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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보물을 품은 천년고찰 봉림사에서 만나는 봄날의 쉼표

by 피앙새 202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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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의 명산으로 꼽히는 무봉산 남서쪽 기슭, 그곳에는 도심의 소음을 잊게 해주는 고즈넉한 사찰 봉림사가 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연분홍 벚꽃과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봉림사의 풍경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화창한 봄날 가벼운 산책과 함께 사찰 특유의 평온함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입니다.

봉림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은 기둥이 한 줄로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사찰에 들어서기 전 세속의 번뇌를 씻고 오직 일편단심으로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어요. 일주문 현판에는 '비봉산 봉림사(飛鳳山鳳林寺)'라고 적혀 있습니다.

봉림사 경기 화성시 만세구 남양읍 주석로80번길 139

일주문을 지나니 봉림사 역사를 적은 안내판이 나옵니다. 봉림사는 신라 진덕여왕(647~653)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사찰과 산의 이름에 얽힌 유래가 참 재미있는데요. 궁궐에서 기르던 새가 절 근처 숲으로 날아들었다고 해서 '새가 깃든 숲'이라는 뜻의 봉림사(鳳林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안내판에서 봉림사의 유구한 역사를 배우고 나니 사찰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두 번째 관문이 나타났습니다. 불법을 수호하고 사찰을 지키는 천왕들이 머무는 천왕문(天王門)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이 문은, 사찰이라는 신성한 공간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천왕문 내부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거대한 사천왕(四天王)상이 우리를 압도합니다.

왼편에 칼을 든 채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천왕이 동쪽을 수호하는 지국천왕입니다. 국가를 편안하게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죠. 그 오른편 비파를 들고 계신 천왕은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입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가장 많이 들으며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중생을 제도한다고 해요. 설명문에 잘 나와 있습니다.

왼편에서 용과 여의주를 손에 쥐고 계신 천왕이 남쪽의 증장천왕입니다. 만물을 소생시키고 덕을 길러주는 힘을 상징합니다. 오른편에 탑과 창을 들고 계신 천왕은 서쪽의 광목천왕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눈으로 세상을 살피며 악인을 교화시키시는 분이죠.

천왕문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무봉산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와 함께 숲으로 길게 뻗은 나무 계단을 마주하게 됩니다. 봉림사는 무봉산 자락에 깊숙이 안겨 있어, 사찰 참배와 산행을 동시에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봉림사 주차장은 아주 넓습니다. 비포장 공간이지만 부지가 꽤 넉넉해서 주차 스트레스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주차 요금이 없어서, 화성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수도권 지역 분들도 부담 없이 찾아오셔서 힐링하기 참 좋습니다.

주차장 옆에 종무소가 있습니다. 종무소는 사찰의 행정과 살림을 도맡아 하는 곳입니다. 화려한 전각은 아니지만, 사찰을 찾는 시민들과 신도들의 소망을 부처님께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봉림사 경내로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범종루입니다. 봉림사 범종루는 아래로 길을 내어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게 만든 '누각' 형태의 독특한 구조입니다. 계단을 따라 범종루 아래를 통과하면 드디어 사찰의 중심 마당으로 이어집니다.

보통 사찰의 주련(柱聯, 사찰 건축물의 기둥에 좋은 글귀를 적어 걸어두는 것)은 한문으로 되어 있는데, 봉림사는 한글로 되어 있네요. 범종루 기둥에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욕심 없이 살아가라는 가르침이 범종루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경내로 들어서니,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오색연등이 반겨주었습니다. 빨강, 노랑, 초록의 선명한 연등들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맑은 봄날의 햇살이 연등 사이로 쏟아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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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의 물결을 지나면, 봉림사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모시고 있는 극락전(極樂殿)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곳은 봉림사의 주 법당 역할을 하는 곳이죠. 화려한 단청과 고풍스러운 건축미가 돋보이는 극락전은 서방 극락세계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아미타여래를 모신 전각입니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 보물인 '목조아미타불좌상'이 있다고 합니다.

보물 '화성 봉림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고려 공민왕 11(1362)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불상은 원래 남양 지역의 '관화사'라는 절에 모셔져 있다가 1583년경 이곳 봉림사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섬세한 옷 주름 등이 잘 나타나 있어 고려 후기 불교 조각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봉림사 안내판 참조)

극락전 우측에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을 전파하는 공간, 설법전(說法殿)입니다. 정면 5칸의 널찍한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 건축물로 뒤편으로 펼쳐진 무봉산(또는 비봉산)의 울창한 숲이 병풍처럼 건물을 감싸 안고 있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내부 중앙에는 온화한 미소를 띤 황금빛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설법전과 극락전 사이, 무봉산 기슭에서 흘러나오는 약수터입니다. 사찰 약수터 하면 시원한 물 한 모금이 생각나는데 여긴 마실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안내판도 없음), 바가지도 없어서 물을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극락전 옆으로 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봉림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삼성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삼성각은 산신(山神), 칠성(七星), 독성(獨聖) 세 성인을 모시는 곳으로, 우리 민족의 토속 신앙과 불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삼성각에서 내려다보니 봉림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사찰이 무봉산 자락에 아늑하게 안겨 있습니다. 오색연등이 수놓아진 앞마당과 그 앞으로 배치된 극락전, 설법전 등의 기와지붕이 무봉산의 푸른 숲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둘러본 무봉산 봉림사 탐방기, 어떠셨나요?

제가 가보니 봉림사는 화성시가 숨겨둔 보석 같은 힐링 휴식처입니다. 화사한 연등 아래를 거닐며 느꼈던 평온함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선물 같았습니다. 복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봉림사에서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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