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백천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티맵에서 백천사를 입력하니 4시간 넘게 걸린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세히 보니 경남 사천시에 있는 백천사였습니다. 다시 검색해보니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백천사가 나왔습니다. 교행이 쉽지 않을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가면 율석 삼거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백천사까지 약 200여m 더 가면 됩니다.
백천사 입구에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 여름 무렵에 한 번 왔었는데요, 그때는 파라솔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밖에는 없고요, 모두 안으로 들어가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백천사는 따로 일주문이 없습니다. 카페 옆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습니다. 백천사 경내 대웅전 앞에도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경내로 들어서면 큰 바위에 많은 부처님상이 반겨줍니다. 부처님상을 바위 위에 고정해 올려놓았는데요, 커다란 염주를 들고 중생을 위해 기원하고 있습니다. 맞은 편으로 가면 대형 부처님과 그 뒤로 작은 부처님이 빼곡하게 있습니다.
사찰로 들어서려는데, 좌측에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그런데 겨울이라 물이 꽝꽝 얼어 있습니다. 겨울을 실감합니다.
다른 사찰과 달리 백천사는 경내에 크고 작은 조각상이 많습니다. 저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요, 조각작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조각상 하나하나가 모두 정성을 다한 작품입니다. 백천사 경내는 지붕 없는 불교 박물관 같습니다.
백천사 전각은 대웅전과 지장전 딱 두 개입니다. 다른 절은 삼성각, 범종루 등 전각이 많은데, 여긴 참 소박합니다. 대웅전은 3층 건물인데요, 1층은 사무실과 식당 등이고요, 2층에 김교각 전시실, 3층은 법당입니다.
저는 계단을 따라 2층 김교각 전시실로 갔습니다. 참고로 대웅전은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김교각 전시실에 가니 비구니 스님들이 겨울 승복을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들께 전시물을 보러 왔다고 하니 구경하라고 했습니다.
먼저 김교각 스님을 간단히 소개할까요. 김교각은 통일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부귀영화를 버리고 중국으로 건너가 구도의 삶을 살다가 입적한 스님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엄친 아들인데요, 모든 것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하는 게 쉽지 않겠죠.
여기서 전시물을 다 소개하긴 어렵고요, 눈에 띄는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제대 오른쪽에 김교각 스님의 발자국이 있는데요, 이곳에 두 손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합니다. 저는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습니다.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김교각 스님은 풍채가 굉장히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스님이 쓰셨던 모자, 신발을 보니 아주 크니까요. 그런데 이게 진짜 스님이 썼던 모자와 신발일까요? 승복을 정비하던 비구니 스님께 여쭤봤더니 진짜라고 하네요.
백천사의 목탁은 스케일도 다릅니다. 보통 스님은 들지도 못하겠네요. 하하하~
김교각 전시관에 신기한 것이 많은데요, 구룡용정 분수동분도 그중 하나입니다. 설명문을 보니 구룡용정은 기원전 5세기경 만들어진 중국 고대 3대 발명품 중 하나로 황제만이 사용했던 세숫대야라고 합니다.
패엽경이라고 하는데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당나라 때부터 나뭇잎에 새긴 불교 경전입니다. 자세히 보면 한자가 아니라 이상한 문자입니다. 당나라 때 한자는 이렇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요, 자세한 내용이 없어 더 이상 설명이 어렵네요.
2층 김교각 전시실에서 3층 법당으로 갑니다. 여느 법당처럼 제단에 부처님 세 분이 모셔져 있고요, 천정에는 연등이 걸려 있습니다.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했습니다. 뭐 다른게 있나요.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죠.
대웅전 발코니로 나가보니 경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날씨가 추워 을씨년스럽지만, 백봉산에서 내려오는 공기만큼은 상쾌했습니다.
대웅전 옆은 지장전입니다. 혼자 가서 그런가요? 고즈넉한 적막감이 맴도는 지장전은 조금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나왔습니다.
사찰 외부를 돌다 보니 대웅전 오른쪽에 장독대가 있습니다. 장독대는 고추장, 된장, 간장이 익어갑니다.
대웅전 뒤 건물은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지만, 가마솥이 걸려 있고 장작불이 타고 있습니다. 이런 풍경 보기 힘들잖아요. 저도 모르게 아궁이 앞에 앉아 불멍했네요. 캠핑 가서 불멍 많이 하는데, 사찰에서 하는 불멍도 괜찮네요.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백봉산 자락의 백천사에서 새해 소망을 빌면 백 개는 아니더라도 하나는 이뤄주겠죠. 2023 계묘년도 한달이 훌쩍 지나 어느새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봄을 앞두고 방문했던 남양주시 백천사는 고즈넉한 풍경에 취하기 딱 좋은 사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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