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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엄태웅, 왜 급한 진행을 할까?

by 피앙새 201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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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박2일'에서 엄태웅을 보면 '우리 태웅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제도 5명의 맴버 중 엄태웅을 좀 눈여겨 봤는데요,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강호동이 있을 때는 '호동빠'라 불리며 예능을 한창 배우고 있었는데요, 강호동 하차 후 이제 홀로서기를 하려나 봐요. 엄태웅 하면 예능감이 부족해 입 한 번 떼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요즘은 제작진도 깜짝 놀랄 만큼 빵빵 터뜨리고 있습니다. 방송 분량에 욕심이 난 걸까요? 엄태웅이 왜 요즘 갑자기 급한 진행을 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어제 '1박2일'은 좀 색다른 여행을 떠났습니다. 100번째 여행이니 만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교수와 함께 천년 고도라 불리는 경주 남산으로 의미있는 여행을 떠났죠. 경주 남산을 올라가면서 보물 1호부터 7호까지 둘러보며 이전과는 좀 다른 여행에 '교양강좌 같다'며 재미없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1박2일'이 아니면 이런 보물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 저는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때와 달리 좀 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엄태웅의 급한 진행과 선덕여왕 개그가 눈길을 끌었죠.


이제 '1박2일'의 오프닝은 이승기가 하고 있습니다. 이승기가 '1박'을 외친 후 이수근이 이번 여행이 100번째라며 시청자와 제작진에게 두루 두루 감사의 말을 전하자, 갑자기 은지원이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나머지도 자동으로 절을 올렸는데요, 100번째 여행이니 절을 할만도 하죠. 그런데 이 절이 끝난 후 엄태웅이 치고 나와 '100번째 여행 뭐, 특별한 곳 준비했다는데 어디로 가나요?'라며 급하게 진행을 하려고 나섰습니다. 엄태웅의 급한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강호동 하차 후 첫 녹화에서 나PD에게 대뜸 '오늘 어디로 가나요?'라고 하면서 큰 웃음을 줬는데, 이게 먹히다 보니 또 급한 진행으로 치고 나온 겁니다. 좀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요, 오프닝때의 긴장감을 없애는 데는 딱입니다.

예전 강호동이 오프닝을 할 때는 옆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었는데, 정말 달라졌네요. 나PD에게 궁금한 건 조금도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은지원이 경주까지 오긴 왔는데 등산복을 입고 온게 기분이 나빴다(또 등산할까봐)고 하자, 엄태웅이 또 '왜 경주로 오신거에요?'라며 따지듯이 묻는데, 이게 참 예상 외로 웃기거든요. 엄태웅이 급한 진행으로 자꾸 치고 나오는 건 예능 컨셉으로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일단 치고 나오면 이승기와 다른 맴버들이 알아서 뒷 정리를 해주니 엄태웅은 어떤 말을 해도 부담이 없는 겁니다. 엄태웅으로선 말 한마디 하기도 부담스러웠는데, 무슨 말을 해도 빵 터지니 자신감이 붙은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프닝부터 엄태웅때문에 빵 터지고 있죠.


이승기가 메인MC가 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을 소개하고, 경주에 왔으니 경주하면 생각나는 것 한가지씩 말하라고 했는데요, 여기서 또 엄태웅이 빵 터뜨리죠. 먼저 김종민은 첨성대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았다, 선덕여왕이라고 했는데, 이를 듣고 엄태웅 왈, '난 그거 만들 때 옆에 있었어!'라는데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나도 웃길 줄 알아'하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듯 보였습니다.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첨성대 제작과정을 잘 알고 있다며 눙친 것인데요, 거짓말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도 왜 이리 웃음이 나던지요. 엄태웅의 선덕여왕 개그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렇게 오프닝은 엄태웅의 급한 진행으로 지루하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이어서 나PD가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답사여행, 즉 우리의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느끼는 여행일정을 소개한 후 유홍준교수가 나왔습니다. 이번 100번째 답사여행을 가이드해 줄 분이죠. 이런 분과 함께 경주 남산을 여행하는 맴버들이 참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맴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데 엄태웅을 보고 김종민이라고 하는 걸 보니 유교수님의 예능감도 보통이 아니던데요, 알면서도 일부러 한번 틀려주는 예능 센스 말이죠.

여행을 떠나기 앞서 유홍준교수가 이번 경주여행의 의미에 대해 얘기를 한 후 자신이 쓴 책중 왕릉에 대해 아직 쓰지 않았다고 하자, 김종민이 짧은 지식으로 '진평왕릉' 하고 외쳤죠. 그러자 유교수는 신라왕이 52분인데 진평왕은 그 중 한명일 뿐이라고 했는데, 엄태웅이 또 눙을 칩니다. '난 본명도 알아~ 조민기!'라고 하며 유교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요, 유교수는 '재밌었으면 됐지'라며 오히려 엄태웅의 등을 토닥여줬습니다. 엄태웅은 뭘 해도 다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치고 나올 수 밖에요.


유홍준교슈의 서론이 좀 길었나요? 한창 유교수의 말을 듣다가 또 엄태웅의 급한 진행이 나오죠. 거두절미하고 유교수에게 묻습니다. '오늘 갈 곳이 어딘가요!'라고요. 틈만 나면 '급한 진행'으로 치고 나옵니다. 뻔히 아는 말인데도 그리 밉지 않습니다. 엄태웅 때문에 유교수는 경주 남산을 소개한다며 답사지인 남산으로 본격 여행을 떠납니다. 이승기가 메인이지만 여행 진도는 엄태웅이 다 빼고 있네요..ㅋ

첫 답사지는 포석정입니다. 역사교과서에 나오던 곳이고, 대부분 수학여행때 한번씩은 다 가본 곳이죠. 유교수가 김종민에게 포석정이 뭐냐고 묻자, 김종민은 '포' 즉 영어의 'four'를 떠올리며 '네개의 뭐...'라고 얼버무렸죠. 그러자 이승기가 엄태웅에게 포석정이 뭐냐고 물었는데, '난 여기서 술 먹던 기억만 나'라며 또 한번 '선덕여왕 개그'로 빵 터지게 했습니다. 어제 경주 남산여행은 초반에 엄태웅의 선덕여왕 개그로 여러번 웃음을 주었는데요, 엄태웅 개그가 아니었다면 썰렁할 뻔 했어요. 포석정 이후 경주 남산을 오르면서 보물 7개를 보는 과정은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멋진 답사였어요.


경주 남산을 오르는 과정은 여기선 패쓰하고요, 엄태웅이 왜 이렇게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보일까요? 강호동 하차 후 엄태웅은 '호동빠'로 불렸기 때문에 가장 큰 걱정을 했는데, 이게 왠걸요. 오히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강호동의 카리스마는 엄태웅의 입을 열게하는데 부담이 됐을 뿐, 도움이 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강호동이 떠난 후 엄태웅 뿐만 아니라 김종민 등 모든 맴버들이 마치 무서운 형이 떠났으니 이제 마음껏 떠들고 놀자는 듯 신나보입니다. 그중 엄태웅이 제일 신난듯 보이는데요, 어제 경주 남산편은 좀 딱딱한 여행(등산)이었는데, 엄태웅의 '급한 진행'이 깨알 재미를 주었습니다. 엄태웅은 이렇게 급한 진행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잡아가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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