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냉혈녀에서 복수녀로 변신한 최명길

'미워도 다시 한번'(이하 '미워도') 드라마에 폭풍이 휘몰아칠 듯 합니다.

한명인(최명길)은 은혜정(전인화)의 별장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고 그 자리에 동석한 남편 이정훈과 우연히 마주치지만, 정훈과 혜정의 관계를 알리 없는 명인은 혜정의 호의에 감사해 하며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잠이 듭니다. 그러나 무심코 잠결에 눈을 뜬 한명인은 이정훈과 은혜정이 포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른바 폭풍이 몰아쳐 올 것을 예고하는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한명인은 30년 동안 자신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했다고 믿어온 남편 이정훈(박상원)이 국민배우 은혜정을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아니냐 이건 꿈이야'라며 도리질을 합니다. 그러나 은혜정의 별장 책상 서랍속에서 발견한 두 남녀의 사진을 보고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됩니다. 더구나 자신의 생일 선물로 사준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은혜정에게도 선물한 것을 알고 대기업 CEO 이전에 한 여자로서의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집니다. 한명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은혜정에 대한 분노는 남편의 배신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신문에 보도된 이정훈과 은혜정의 스캔들, 은혜정 딸(은수진)과 우연히 부딧힌 일 등이 주마등 처럼 스치며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차갑고 냉철하게 분노를 삼킵니다. 파파라치를 통해 시어머지가 은혜정과 만난 것을 알게된 한명인은 자기만 몰랐던 남편과 은혜정의 관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섣부른 복수보다 치밀하고 처절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결혼전 사랑하는 사람 요셉과의 결혼을 집안에서 반대하자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아픔을 겪고 원치 않은 결혼을 한 한명인과 이정훈. 그동안 '무늬만 부부'로 지내다 얼마전부터 남편 이정훈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던 한명인의 소박한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대기업 CEO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을 뒤로하고 평범한 여자의 행복을 찾겠다던 한명인의 꿈을 은혜정이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너희들이 30년동안 날 가지고 놀았니.. 용서하지 않을 거야, 몇 배로 갚아주겠어!”

최명길(한명인)은 피도 눈물도 없는 분노와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기업 CEO로 보여준 침착하고 냉혈적인 사업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무너집니다. '미워도'의 최명길이 보여준 폭풍같은 분노의 연기는 아무나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아닙니다. 극 초반에 박예진과 함께 보여주었던 눈빛 연기대결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최명길의 눈빛이 똑같이 빛나지만 그녀의 눈빛은 남편에 대한 복수가 잠재되어 있어 무섭기 까지 합니다. 마치 태풍속의 고요함이 정적처럼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극중 한명인은 이정훈과 은혜정에게 복수하기 위해 혜정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은혜정은 자신과 이정훈의 관계를 한명인이 아직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심결에 집으로 따라갑니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초대받고 한명인의 집으로 간 은혜정은 이정훈과 부딧히며 어색하면서도 살 떨리는 자리를 갖게됩니다. 한명인의 복수는 보통 여자들의 그것과는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한명인의 복수가 무서운 겁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은혜정과 이정훈은 한명인의 파놓은 복수의 구렁텅이로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시어머니가 될 뻔한 이정훈의 어머니가 화분을 선물한다는 말에 은혜정이 어머니 방으로 드어가자 한명인은 배우 은혜정이 30년 동안 좋아한 사람이 유부남이라며 이정훈을 압박해 갑니다. 한편 은혜정은 어머니로부터 봉변을 당하며, 아들과 떨어지지 않은 것을 나무랍니다. 한명인이 복수하기도 전에 이미 은혜정은 명인의 시어머니로부터 복수의 전초전을 치루는 셈입니다.

한 남자 이정훈을 두고 두 여자가 펼치는 진검 승부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통속 삼각 불륜 드라마지만 최명길의 연기가 불을 뿜으며 '미워도'는 중년 시청자들을 TV앞에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불륜, 삼각관계, 뻔한 스토리 등으로 인기를 끌기 힘들다는 예상을 깨고 '미워도'가 수목드라마로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냉혈녀, 복수녀 등으로 '미워도'에서 카멜레온처럼 연기 변신을 하고 있는 최명길의 무르익은 연기력 때문입니다. 그녀의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