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하차한 이후 이승기의 '강심장' 단독MC 두 번째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이승기는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느낌'이라면서도 첫 번째 단독MC 이후 자신감이 생겼는지 '첫 걸음을 잘 뗀 것 같다.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다'며 시청자들과 자신에게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지요. 방송 후 시청자들의 평가는 당초 우려와 달리 이승기가 단독MC로 기대 이상으로 진행을 잘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단독MC로 성공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봤습니다.

예능 프로에서 좋은 MC는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의 장점만을 떼어 본다면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통제, 재치, 리액션, 완급조절, 노력, 비장의 장기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단독MC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첫째, 게스트들과 다른 비장의 무기가 있다
예능MC는 진행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죠. 유재석과 강호동은 자신의 예능 프로에서 가끔 비장의 무기를 선보입니다. 유재석은 얼마 전에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와 하나마나 시즌3에서 노래와 댄스, 랩을 보여주었고, 강호동도 시청자투어에서 숨겨둔 끼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그제 두번째 단독MC로 나선 이승기도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를 열창하며 비장의 무기를 하나 꺼냈습니다.


방송에서 이승기의 댄스와 힙합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요, 단독MC가 된 이후 마치 '나도 한 특기 있다'는 듯이 작심하고 나와 이특, 은혁과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할 때는 평소의 이승기가 아니었습니다. MC라고 해서 게스트들의 장기를 끌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MC가 직접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게 중요하죠. 첫번째 단독MC는 멋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면요, 두번째부터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현진영 노래와 춤, 랩으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장악해 나갔습니다.

둘째, 배려의 진행으로 병풍 게스트가 없다
'강심장'은 게스트가 너무 많아 출연을 해도 병풍처럼 앉아 있다가 오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승기는 이런 점을 알고 있다는 듯 소외된 게스트가 없도록 배려를 철저히 하더라구요. 뒷쪽 구석에 앉아 있던 배우 김형범과 배구선수 김세진 등 게스트는 물론 고정으로 출연하는 정주리까지 어느 한 사람도 병풍이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 다 챙기며 진행을 했습니다. 많은 게스트가 출연해 왁자지껄한 상황 속에서도 병풍 게스트가 없어진 점이 이승기가 단독MC로 나선 후 가장 눈에 띄는 모습입니다.


셋째, 단독MC에게 꼭 필요한 재치가 있다
예능 프로 단독MC를 보려면 재치(순발력이라고 해야 하나요?)가 있어야 하죠. 사실 이승기에게 부족한 게 이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강호동이 자주 쓰던 명언 토크를 할 때 김효진이 '누가 했던 명언 같은데요'라고 하자, 이승기는 '여기 적혀 있다'며 대본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강호동이 2년간 사용하던 명언을 모았더니 딸랑 A4지 2장이라며 이제 명언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또한 최란이 자기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위 삼고 싶다며 계속 대쉬를 하자, '선배님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라며 빠져나가는 등 순간적인 재치를 여러 번 보여주었습니다.


넷째, 게스트들에게 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예능 프로에서 게스트들이 점잖만 빼고 앉아 있다면 그 프로는 망하기 쉽상이죠. 이승기가 단독MC가 된 후 가장 크게 변한 게 게스트들이 마음 놓고 논다는 점입니다. 하고 싶은 말도 자유자재로 하고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얼핏 보면 정신산만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 산만한 가운데서도 게스트들이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즉 이승기가 게스트들에게 멍석을 제대로 깔아준 셈이지요. 이렇게 멍석을 제대로 깔아놓았으니 앞으로 나올 게스트들이 마음놓고 재미와 웃음을 만들것으로 기대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의 완급 조절 능력이 있다
예능 프로 단독MC에게 필요한 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완급조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승기는 나이가 어리고 MC경험이 많지 않아 게스트들에게 끌려갈 줄 알았는데 상황 정리는 물론 완급조절도 잘하더라구요. 김보미와 은혁이 나미와 붐붐의 '인디언 인형처럼'에 맞춰 춤을 추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나가자, 현진영에게 토크 기회를 줘 가슴 뭉클한 아버지의 사랑 고백으로 잠시 달아오른 분위기를 다운 시키기도 했지요. 이런 모습은 대본이나 편집의 힘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승기는 붐과 이경실 등이 너무 치고 나올 때면 MC로서 상황을 정리한 후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등 노련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물다섯살 MC초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침착한 진행이었습니다.


'강심장'은 강호동 특유의 카리스마와 유연함으로 진행되던 프로였기 때문에 아직 강호동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았지요. 이승기가 아무리 단독MC를 잘했다고 하지만 강호동만큼 따라가려면 아직 먼 느낌이 듭니다. 10년이 넘은 국민MC 강호동을 하루 아침에 따라간다는 게 어불성설이지요. 아직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단계가 아닌데, 일부에서는 시청률이 조금 하락했다며 이승기의 MC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는 이승기의 자세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만 이승기는 예능MC로서 필요한 게스트 배려, 완급조절, 재치 등 가능성을 보인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국민MC 유재석, 강호동도 처음에는 지금처럼 잘하지 못했잖아요. 앞으로 회가 거듭될 수록 이승기의 진가가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Posted by 피앙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