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떠나 성지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언가에 기대고 싶죠. 경기도 수원에 천주교 성지가 있는데요, 북수동성당입니다. 수원의 근대현대사와 천주교 박해역사가 있는 성당입니다.
북수동성당 정문입니다. 정문 오른쪽에 안내판이 있습니다. 주일과 평일 미사 시간 그리고 특이한 것이 성지순례 일정이 나와 있습니다. 순례 일정은 1안, 2안, 3안까지 있는데요, 1, 3안은 도보 성지순례 코스가 수원화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례에 관해서는 안내 사무실로 문의하면 되겠습니다.
북수동성당이 있던 곳은 조선 정조대왕 사후 천주교 대박해가 시작되면서 수원화성으로 체포되어온 많은 천주교인이 심문당하고 백지사형, 교수형, 물고문으로 순교한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천주교 순교지의 중심이라고 합니다.
성당 오른쪽에 높은 종탑이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종은 천주교 선교 당시 프랑스에서 가져온 종이라고 하는데요, 높아서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해가 북수동성당 건립 10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건립 초기 이 종이 힘차게 울렸을 겁니다. 성당 건립 초기에는 자동차 소음 등이 없어서 아주 멀리까지 들렸을 겁니다.
정문을 지나 성당으로 들어서면 수원 순교자 현양비(顯揚碑)가 있습니다. 앞서 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 당시 순교한 천주교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입니다. 현양비는 목재를 세로로 세웠고 그 앞에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도 있습니다.
현양비 오른쪽에 두 개의 돌이 있는데요, 오른쪽은 연자방아이고 왼쪽은 돌형구입니다. 돌형구란 천주교 대박해가 시작되면서 수원화성 안으로 연행된 천주교인들을 심문했던 기구입니다. 구멍이 크게 뚫린 앞쪽에 천주교인들의 목을 놓고 밧줄을 목에 건 다음 구멍이 작게 뚫린 뒤쪽에서 밧줄을 잡아당겨 목을 조이는 형구입니다.
북수동성당 대성전입니다. 성당 십자가 아래 미카엘(Michael) 대천사가 있습니다. 미카엘은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의 이름입니다. 선민(選民)의 수호자, 용의 형상을 한 사탄(악마)과의 싸움에서 하느님의 세력을 나타내는 천사입니다.
북수동성당 터가 박해를 당했던 곳이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악의 무리를 물리칠 수 있는 성 미카엘 대천사를 주보 성인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를 당했던 곳이 붉은 십자가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백 년을 넘어 다시 첫 마음으로
백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대성전 문에 성당 건립 100년을 기념하는 글귀와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북수동성당은 1923년 11월 23일 설립되었다고 하니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많은 풍파를 겪어온 성당입니다. 설립 당시 성당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자세히 보면 1923년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한옥 모습의 성당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대성전 안으로 들어가니 천주교 신자 몇 분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북수동성당은 성지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저도 천주교 신자라 기도했습니다. 큰 것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고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죠. 종교를 떠나 고즈넉한 성당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 마음이 차분해지죠.
대성전 앞에 넓은 잔디광장이 있습니다. 잔디광장 앞에 대형 십자가가 있고 그 앞에 신자들이 기도하는 작은 책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나이 지긋한 부모들이었는데요, 자식을 위한 기도겠죠.
잔디밭 안쪽에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기도처가 있습니다. 그리고 천주교인들이 초를 켜고 기도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초를 켜고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 꼭 그 바람이 이뤄지겠죠.
잔디광장 좌측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1954년 건립된 이 석조(화강석)건물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데요, 안내판을 보니 1934년 설립된 소화학술강습회(현 소화초등학교) 건물입니다. 이 학교는 1946년 6년제로 정식 인가를 받으며 소화국민학교가 되었는데요, 학교가 이전한 뒤 2007년부터 뽈리화랑으로 사용 중입니다.
왜 뽈리화랑일까요? 심 데시데라도 뽈리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죠. 뽈리 신부는 북수동성당의 제4대 주임신부를 역임했습니다. 뽈리 신부는 부임 이듬해 어머니가 준 돈으로 수원 최초의 고딕 성당 북수동성당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물 오른쪽에 뽈리 신부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뽈리화랑 안에 천주교 관련 전시물이 있는데요,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구 소화초등학교(뽈리화랑) 건물 옆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수원시와 천주교 수원교구가 화성행궁과 북수동 옛길인 ‘왕의 골목’ 등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북수동성당에서 담 일부를 허물어 개방했는데요, 주차료는 무료입니다.
북수동성당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든 방문할 수 있습니다. 수원의 천주교 박해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고 구 소화초등학교 등 근대역사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행궁동 왕의 골목 2코스 경유지이기도 합니다. 성지기 때문에 정숙을 유지하면서 관람해야 합니다. 수원화성에 오실 때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 수원 북수동성당(北水洞聖堂)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42
문의 ☎ 031)246-8844※ 미사 시간
월요일 09:30, 화~금요일 11:00, 토요일 11:00, 19:30, 일요일 17:00
홈페이지 http://suwo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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