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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골목길에서 놀던 추억을 소환하다! 수원시 지동 벽화골목길

by 피앙새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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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날씨가 따뜻해지자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이 나와 놀고 있습니다. 이런 놀이터가 없던 옛날에는 어디서 놀았을까요? 바로 골목이었습니다. 한겨울에도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팽이치기, 딱지치기하며 놀던 곳이 동네 골목입니다. 요즘은 이런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보기 힘들죠.

골목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골목입니다. 이곳에 가면 나이 든 세대의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데요, 지동 벽화마을은 언제 생겼을까요?

지동 벽화마을 입구에 유래와 안내도가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벽화가 없었던 낡은 주택가였습니다. 그런데 수원에 있는 대기업 후원으로 2011년부터 ‘지동 벽화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돼 지금은 약 5.8km 구간의 벽화 골목길이 완성됐습니다. 다 돌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국내 최장의 벽화길이라고 합니다.

골목에 벽화를 그려놨다고 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는데요, 스탬프 투어 덕분에 더 재미있게 골목 투어를 할 수 있죠. 스탬프 투어는 벽화 골목 곳곳에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장소에 마련했습니다. 그 시작점인 창룡마을 창작센터에서 지도를 받고 도장 7개 이상을 받으면 지동마을 내 일부 카페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답니다.

골목 투어의 시작은 창룡마을 창작센터입니다. 원래 이곳은 동네 목욕탕이었는데, 이렇게 변했습니다. 대형 사우나 등이 생겨 목욕탕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자 2016년 리모델링을 거쳐 주민 창작센터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이곳이 목욕탕 건물이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현대식으로 깔끔하기도 하지만 문화적인 느낌이 납니다.

창룡마을 창작센터는 코로나19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에 카페가 있는데요, 커피 맛이 일품입니다. 지동 골목길 투어 마치고 이곳에서 커피 한잔하면 좋죠. 운영시간은 참고 바랍니다.

창룡마을 창작센터 앞에 임시 주차장이 있습니다. 지동 골목뿐만 아니라 성곽 투어할 때 이곳에 주차하면 되겠네요. 주차료는 무료입니다.

이제 벽화마을로 가봅니다. 골목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서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바닥에 화살표가 있어 골목 투어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동 벽화마을로 들어서니 이런 곳은 DSLR이 아니라 흑백 필름 카메라를 메고 와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골목길을 걷노라면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금방이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놀자고 나올 듯합니다.

제가 어릴 때 저녁 무렵 골목길을 걷노라면 구수한 된장찌개와 밥뜸 냄새가 담장을 넘어 골목길까지 번졌습니다. “개똥아~ 빨리 밥 먹으러 들어와!” 골목 안쪽에서 친구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릴 듯한 풍경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골목길 저쪽에서 술 한잔 걸치시고 호떡을 사 들고 흥얼거리며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그 추억의 조각들을 몇 개 꺼내 봅니다. 골목길에서 놀다 보면 저녁 무렵 술 한잔하시고 돌아오시는 아버지는 나를 보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하며 호기를 부리지만 나는 어머니한테 혼나기 싫어 “없어요!”라며 아버지를 따라 들어가곤 했습니다.

술을 드시고 오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눈을 흘기며 바가지를 긁으셨지만요, 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양말도 벗지 않고 그대로 잠드시곤 했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세상 모진 풍파 막걸리 한 잔에 잊고 잠드신 아버지를 어른이 돼서야 알았습니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니 ‘흥부와 놀부’ 이야기도 벽에 그려져 있네요.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봤던 이야기인데요,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교훈을 주던 동화였죠. 착하게 살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고 했는데, 여러분은 박씨를 받으셨나요? 이런 벽화들을 보니 세대를 막론하고 골목길을 걸으며 오래된 추억 상자를 꺼내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막다른 길도 있습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길은 골목으로 연결됩니다. 골목길을 걸으며 우리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길 바라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막다른 골목길과 만날 때도 있고, 캄캄한 어둠 속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 골목길을 벗어나려 애쓰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흥!”

이 동화 다 아시죠? 떡을 팔러 간 어머니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호랑이가 한 말입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생각해 떡을 하나씩 다 주고 팔과 다리도 주었죠. 그렇지만 호랑이는 욕심을 부려 결국 어머니를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준 어머니였습니다. 지동 벽화 골목길을 걷노라면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부모님 생각도 나 눈시울이 붉어지게 합니다.

지동 벽화마을은 단독주택이 많고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그래서 수원시가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했는데요, 어르신들을 위한 벤치 등이 많습니다. 골목에 어르신이 사는 집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고 한문으로 써 붙여 놓았네요.

지동 벽화마을 투어의 끝은 수원제일교회입니다. 이곳 꼭대기에 올라가면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입장이 불가합니다. 다음에 입장이 된다면 전망대도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지동 내가 살아가는 곳.

아름다움, 그리움, 정,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되는 우리 동네’

지동 벽화마을은 고단한 삶을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이 사는 동네입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가 와도 가슴이 찡해지는 동네입니다.

수원 벽화마을 근처에는 수원화성 성곽길, 지동시장, 영동시장 28청년몰, 행궁동 공방거리, 영화 ‘극한직업’에서 나왔던 통닭 골목 등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습니다. 봄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지동 벽화골목을 한 번 걸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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