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는 역사문화 유산이 많습니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장이죠. 광주시 오포읍을 지나다 김자수 선생 묘 간판을 봤습니다. 역사 인물 같은데요, 어떤 분일까요? 포은 정몽주 못지않은 충신입니다. 얼마 전에 김자수(金自粹) 선생 묘소를 다녀왔습니다.
광주시와 성남시 경계인 태재고개를 넘어 오포읍 신현리 생태길로 들어가면 경기도 기념물 제98호 김자수 선생 묘 안내판이 나옵니다. 들어가는 길이 좁아서 차량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갔습니다. 길을 좀 넓혔으면 좋겠네요.
생태길 118번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촌교가 나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요, 김자수 선생 호가 상촌(桑村)이기 때문에 다리 이름을 상촌교로 명명했네요. 이 다리를 건너면 김자수 선생 묘가 나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신도비가 있고요, 그 좌측에 비각이 보입니다.
신도비가 두 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세워져 있지 않고 눕혀져 있습니다.
신도비 하나가 눕혀진 이유는 뭘까요? 김자수 선생의 유언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자수 선생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우왕 초에 사간원의 정언이 되었습니다. 이때 왜구 토벌의 공로로 포상받은 조민수의 사은 편지에 회답하는 교서를 지으라는 왕명을 받았으나, 조민수가 왜구와의 전투에서 도망쳐 많은 병사를 죽게 하였다고 이를 거절하여 전라도 돌산에 유배되었습니다.
김자수 선생은 1392년 고려왕조가 붕괴되고 조선왕조(朝鮮王朝)가 건국되자 모든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안동에 은거했습니다. 조선 태종이 형조판서로 불렀으나 나가지 않고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하여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을 지켰습니다.
600여 년이 흐른 와비는 1928년 후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김자수 선생의 후손 가운데 추사체로 잘 알려진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김자수의 15대손입니다. 비문이 닳아 없어져 채유후(蔡裕後 조선 중기의 문신, 대사헌)가 내용을 지어 건립하였습니다.
신도비 좌측에 비각이 있고요, 그 안에 순절비가 있습니다. 순절비는 충절(忠節)이나 정절(貞節)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을 뜻하는데요, 그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입니다. 순절비에는 한문으로 ‘고려 충신 상촌 김선생 자수 순절비’라고 쓰여 있습니다.
비각 오른쪽에 상촌시비가 있습니다. 시비에는 김자수 선생이 죽기 전에 남긴 절명시가 있습니다.
신도비 뒤로 김자수 선생 묘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계단 앞에는 김자수 선생에 대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여름이라 그런지 땀이 많이 납니다. 중간중간에 벤치가 있어 쉴 수 있습니다.
묘 앞에는 혼유석·상석·향로석이 있고, 그 앞에 장명등(長明燈: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등)이 있으며 좌우로 석양(石羊)과 망주석이 각 1쌍, 문인석이 2쌍 배열되어 있습니다. 상석 좌우에 세워진 문인석은 양식으로 보아 조선 초기의 것이며 묘역 앞쪽의 문인석은 조선 후기의 양식입니다. 그 밖의 상석·장명등·석양 등은 최근에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묘 앞에는 묘비가 있잖아요. 묘비는 김자수 선생 유언으로 세우지 않았습니다. 묘비가 없어서인지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김자수 선생 묘 뒤로는 아들 근(根)과 며느리 우봉 이씨 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묘 뒤로는 불곡산(해발 335m)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자수 선생 묘 뒤쪽에 있는 며느리 우봉이씨 묘입니다.
김자수 선생 며느리 묘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원래 김자수 묘가 가장 위쪽에 있어야 하는데요, 아들과 며느리 묘가 아버지보다 위쪽에 있어 순서가 뒤바뀐 역장(逆葬)의 형태입니다.
충절 하면 고려 말 충신 정몽주가 떠오르잖아요.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에 정몽주 묘역이 있는데요, 태재고개와 직선거리로 4km 떨어져 있습니다. 김자수 선생은 정몽주 묘가 보이는 태재고개에서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했다고 합니다. 김자수 선생은 정몽주 못지않은 충신인데요, 정몽주에게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충신 김자수 선생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의 묘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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