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 옆에 '문화역서울284'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원래 서울역사였죠.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이자 교통과 교류의 관문이었습니다. 설날과 추석에 열차표를 예매하는 광경이 TV로 꼭 나왔던 곳이죠. 서울역사를 새로 지어서 이전하고 이 건물은 원형을 복원하여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습니다. 문화 예술의 창작과 교류가 이뤄지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시, 공연이 열립니다.
구 서울역사는 2층으로 된 르네상스식 건축물입니다. 서울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우측으로 약 150m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1층과 2층 각 방의 위치를 LED 조명으로 알려줍니다. 구 서울역(경성역)은 규모도 상당했지만 붉은 벽돌, 화강암 바닥, 인조석을 붙인 벽, 박달나무 바닥으로 이루어진 유럽식의 이국적인 외관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2층의 최초의 양식당 '그릴'은 양식당 자체를 그릴이라고 통용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구 서울역사의 중앙홀은 서울역의 중심 공간입니다. 12개의 석재기둥과 동쪽, 서쪽의 반원 창, 그리고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석재기둥을 자세히 보면, 기둥 아래에 위치한 받침돌의 높이가 다른 것보다 높은 기둥이 있는데요, 이 기둥을 연결하면 소화물 접수창구의 위치가 됩니다. 중앙홀에는 과거 매표소, 안내소, 선물의 집, 매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구 서울역사였던 '문화역서울284'에서 <나의 잠(My Sleep)>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1/3을 잠을 자면서 보내죠. 잠에 관한 전시회였는데요, 얼마 전에 서울역에 갔다가 일을 마치고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서울역에 열차를 타러 왔다가 시간이 남을 때 '문화역서울284'는 문화를 감상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전시 내용보다 구 서울역사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각 공간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문화역서울284 <나의 잠 My Sleep>
전시 기간 : 2022.7.20~9.12
전시 시간 : 오전 10:30~오후 5:00
(매주 월요일은 휴관)
내부공간 투어 : 7.20~9.12
투어 시간 : 10:30, 11:30, 14:00 15:00, 16:00, 17:00
(예약문의 : 02-3407-3550)
관람료 : 무료
1층 중앙홀에 동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쉬거나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이 아니고 동물 탈을 쓴 사람(모형)입니다. 당나귀 옷을 입고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은 북한에서 탈출한 40대 농민입니다. 이분은 불법 체류자지만, 이러한 퍼포먼스를 행해주는 조건으로 하루 8시간, 시간당 미화 8달러를 미술가로부터 지급받는다고 합니다. 이분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리탈을 쓴 이 사람은 가정주부입니다. 대학생인 두 자녀와 곧 은퇴를 앞둔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분의 큰 관심사는 동네 조그만 상가의 한 공간을 매입해 월세를 받는 것입니다. 이분의 소원은 주말마다 배드민턴을 치고 맥주를 같이 마시는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사는 것이라고 하네요. 굉장히 소박한 바람이죠. 이분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1층 중앙홀 오른쪽은 3등 대합실입니다. 열차의 일반석을 이용하던 승객이 대기하던 장소죠. 서울역 광장에서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천장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노출되어 있어서 1925년 당시로서는 첨단이었던 건축 공법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1, 2등 대합실이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잠에 관한 블루스크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원래 화려한 장식이 인상적인 곳이라고 합니다. 3등 대합실이 따로 있어서, 이곳은 1, 2등석 표를 구매한 승객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서측 복도에는 체험 공간으로 간이 침대와 쿠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잠시 이곳에서 쉴 수 있습니다.
이곳은 부인대합실입니다. 1, 2등석 표를 구매한 여성 이용객을 위한 공간인데요, 나무 인테리어가 특징입니다. 1925년은 근대 문물이 들어오면서 사회가 급변하고 있었지만,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처럼 아직 전통 가치관이 남아있던 시대였습니다. 이 공간은 해방 후에는 여객과장실로 바뀌었고요, 1969년에는 부역장실로 사용되었습니다. 공간마다 출입구에 설명판이 잘 되어 있습니다.
구 서울역장실이었습니다. 역장실은 역장이 근무하던 사무실이죠. 공간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역장이 직접 귀빈(VIP)을 직접 의전하기 위해 귀빈실 옆에 역장실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럼 역장실 옆 귀빈실을 볼까요.
이곳은 귀빈실입니다. 대통령 등 국가 귀빈이 대기하도록 만든 장소죠. 독립된 출입구와 영역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벽난로와 방을 비추는 거울, 그리고 고급 장식 벽지로 마감된 벽면은 귀빈실의 높은 격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주 출입구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준공 당시의 사진을 근간으로 새롭게 복원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인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됐던 공간입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복원전시실이 나옵니다. 구 서울역사 복원의 전 과정과 주요 복원 공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준공 당시 이발소와 화장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는데요, 서울역을 지탱하는 붉은 벽돌의 구조벽체를 그대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구 서울역사의 복원 작업은 2004년 KTX 고속철도 개통으로 기차역의 기능을 상실한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회복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시작되었죠. 복원의 기본 방향은 1925년 준공 당시의 모습을 복원의 기준으로 삼되, 내용적으로는 서울역사 준공 이후 서울역과 함께 한 지난 80여 년의 삶과 기억을 담도록 하였습니다.
구 서울역사 복원 과정에서 수집된 건축 부재와 건축 당시의 시공 기술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서울역의 원 건축구조를 드러내도록 기획하였는데요, 전통적인 붉은 벽돌 구조에 1920년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철골 구조 외에 석재를 구조체 일부로 혼용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마감재와 창호, 장식물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식당 그릴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으로 왼편에 있는 그릴 준비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용 엘리베이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릴 벽면에 있는 벽난로도 지금 봐도 잘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양식을 즐기시던 분들은 지금 다 돌아가셨겠죠?
<문화역서울284>는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여기서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로, 역사와 예술 경험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역서울284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철도 역사는 경인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00년에 경인선이 서울 남대문역까지 진입하게 되었고, 당시의 목조 역사를 남대문 정거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경성역의 시초이자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문화역서울284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역사적인 공간이면서 새로운 예술을 만나면서 변모하는 공간입니다. 르네상스 장식들, 스테인드글라스, 붉은 벽돌과 같은 과거의 물건들과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 기간 외에 <문화역서울284>에 방문하시면 1925년 경성역의 모습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100년 전 옛 서울역을 살펴볼 멋진 기회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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