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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00분토론' 신해철, 대안없는 비판에 실망

by 피앙새 201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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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0분토론'에 연예인 3명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바로 신해철, 김태원, 박칼린이죠. 이들이 정치인이나 시사평론가, 교수들이 주무대인 '100분토론'에 나온 이유는 사실 '나는 가수다' 파문 때문입니다. MBC에서 '위대한 탄생'과 '나가수' 등 최근 불고 있는 오디션 열풍에 대한 진단을 위해 준비한 것인데, 신해철의 강도높은 비판에 MBC로서는 화들짝 놀라기도 했을 거에요. 그러나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제작자 김영희PD 등 제작진측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 실질적인 대안은 나오지 못한 채 겉도는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신해철의 대안없는 비판은 얼핏 들으면 100% 맞는 것 같지만 토론을 위한 비판이라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어요. 왜 신해철의 말이 틀렸는지 한 번 곱씹어 볼까 해요.

먼저, 신해철이 얘기한 말을 잠깐 정리해보면 첫째, '명색이 직업가수들인데, 어떻게 이들을 데려다가 등수를 매기느냐, 꼭 가창력 있는 사람만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둘째, '가수들이 방송에 나와 검투사처럼 치고받고 싸운다. 결국은 쇼다. 다른 포맷으로 만들어봤나, 만들다 실패해서 서바이벌을 도입했다면 이해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라고 했는데요, 말은 그럴듯 한데 뜯어보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죠.


먼저, 명색이 가수인데 어떻게 등수를 매기느냐고 했는데, '나가수'는 7명이 나와 서로 등수를 매겨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입니다. 신해철 말대로 탈락시키는 것은 맞지만 7명의 가수들은 검투사가 아닙니다. 7명의 가수들은 남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고, 자신의 노래 실력을 검증하면서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한 것입니다. 출연한 가수들도 긴장했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또한 다른 가수들과 적대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따뜻한 선후배간의 관계로 발전되었기 때문에 김건모 탈락에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또한 꼭 가창력이 있는 사람만 가수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도 인정할 수 없어요. 가수란 가창력이 우선이 아닌가요? 비쥬얼로 승부하는 아이돌 가수들 때문에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비주류 아닌 비주류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김영희PD가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무대 위에 세운 것입니다. 신해철의 말은 자칫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 7명이 싸우기 위해 나온 것으로 들리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을 평가절하하는 말로 들릴 수 있어요. 아이돌 열풍에 지친 대중들은 이제 제대로 된 음악을 듣고 싶어하고, '나가수'가 진짜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음악팬들을 위해 그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영희PD의 제의에 7명의 가수들은 고민 고민 끝에 '나가수' 무대에 오른 것입니다.


신해철이 사용한 '검투사'라는 말은 잘못된 용어라고 봅니다. 왜 7명의 가수들이 무대에 나와 치고 받고 싸운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정엽이 탈락했다고 해서 치고 받고 싸우다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고의 가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위해 먼저 나왔을 뿐입니다. 김영희PD가 그랬잖아요? '나가수'는 등수를 매겨 꼴찌에게 망신을 주는 프로가 아니고, 다른 가수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영혼을 담아서 혼신을 다한 정엽의 노래에 많은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뮤직뱅크' 등 가요 순위 프로에서 1위를 한 아이돌 노래보다 훨씬 감동있고, 멋진 무대였습니다. 설령 신해철 말대로 7명의 가수들이 결투장에 나왔다 해도 그 결투를 위해 나온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진정한 가수라고 봅니다. 신해철은 결투장에 나올 실력과 용기가 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신해철이 출연하고 있는 캐이블 '오페라스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미션 주어진 후 탈락시키는 프로니까요. 아무리 예술이라고 해도 대중들의 선호도에 따라 등수가 갈리고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을 신해철은 모를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나가수'의 순위싸움 비판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네요.

대형기획사에서 인형 찍어내듯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에 대해 이제 대중들은 눈을 돌렸습니다. 위기를 느낀 대형기획사에서 음악산업을 저해한다며 항의를 하고, 1인시위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나가수'가 성공한 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신해철이 가수라면 '나가수'에도 나오고,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편협된 사고로 비판만 하니 실망이네요.


신해철은 '나가수'에서 순위 매기는 것과 가요 프로에서 1등부터 줄을 세우는 것을 가려서 비판을 해야 합니다. 진짜 비판받을 것은 '뮤직뱅크' 등 가요 순위 프로입니다.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위주로 가려지는 순위 매기기에 공정성 시비가 수없이 일어나고, 진짜 실력있는 무명가수들은 한 번 방송에 나오기도 어렵지요. 가요 순위프로 역시 명색이 직업가수들인데, 왜 줄을 세우는지요?

어제 '100분토론'을 보고 신해철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실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서 대중들에게 점차 잊혀져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나가수'라는 프로가 생겨 감동적인 무대를 보는게 나은지 궁금하네요. 비록 '나가수'가 포맷 문제로 정비 중이지만, 이소라와 박정현 등 7명의 가수들이 잠들어 있던 영혼을 깨우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것을 보고 죽어있던 대중들의 영혼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왜 신해철은 가수이면서 이런 긍정적인 면은 외면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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