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성지는 광교산에 있는 천주교 교우촌입니다. 박해시대 지방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들이 기해박해(1839년) 전후에 서울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 교우촌을 이룬 것을 생각할 때 손골교우촌도 이 시기에 형성된 것 같습니다. 손골은 순교지는 아니지만, 손골에서 생활하던 신자 중에 순교자가 여러 명 있습니다.
손골성지로 들어가는 길은 전원주택이 많은 곳입니다. 성지 입구에 '광교산 첫동네, 창포향이 시작되는 마을' 안내판이 있네요. 그만큼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죠. 하지만 도로가 좁아서 교행이 어려운 곳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이 웅장하게 보입니다. 성당은 최근에 지어진 듯 외관이 깔끔합니다. 저는 천주교 모태 신자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당에 들어서니 맨 앞쪽에서 신자 한 분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올 한해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내달라고 소박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당에서 내려와 손골기념관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갈 때마다 문이 잠겨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기념관 앞에 청년 김대건 길 스탬프 함도 있습니다.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리는 '청년 김대건 길' 스탬프를 찍는 곳입니다. 청년 김대건 길에 있는 은이성지와 미리내성지, 김대건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골배마실 성지 그리고 고초골공소와 손골성지 등 용인의 대표순례지 5곳으로 진행됩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좌석과 좌우 벽면에 전시물이 있습니다.
그중 도리·오메트로 신부의 조선 입국 경로와 배가 눈길을 끕니다. 파리에서 돌고 돌아 조선 땅에 도착해 신앙을 전파한 것을 보니 정말 지난한 과정입니다.
손골성지는 원래 교우촌이 있던 곳입니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의 주된 선교지입니다. 성 도리 헨리코 신부가 사목활동을 하다 신자들을 모두 피신시킨 후 홀로 포졸들에게 체포된 곳일 뿐 아니라 성 오메트로 신부 등 여러 선교사가 입국해서 한국말과 풍습 등을 배우며 선교를 준비하고 활동했던 곳입니다.
손골성지는 성 도리 헨리코 신부의 유해 일부를 모신 묘와 동상, 십자가의 길, 경당과 기념관, 피정의 집, 성 도리 신부 순교비가 있습니다.
성지에 들어서면 도리 신부와 오매트르 신부 성상이 보입니다. 도리 신부는 한국에서 머문 시간의 대부분을 손골에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손골에서 신앙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박해를 받다가 27세의 나이로 순교하였습니다.
도리 신부와 오매트로 신부 성상 옆으로 안토니오 주교 등 외국 신부와 우리나라 103위 성인들이 있습니다. 이름이나 행적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순교자 성상과 고향이 북한인 성인도 있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손골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체포되어 순교한 무명 순교자 4위의 유해를 미리내 무명 순교자 묘역에서 손골성지로 옮겨와 안치했습니다.
산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무명 순교자 묘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성상에 나오는 이름이나 행적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순교자들입니다. 살아 있을 때는 마음껏 하나님을 따르지 못했지만, 이제 양지바른 곳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편히 쉬고 계십니다.
주차장 뒤쪽에 있는 산으로 가보면 돌 십자가가 있습니다. 도리 신부 순교비입니다. 손골성지 개발은 도리(H.P.Dorie, 1839~1866) 신부 고향 프랑스 쌩 틸레르 드 딸몽(Saint-Hilaire de Talmont)에서 보내온 돌 십자가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딸몽 성당에서는 도리 신부 순교 100주년을 맞아 그 부모가 사용하던 맷돌로 십자가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도리 신부 생가에 모시고, 다른 하나는 손골로 보내왔습니다.
이 십자가를 받고 손골에서는 도리 신부 순교비를 세웠는데요, 순교비 꼭대기에 딸몽에서 보내온 돌 십자가를 올려놓았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손골기념관에서 보니 당시 돌 십자가를 세우던 흑백 사진이 있습니다.
순교비는 1966년 10월 24일 축복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손골의 순교비는 형태를 달리하기도 했지만, 2014년 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그 머나먼 조선까지 와서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도리 신부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손골성지를 갔을 때 평일이지만 많은 천주교인이 성지 순례를 왔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이런 곳에 오면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됩니다.
손골성지는 옛날에 핍박을 피해서 온 광교산 깊은 골짜기라 그런지 가는 길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차장도 아주 좁습니다. 저는 평일에 가서 주차장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성지라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용인 손골성지는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역사를 품고 있는 성당입니다. 새해 초를 맞이해 소망을 빌러 잠시 들렀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어느 성당을 가든 두 손을 모으게 되잖아요. 2023 계묘년에도 소확행을 느끼며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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