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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에 있는 조선 후기 수내동가옥

by 피앙새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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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에는 초가집이 한 채 있습니다. 이 초가집(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8호)은 조선 후기에 지어졌는데요, 신도시 공원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고풍스런 정자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분당중앙공원은 신도시 1기인데요, 도심 한가운데 뉴욕 센트럴파크 못지 않은 공원이 있어서 중앙공원으로 불립니다. 이곳은 성남시민들의 쉼터이자 휴식처입니다. 돌마각 호수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하늘로 뿜어내고 있는데요, 돌마각 정자에 오르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곳입니다. 옛날부터 조상들이 마을이나 집 근처에 정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돌마각 옆에는 아담하고 작은 초가집이 한 채 있습니다. 이 집은 ‘수내동가옥'(19세기 한산 이씨 살림집으로 이택구가옥으로도 불림)으로 불리는데요, 지은지 약 300년 된 집이라고 합니다. 분당 신도시를 조성할 때 이 근처에 이런 집들이 약 70호 가량 있었는데요, 다 허물고 한 채만 상징적으로 남겨둔 곳이라고 합니다. 집 지위에는 마을 어귀에 있던 큰 느티나무와 향나무, 연못, 정자터 등이 보존돼 있습니다.

안채는 10칸 규모의 초가로 건넌방과 대청, 안방이 일렬로 배열되고 안방 앞쪽에 꺾이어 1칸 규모의 부엌과 광이 있습니다. 낮은 기단 위에 네모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오량의 지붕기구를 짜 올렸는데요, 부재가 비교적 건실해 치목(治木)도 반듯하여 19세 말의 건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문칸채는 6칸 규모의 우진각 초가인데요, 중앙에 대문이 있고 왼쪽에는 외양간, 오른쪽에는 온돌방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청마루가 보입니다. 요즘으로 하면 거실이죠. 여름에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이런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했죠. 대청마루는 안팎으로 바람이 통해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할만큼 시원한 곳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청마루입니다.

대청마루 좌측에는 안방이 있습니다. 안주인(마님)이 거주하는 곳이죠. 한 집안의 살람살이를 총괄하는 장소인데요,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해서 직계와 직계비속을 제외하고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됐던 곳입니다. 그래서 집의 가장 안쪽에 있는 거죠.

안방과 맞닿아 있는 부엌을 보니 물을 담아놓는 큰 항아리, 불을 지필 때 쓰던 풍구, 가마솥 등이 보입니다. 그리고 장작 등 땔감도 있고요. 요즘 이런 부엌은 보기 힘들죠. 시골도 다 개량을 해서 입식 부엌인데요, 옛날에는 부엌에서 어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불을 때고 음식을 만들었죠. 재미있는 것은 부엌에서 대청마루나 안방으로 바로 음식을 나를 수 있도록 조그맣게 창문을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창문 밑으로는 부엌에서 만든 음식 냄새가 빠질 수 있도록 나무창살로 만든 환기구도 있네요.

안방 맞은편에는 건넌방이 있는데요, 중부지방에서 건넌방은 주로 며느리들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안방에서 시어머니가 부르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곳에 며느리방이 있어서 옛날 며느리들은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넌방 옆 흙담벼락 옆에는 장독대와 김장을 저장하는 곳이 있는데요, 겨울에 땅을 파고 김치를 묻어놓으면 오랫동안 쉬지 않고 싱싱하게 김치를 먹을 수 있죠. 현대과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땅속에 묻은 김치맛을 김치냉장고가 따라가지 못하죠. 자세히 보면요, 김치를 저장하는 곳은 그늘이 진 곳이고요. 장독대는 햇볕이 잘드는 곳입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은 햇볕을 받아야 숙성이 잘되기 때문이죠.

초가집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있는 사랑방(광 옆)은 안채와 떨어져 있어서 손님을 접대하거나 손자들 공부방으로 사용하는 곳입니다.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손자들의 천자문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양간이 있죠?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집에서 소를 키웠죠. 소도 가족처럼 대우하며 키웠는데요, 부잣집들만 소가 있었어요. 소는 식용이 아니라 농사를 지을 때 일을 시키기 위해서 키웠습니다. 지금은 농기구들이 발달해서 소가 밭을 가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소가 농사일을 다했지요.

분당 수내동가옥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이 힘든 요즘입니다. 분당 중앙공원 수내동가옥에서 그 옛날 외할머니댁에 가서 대청마루에서 쉬던 추억을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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