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직접 아이템을 짜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촬영 및 인터뷰를 한 '네 멋대로 해라 2탄'은 방송 제작의 어려움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연출이었습니다. 이번주는 지난주에 촬영한 화면을 가지고 편집, 자막, 추가촬영까지 하며 무도 멤버들이 만든 작품을 직접 선보였습니다. 지난주가 VJ특공대를 패러디화한 PD특공대였다면 이번주는 PD수첩을 패러디화 해서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화면을 가지고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무도 멤버들을 통해 방송 편집실 풍경이 공개되었는데, 촬영 화면 한컷 고르는데도 몇 번을 보고 고민하고, 자막 하나 넣을 때도 그냥 넣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탭진들이 수많은 고민과 착오를 겪고, 좌절하고 때론 기뻐하며 얻은 산물이 바로 무한도전 프로그램이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그 수고 덕분에 우리 시청자들은 주말 저녁에 편안히 재미와 감동을 맛보는 것입니다.
편집실의 고뇌에 찬 결단과 선택
아무리 촬영을 잘해도 편집을 못살린다면? 우리가 보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편집입니다. 요리를 할 때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갖고 하더라도 요리를 하는 사람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다릅니다. 방송 편집하는 사람은 마치 요리사와 같습니다. 촬영화면을 가지고 PD의 의도에 따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방송의 재미와 감동이 결정됩니다. 자막 하나도 그냥 막 집어 넣는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생각과 단어들을 조합해 보며 고뇌한 끝에 나온 산물이라는 겁니다. 무도 프로를 보면서 자막을 동시에 보는데, 자막 없는 무도 프로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습니다. 자막이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는 1등 공신이기 때문에 자막 선정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무도멤버들이 촬영화면을 가지고 편집실에 직접 편집 작업을 합니다. 편집작업은 자막 하나 고르는 것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불필요한 화면은 과감히 삭제하되 꼭 필요한 화면은 추가 촬영까지 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무도 멤버들이 직접 해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매주 무도 멤버들이 출연만 하고 그 뒤에서 일어 나는 일은 쉽게 이루어 지리라고 생각하지만 스탭진들이 얼마나 힘들게 제작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준 연출이었습니다. 한 편의 예능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 기획회의 및 아이템 선정, 자료 수집 및 출연자 섭외, 촬영 및 편집, 편집 및 자막 작업 등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습니다.
멤버 특징이 나타난 프로그램 완성
지난주 촬영에 이어 무도 멤버들이 편집실에서 편집진의 수고로움을 직접 느끼며 편집작업을 했습니다. 멤버들의 특징과 개성이 나타나는 작품들은 아주 재미 있었습니다. 박명수PD가 전하는 세상의 아이러니 <아름다운 눈을 가진 박명수>, 유재석과 정준하PD가 공동 제작한 <무한도전, 그 때 그 분들>, 정형돈PD의 프로포즈 작품 <가을전어, 그 유혹의 덫>, 내 멋대로 찍고 제작한 노홍철PD의 <위인 노홍철>,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직접 찍고 제작한 전진PD의 <빠삐놈 UCC> 등인데, 모두 다 재미와 멤버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나오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이중 가장 재미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된 것 유재석과 정준하의 <그때 그사람>과 전진의 <빠삐놈 UCC>입니다. 반대로 가장 혹평을 받은 것은 역시 노홍철의 <위인 노홍철>입니다. 노홍철은 경위서를 작성하고, 방송국 로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경위서란 바로 방송조작과 사기방송을 뜻하고, 로비에서 벌을 서는 것은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방송조작과 사기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제작에 임한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방송조작 위험성 보여준 위인 노홍철
PD특공대 연출자로 노홍철이 제작한 <위인 노홍철>은 여러 가지를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인간극장이 적절치 못한 출연자를 방송에 내보냈다가 결국 4부작으로 중도 하차 하고 사과까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노홍철이 제작한 <위인전>은 방송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사기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평범한 노홍철을 위인, 교주로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송의 힘입니다. 노홍철이 만든 위인전을 보고 있자니 마치 김일성, 김정일의 조작된 신화방송을 보는 듯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또 부자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들은 방송을 이용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재미도 있지만 이런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던져주기 때문에 역시 무한도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방송을 보는 듯 했던 PD특공대 2편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PD특공대>편을 들고 나와서 그런지 화면 내용이 지난주와 많이 중첩되었습니다. 마치 지난주 무도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난주에 무도 멤버들의 촬영과정이 다 방송되었는데, 이번주 그 내용을 가지고 편집을 하는 과정을 봐서 그런지 반복되는 화면에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PD특공대편을 2편으로 나누어 이번주까지 방송할 것이 아니라 지난주에 편집과정과 결과까지 방송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이 닥본사(닥치고 본방사수)를 고수하는 이유는 매 방송마다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새로운 포맷, 새로운 컨셉, 뭔가 재미가 있는 방송이 되지 않을까 하고 보는데 이렇게 재방송 보는 듯한 방송을 보면서 조금 씁쓸했습니다. 또한 정형돈과 문근영이 만나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봤는데, 약만 올리고 만 느낌입니다. 리무진까지 준비한 것을 보면 제작진이 만나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결국 헛물만 켜고 말았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설마 리무진 구경하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요, 태호PD님?
어쨋든 무도멤버들이 2주에 걸쳐 VJ특공대가 아닌 PD특공대가 되어 좌충우돌하며 직접 촬영하고 편집까지 한 작품들 재미 게 봤습니다. 단 3~4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이었지만,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무도 멤버들이 방송 제작의 어려움을 체험했습니다. 출연자들이 제작자 입장이 되봄으로써 스탭진들을 이해 하고, 또 스탭진은 출연자들을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알차고 재미 있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