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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분양아파트 1억까지 깎아주며 땡처리 [현장취재]

by 피앙새 200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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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의 세일경쟁이 뜨겁습니다. 불경기라 그런지 그래도 돈지갑 여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분양아파트도 세일하는 곳이 있습니다. 세일폭도 무려 최고 1억원까지 깎아 주는 아파트 땡처리 현장이 있다니, 건설 경기 참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이곳 현장을 한번 가서 확인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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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신봉동에서 아파트를 폭탄 세일중인 D건설사의 모델하우스. 입구 현수막이 절박함을 말해준다.)

경기도 용인시는 버블세븐 중의 한 곳입니다. 강남, 송파, 분당 등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 아파트들이 요즘 맥을 못추고 있는데, 용인지역은 특히 부동산 경기가 겨울 한파보다 더 춥게 느껴집니다. 용인시 신봉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땡처리하는 D건설사는 올해 4월 모델하우스를 열때만 해도 아파트 분양에 관심있는 사람들로 모델하우스가 발 디딜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분양 실적을 보니 50%도 안되었습니다.

건설부문 대통령상까지 받은 우량 건설기업이 시공하고, 용인중에서도 입지가 꽤 좋은 곳으로 알려진 신봉동이고, 또한 3천세대에 가까운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에 참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건설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아파트는 지금 골조공사가 끝나고 건물이 한창 올라가고 있지만, 분양이 안되다 보니 할 수 없이 폭탄 세일, 이른바 잔여 세대 아파트 땡처리에 들어간 것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얼마나 급했으면 아파트를 1억원 가까이 깎아주며 땡처리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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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대형 할인마트 세일전단지를 보는 듯한 아파트 분양 광고전단지가 건설경기 현주소를 말해준다.)

모델하우스를 들어가니 올해 4월에 발 디딜틈이 없었던 그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분양 상담 하는 사람은 달랑 1명뿐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가니 오래 기다린 손님 맞이하듯 분양 직원들이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사실 올해 4월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기 모델하우스 오픈 다음날 왔었는데, 그때는 사람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 분양이 50%도 안되었을까요? 바로 올해 4월은 부동산이 하락기였고 이명박정부가 종부세 등 부동산법안에 대한 완화 조치가 없어 아파트시장에 찬 바람이 쌩쌩 불 때입니다. 그런데다 그당시 용인에서 분양신청했던 아파트들은 모두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고, 이 논란 때문에 용인시도 분양신청서를 계속 반려한 끝에 분양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였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용인에서 분양을 한 모든 건설사들은 미분양의 쓴 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 분양할 때만 해도 D건설사는 분양을 자신했었다고 합니다.

땡처리 내용을 살펴 보면, 올해 4월 분양 당시 62평형은 분양가가 기준층(5~20층)이 9억8천5백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10% 할인해서 8억8천6백만원에 분양중입니다. 무려 1억여원가까이 폭탄세일하는 겁니다. 대형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요즘 많이 시들해져서 세일폭이 큽니다. 48평형은 로얄층(15~22층) 기준으로 최초 분양가는 7억5천6백만원이었는데, 4% 할인해서 7억1천만원에 분양중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33평형은 이번 세일기간중에서 모두 다 분양이 완료되었다는데, 실수요자들의 청약이 작은 평형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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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건설사 최초 분양가는 48평형이 7억 5천, 62평형이 9억 8천만원으로 책정되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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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땡처리 중인 이 아파트는 48평은 4천만원, 62평은 1억원 가까이 깎아주며 분양중이다.)

현장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D건설 이신철실장(분댱사업부)은 "현재 이렇게 세일을 해도 분양률은 75%정도며, 건설사 입장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지금 세일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회사는 금년 4월에 먼저 분양받은 당첨자들도 일률적으로 4%~10%를 분양가에서 빼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건설사가 아무리 자금 사정이 나빠도 아파트 분양가를 4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깎아주며 분양한다는 것은 이렇게 분양해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동안 얼마나 분양가에 폭리를 취해왔는지 대략 짐작이 갔습니다. 기업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아파트를 지어 팔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분양이 건설사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황금알은 커녕 일반 달걀도 못낳는 퇴계가 된 듯 합니다.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담당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땡처리 아파트를 분양하는 조건도 기존과는 다른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들을 많이 내세우며, 분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계약금 5%, 총 6회의 중도금(총 분양가의 60%)중 3회 중도금 대출은 무이자, 그 이후 3회분만 이자를 내는데 이것도 이자 후불제입니다. 계약금 5%도 돈이 마련이 다 안되면 우선 카드로 몇백만원만 내고 계약을 하라는 직원을 말을 듣고 아파트를 무슨 승용차 팔 듯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건설사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로또 광풍이 불었던 판교아파트 입주가 12월 27일부터 시작되는데, 분양 당시 당첨이 곧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보장될 것 같았지만 지금은 프리미엄 제로(0) 아파트가 나오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인근의 분당 아파트들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분당 48평 아파트 가격이 2006년 고점일때의 가격이 13억이었는데, 지금은 30%~40% 이상 떨어져 8억~9억원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에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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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하늘의 먹구름만큼이나  지금 용인은 아파트 시장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용인시 신봉동은 분당과 수원의 중간지점입니다. 바로 인근에 광교신도시가 내년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입지적 조건이 나쁜 곳도 아닌데 분양이 안되고, 땡처리 해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부동산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D건설사 인근 택지에 분양을 계획했던 L건설사는 올해 계획했던 분양계획을 내년으로 미루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도 건설경기와 부동산시장이 호전되리란 전망보다 비관적인 예상이 많아 L건설사는 내년도 분양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땅을 사느라 은행에서 빌린 부채에 대한 금융비용이 증가되어 분양이 연기되면 될 수록 아파트 분양가를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데, 1억까지 깎아주며 아파트 장사하는 것으로 봐서 건설사들의 엄살이 지나친 듯 싶습니다. 물론 예전 건설호경기 때만큼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때 아파트 장사해서 벌어놓은 돈은 다 어디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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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건설사 등이 분양하는 현장은 입지조건도 나쁘지 않지만 침체된 건설경기로 결국 땡처리까지 하게되었다.)

겨울 바람이 매서운 만큼 아파트 땡처리 모델하우스 온기는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턱없이 비싼 분양가도 문제지만 건설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1억원까지 깎아서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건설사의 입장이 한편으로는 조금 안되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건설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생기고, 전반적인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들은 지금처럼 어려운 때를 생각해서 다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지금 땡처리 가격정도로 아파트를 분양해서 고분양가란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용인시 신봉동 아파트 세일 현장은 시베리아 한파보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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