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천년고찰 봉녕사가 있습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지만, 그중 으뜸은 가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 들리시나요?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사찰 풍경이 조금 오래 머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 빨리 달아나버리죠. 봉녕사의 만추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봉녕사는 1년에 한두 차례 방문하는 곳인데요, 창룡대로에서 일주문을 통해 갔었죠. 이번에는 월드컵 보조경기장 쪽으로 갔습니다. 보조경기장 주변 도로에 단풍이 절정입니다. 젊은 연인들의 핫플로 유명한 카페 옆에 봉녕사 가는 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가을을 느끼며 차를 한잔 마시고 싶은 노천카페입니다.
카페를 지나 조금 걸으면 작은 출입문이 있는데요, 이곳으로 봉녕사를 가는 시민도 많았습니다.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출입 불가입니다.
봉녕사 경내로 들어오니 가을 색이 완연합니다. 하늘 높이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갈색으로, 3단 샘물 옆 단풍나무는 빨갛게 익어갑니다.
샘물터에서 봉녕사를 바라보니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사찰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이렇게 멋진 가을 풍광을 좀 더 오래 붙잡고 싶네요.
부처님 진신사리 9과를 모신 곳입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엎드려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6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수능을 앞두고 봉녕사 등 수원 관내 사찰에는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봉녕사 범종각에는 에밀레종을 닮은 큰 종이 걸려 있습니다. 다른 절에는 보통 종만 있는데요, 봉녕사는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4가지 법구인 종, 목어, 운판, 법고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매일 새벽 수원 시민을 깨우는 종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립니다.
범종각 앞에 금라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 앞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사찰 내에 이렇게 차를 마시며 담소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카페 안은 한옥처럼 목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카페 안은 정갈하면서도 깔끔합니다. 봉녕사를 둘러본 후 이곳에서 커피, 레몬에이드 등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영업시간 09:00~16:30, 매주 월 휴무)
대적광전으로 가는데, 오른쪽에 모과나무가 있습니다. 노랗게 익은 모과에서 향이 진하게 풍깁니다.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겨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속담이 있죠. 모과는 생긴 것과는 달리 뛰어난 향과 효과를 지닌 과실로 효소로 담가 겨울에 차로 마시면 좋죠.
대적광전은 여느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곳입니다. 제가 갔을 때 법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많은 불자가 부처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능을 앞두고 사찰과 교회, 성당에서 많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겠죠.
대적광전 앞에 아주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요, 안내판을 보니 지정일(2007년 5월) 기준으로 수령이 800년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수령은 816년 됐네요. 이 향나무가 봉녕사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봤겠죠.
대적광전 우측에는 용화각(유형문화재 제151호)이, 좌측에는 약사보전이 있습니다. 안을 보려는데, 이곳에도 많은 불자가 기도하고 있어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습니다.
봉녕사를 둘러본 후 주차장 쪽으로 갔습니다. 빨간 단풍나무가 ‘나를 보러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예쁜 단풍잎을 주워서 책 속에 끼워두곤 했었죠. 시간이 지나 무심코 책을 넘기다 바짝 마른 단풍잎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봉녕사 일주문입니다. 일주문 현판에 한문으로 광교산 봉녕사로 쓰여 있습니다. 일주문 안으로 가을이 보입니다. 매번 이쪽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거꾸로 오니 새롭습니다.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갑니다.
봉녕사는 비구니들의 수행 공간입니다. 그래서 여느 사찰보다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가을 색으로 물든 봉녕사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죠.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만추 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봉녕사를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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