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판교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판교 신도시에 있다. 판교 하면 한국의 테크노밸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매일 쓰는 카카오톡 본사 등 많은 IT 기업이 있다. 땅값도 비싼 곳인데, 이런 곳에 어떻게 박물관이 세워졌을까?
판교박물관 앞에 안내문이 있다. 판교 신도시 개발을 위해 택지개발을 할 때 문화재 지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4개소에서 고고 유적이 발견되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03~2008년까지 5년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발굴조사 결과 구석기시대부터 전 시대에 걸쳐 유적과 유물 6천여 점이 발굴되었다. 이렇게 발굴된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판교 역사공원 내에 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판교박물관 입구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지상 1층과 지하 1층 등 두 개 층이다. 1층은 돌방무덤 1호(체험학습장), 상설전시장이 있고 지하 1층은 백제 9호분 등 돌방무덤과 수장형 전시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장 등이 있다.
1층 안내데스크 앞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 활동지가 있다. <판교박물관 땅속 이야기>인데, 내용을 보니 유물 이야기 퀴즈, 크레파스로 돌방무덤을 색칠하는 등 박물관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으며, 방문객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박물관 관람을 활성화하기 위해 앱(APP)으로도 만날 수 있게 했다.
관람 방향에 따라 먼저 상설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판교신도시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6천여 점의 유적 중 일부를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전시물은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 조선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벽에 상세한 설명 자료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판교지역은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지리적 요충지로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교통·상업·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선사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 시대, 조선 시대의 판교와 매장문화재가 많다. 토기와 장신구 등을 보니 학창 시절 역사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상설전시관을 나오면 돌방 1호(체험학습장)이 있다. 박물관 전시물 중 돌방무덤이 핵심이라 체험학습장 이름에도 ‘돌방’ 이름을 붙였다. 입장할 때 안내데스크에서 받은 체험활동지를 이곳에서 할 수 있다. 책상 위에는 체험을 위한 크레파스가 있고, 벽에는 돌방무덤에 관한 자세한 설명판이 있다.
돌방 1호 체험학습장에서 내려다보면 지하 1층이 보인다. 돌방무덤이 여기저기 있다.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본다. 노약자와 어린이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있다. 지하 1층에는 돌방무덤, 체험학습장, 수장형 전시실 등이 있다.
지하 1층도 관람 방향을 따라가면 된다. 돌방무덤 이전-복원 안내판이 가장 먼저 나온다. 판교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백제 돌방무덤 9기와 고구려 돌방무덤 2기는 삼국시대 고분을 국내 최초로 발굴 상태 그래도 이전한 사례라고 한다. 지하 1층에서 상설전시 중인데, 고구려 돌방무덤은 위치상 중장비 진입이 불가능하여 부재 하나하나 해체하는 방식으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돌방무덤 복원과 이전을 체험해볼 수 있다. 모래 속에 유물 파편이 있는데, 이 파편들을 모아서 유물 발굴 복원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왔을 때 유물 복원을 어떻게 하는지 재미있게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곡괭이, 삽, 호미, 망치 등을 이용해 유물을 복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백제 9호 굴식돌방무덤이다. 돌을 이용하여 널(관)을 넣는 방을 만들고, 방의 한쪽에는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만든 뒤에 흙을 덮어씌운 무덤이다. 유물로는 토기, 장신구, 관못 등이 출토되었다. 널방 바닥에 아무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묻힌 사람을 바닥에 그대로 안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판교지역에서 조사된 9기의 백제 석실분은 입구인 널 길이 오른쪽에 있는 점, 배부름 기법으로 벽을 올린 점, 아치형(穹隆形) 천장 등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한성백제기 돌방무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터치스크린 설명 참조) 현재 9기의 무덤 중 1·2·3·4·7·8·9호는 판교박물관 실내에 이전 복원을, 5·6호는 야외에 현지 보존하여 판교지구 내에서 발굴 조사된 유적에 대해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다음은 고구려 1호 돌방무덤이다. 백제 돌방무덤과 비슷한데, 위에 지붕처럼 큰 돌이 두 개 놓여 있다. 스크린 화면 설명을 보니 고구려 돌방무덤은 지상에 무덤의 벽석(壁石)과 봉토(封土)를 거의 동시에 만들어가며 쌓아 올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현재 2기 모두 판교박물관 내에 이전 복원하여 전시 중이며, 이 중 1기는 널방이 2개인 쌍실묘(双室墓)로 모두 한강 이남에서는 보기 드문 고구려 돌방무덤으로 가치가 있다.
돌방무덤을 관람하고 체험실(돌방 2호 학습장)로 가봤다. 이곳에는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고누놀이 등 전통 놀이가 많다. 박물관이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070 세대인 나도 처음 보는 놀이도 많다.
그중 한국의 고누놀이가 눈에 띈다. 땅바닥이나 널판이 놀이판을 그려놓고 말을 조종하면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고누 유적은 부여 부소산성 성 돌에 새겨진 참고누 흔적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판화, 게임으로 풀어보는 퀴즈, 돌방무덤 만들기, 별자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체험장 안쪽에 고구려, 백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복식 체험장이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곳에 있는 옷은 삼국시대에 살았던 신분이 높은 사람들 옷을 복제한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구려, 백제 시대 왕과 왕비, 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 곳이다.
옷의 종류는 왕과 왕비 옷 2벌, 태자와 공주 옷 4벌, 고구려 무용수 옷 2벌, 어린이 갑옷 1벌과 장신구(절풍모, 배띠. 신) 등 총 9벌이다. 마음에 드는 1벌의 옷을 선택해서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판교박물관은 수장고가 있다. 수장고는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항온항습기를 가동하여 적절한 환경을 갖춘 유물 보존 장소다. 수장고 내부 환경은 보존 유물에 따라 20±4°C, 습도는 금속 유물의 경우 50% 이하, 도자기 및 유리는 40~60%를 유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장고는 철저한 보안 관리와 함께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데, 판교박물관은 공개하고 있다.
판교박물관 수장형 전시실에 있는 유물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이루어진 판교택지 개발을 위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결과 약 6천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어 국가 귀속 처리되었다. 2018년 판교박물관 수장형 전시실이 완공됨에 따라 한국문화재단에 보관 중이던 판교 출토 유물 4,741점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성남시가 위탁받아 판교박물관에서 보관 관리하게 되면서 진본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판교박물관은 도시개발과 역사문화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조화롭게 풀어낸 박물관이다. 그 결과 오랜 시간 땅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1,000여 년 전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판교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여행을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고구려와 백제의 돌방무덤을 볼 수 있는 진귀한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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