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이나 바위에 관한 전설이 많죠. 경기도 광주시에도 바위 전설이 있는데요, 곤지암(昆池岩)입니다. 이 바위는 조선 중기 명장 신립(申砬, 1546∼1592) 장군은 물론 마을 이름도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1월말 소머리국밥 먹으러 갔다가 들렀습니다.
곤지암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로(72번지)에 있습니다. 마을 이름이 곤지암읍인 것은 곤지암에서 유래가 됐죠. 곤지암에 가보면 큰 화강암 바위(높이 3.6m, 폭 5.9m) 한 개와 작은 바위(높이 2m, 폭 4m) 두 개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바위 같은데요, 이 바위는 신립 장군과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곤지암 앞에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는데요, 아주 자세히 나와 있네요.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났죠. 신립 장군은 왜구가 조선을 침입할 때 삼도도순변사(三道都巡邊使)로 임명되어 충주 달천(達川)에서 왜군과 싸웠습니다. 그런데요, 왜군에게 참패를 당했습니다. 신립은 부하 장수인 김여울과 함께 강물에 투신해 자결했습니다.
살아남은 병사들이 물에서 신립 장군의 시신을 수습했을 때 신립의 모습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당장이라도 왜군에게 호령할 것 같은 기세였다고 하네요. 죽어서 눈을 감지 못한 것은 그만큼 억울한 죽음을 말하는데요, 눈까지 부릅뜨고 있었다니 신립의 한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어쨌든 병사들이 신립의 시신을 경기도 광주로 옮겨 장사를 지냈는데요, 그 후로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신립의 묘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양이처럼 생긴 바위(일명 猫바위)가 하나 있었는데요, 누구든지 말을 타고 그 바위 앞을 지나려고 하면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럼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겠죠.
그러던 중 어떤 장군이 그 바위 앞을 지나가다 신립 장군의 묘를 찾아갔습니다. 왜 오고 가는 행인을 바위 앞에 내리게 해서 괴롭히냐고요. 그러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와 함께 벼락이 내리쳐서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그 옆에 큰 연못이 생겼습니다.
이 바위가 곤지암이고요, 연못은 소하천과 연결되어 한강으로 흘렀으나 현재는 복개되어 그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연못 자리에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곤지암을 한문으로 쓰면 '昆池岩'이잖아요. 여기서 곤(昆)은 뒤섞일 곤, 지(池)는 연못지, 암(岩)은 바위 암입니다. 즉 '연못과 바위가 뒤섞였다.'라는 뜻입니다. 벼락을 맞고 갈라진 바위틈에서 향나무가 나와 자라서 지금도 400년이 넘도록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바위 사이를 뚫고 나와 자라는 향나무를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향나무를 경계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두 개가 있는데요, 제 눈에는 큰 바위는 어머니, 작은 바위 두 개는 자식처럼 보이네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자(母子)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곤지암 주변에 곤지암초등학교, 곤지암중학교, 곤지암고등학교, 곤지암사거리, 곤지암 나들목 등이 있죠. 곤지암이 있던 자리에는 옛날에 무엇이 있었을까요? '해동지도(광주부)'에 보면 곤지암은 곤지암 주막으로 표기될 만큼 이 부근에 주막이 많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주막 대신 곤지암 소머리국밥집이 많죠.
곤지암은 이제 광주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곤지암 주변에 소머리국밥집이 많기 때문이죠. 중부고속도로와 광주 이천 간 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이 곤지암읍이잖아요. 그래서 수도권은 물론 곤지암 나들목을 지나다 들러 소머리국밥 한 그릇을 먹을 정도죠. 어찌 보면 곤지암이 광주시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니까요.
곤지암읍은 경기도 광주시 가장 동쪽에 있는 지역입니다. 주변에 곤지암천이 흐르죠. 곤지암초등학교 옆에 있는 곤지암은 1985년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6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곤지암은 광주시에서 유명한 역사 문화재인데요, 그 유명세 비해 문화재로서 관리가 조금 아쉽습니다. 주변을 좀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광주시에 잠들어 있는 신립 장군과 곤지암읍 등 많은 지명 유래를 담은 소중한 바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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