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처인구 원삼면에 이주국(李株國) 장군 고택이 있습니다. 조선 후기 가옥의 형태를 아주 잘 보여주는 집입니다. 제가 이 고택을 눈여겨본 이유는 조선 시대 무신(武臣)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조선 시대 고택들은 대부분 문신의 집인데요, 이 집은 무신의 집입니다.
이주국 장군 고택은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6호입니다. 대문 오른쪽에는 이주국 장군 고택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문화재라서 사람이 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대문이 열려 있어 들어 가보니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문화재자료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구경하실 때는 양해를 구하고 주거하는 분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길 다란 마당이 있고 가운데 안채, 좌측은 행랑채, 우측은 안방과 사랑채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당에는 돌로 경계를 만든 화분이 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사람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먼저 사랑채부터 볼까요? 사랑채는 이주국 장군 고택의 풍모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채는 4칸 규모로 다락방까지 갖추고 아래는 아궁이가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집의 한 가운데에 독립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아주 정감 있는 모습입니다. 가마솥과 장작을 보니 시골 고향 집 생각이 납니다. 고택은 정리가 된 모습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것보다 오히려 더 정겨웠습니다.
사랑채 앞에는 행랑채가 있습니다. 행랑채는 앞면 7칸으로 대문과 방, 창고로 구성돼 있습니다. 너무 오래돼 최근 행랑채를 복원해 중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쓰지 않고 있지만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 고관대작 집을 보는 듯합니다. '이리 오너라~' 하면 금방이라도 마당쇠가 뛰어나올 듯합니다.
여기가 안채입니다. 가운데 대청마루가 있고 왼쪽부터 광, 부엌, 대청, 건넌방 순입니다. 대청마루는 원목으로 잘 짜여 있는데요, 여름에 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시원하겠죠? 어릴 적 외가에 가면 대청마루에 벌러덩 누워서 할머니가 쪄주시던 옥수수를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대청마루 위를 보니 가옥의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제비집이 보입니다. 지금은 제비가 보이지 않지만, 이 집에 들락날락하며 새끼를 키우던 둥지가 있어서 흥부네 집에 박 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생각났습니다.
대문 앞에 있는 안내판을 봤을 때 안채 기와에 '건륭 18년 유일조작(乾隆十八年酉日造作)'이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것으로 봐서 이 가옥이 영조 29년(1753)에 건축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약 270년 된 고택이네요. 그만큼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대청마루 뒤로 가보면, 장독대가 있습니다. 장독대 뒤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있는데, 겨울이라 가지가 잘렸습니다. 장독대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익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의 손맛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장독대를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사랑채 옆쪽으로 쪽문이 나 있습니다. 이곳을 올라가 보니 담장 뒤로 텃밭이 있습니다. 텃밭에는 오이, 가지, 호박, 옥수수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닭장도 있어서 아침마다 '꼬끼오~' 하는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 풍경입니다.
이주국 장군 고택은 1989년 전통 건조물 제3호로 지정된 가옥입니다. 지정 당시 소유자의 이름을 따서 '정영대 가옥'으로 불렸는데요, 2000년에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재지정되면서 '용인 이주국 장군 고택'으로 지정 명칭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용인에서 보기 드문 조선 시대 무신의 집이죠.
고택을 한 바퀴 구경하고 나오다 보니 오래된 향나무가 사랑채 앞에 보였습니다. 향나무는 수령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나무 높이나 둘레로 보아 수백 년이 넘은 듯 보였습니다. 이 향나무가 이주국 장군 고택의 역사를 그대로 지켜봤을 겁니다.
이주국 장군 고택이 있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인근에 농촌테마파크, 내동마을 연꽃단지, 법륜사 등이 가까이 있어서 한 번쯤 들러 볼만한 곳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처인구 원삼면입니다. 특히 요즘 이런 고택은 보기 쉽지 않잖아요.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안고 있는 이주국 장군 고택에서 2021년을 앞두고 무신(武臣)의 기운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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