 전화 드릴께요"

시어머니는 하루종일 며느리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며느리 생일이라 아들네 집에 가서 아들과 손주도 보고, 저녁이나 함께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형님은 며느리에게 전화가 오지 않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얘, 생일인데 뭐 필요한 거  없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그러자 며느리는

"말해도 돼요? 어머니! 저 지금 바빠서요, 어머님이 안오시는게 더 좋겠는데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생각을 헤어리지 못한채 불쑥 자기 바쁜 일만 생각하고, 시부모가 며느리집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큰 형님은 이 일로 어제 제게 전화를 해서 한참을 하소연했습니다. 자식 키워봐야 며느리에게 빼앗기고, 자식마저 며느리 치마폭에 휘둘려 사는 것 같다는 등 내심 서운한 눈치였습니다. 큰 형님의 가슴앓이는 오래 갈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한편으로 젊은 며느리들은 시부모가 오면 청소도 해야하고, 저녁식사도 신경써서 준비해야 하고 여러가지 신경쓸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와서 잔소리 하는 것도 듣기 싫어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한다해도 세대차이가 나서 한두마디 인삿말 건네고 나면 대화가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며느리도 약속도 있고 나름대로 스케즐이 있는데, 불쑥 불쑥 찾아오는 시어머니들이 반가울리 없습니다. 물론 살가운 며느리들도 있지만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결혼한 아들집을 내집이라고 쉽게 드나들고 싶은 시부모들의 생각을 젊은 새댁들은 받아들이기 힘든가 봅니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시어머니가 김치를 해서 '아들집에 가면 50점  택배를 시켜 배달해주면 100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며느리를 생각한다 해도 며느리들을 불편하게 하면 대접받지 못하는 시부모들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 말입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부모곁을 떠난 자식을 다시 품으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일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리 금지옥엽 키웠어도 결혼하면 내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의 남편'이 되는 것을 나이든 사람들은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장가보내  해외에 있는 아들은 교포란 말까지 나올까요? 나이든 시부모들의 자식사랑, 며느리 사랑은 어쩌면 짝사랑일지 모릅니다. 상대의 마음과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짝사랑은 하는 사람쪽에서 가슴앓이 하게 마련입니다. 상대가 짝사랑을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만약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슴앓이는 더욱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큰형님의 가슴앓이가 깊어질까 걱정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결혼 3년차 새댁에게 큰 형님이 며느리 생일날에 가려다 못 갔다는 얘기를 해주자 새댁은 "요즘 시부모와 며느리 생일 잔치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남편과 오붓하게 지내려 하죠" 하며 자기들 위주의 생활이 당연한 듯 말을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 형님도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기에는 아직 형님의 자식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합니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해주면 더 상처받을 거 같습니다. 자식은 역시 품안에 있을 때까지만 자식인가 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