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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짝패', 윤유선의 황당무계한 목욕신

by 피앙새 201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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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짝패'가 첫 방송됐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내용이지요? 한 마디로 현대판 출생의 비밀, 신판 '거지와 왕자'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첫 회라 주연인 천정명, 한지혜 등이 출연하지 않았지만, 쇠돌(정인기)과 막순(윤유선)의 열연이 돋보였어요. 좀 뻔하지만 막순에 의해 저질러진 천둥과 귀동이의 뒤바뀐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는 귀동과 양반집 천둥이의 엇갈린 삶이 그려지겠지요.

실타래를 풀듯 '짝패' 얘기의 실마리를 푼 것은 막순(윤유선)이었어요. 막순이는 한양 양반집 여비였는데, 함께 일하던 노비 쇠돌 오라버니와 도망을 쳤어요. 도망을 친 이유는 막순이가 주인집 나으리 아기를 임신했는데, 안방 마님이 알면 큰 사단이 날 것 같아 야반 도주를 한 거에요. 주인집에서는 추쇄꾼을 보내 막순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어찌하다가 용마골 거지패 소굴로 들어오게 됐어요. 그런데 이 거지 소굴이라는 게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절대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네요. 이것이 거지패 우두머리 장꼭지(이문식)의 엄명이니 일단 만삭의 몸으로 야반도주한 막순이가 숨어지내기는 딱이네요.


용마골에서 숨어 지내던 막순이는 천둥이 치고 용마가 울던 밤에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낳았어요. 장꼭지는 천둥이 치던 날 태어났으니 아기 이름을 '천둥'이라고 지었어요. 참 이름 한 번 쉽게 짓는데, 듣고보니 잘 지었어요. 그날 밤 김진사댁에도 아이가 태어났으니 이 아이가 바로 귀동이에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요? 귀동이를 낳다가 그만 산모가 죽고 말았어요. 김진사댁 부인의 죽음이 천둥이와 귀동이의 운명을 바뀌게 한 기재가 되었고, 이 기재를 푼 것이 바로 막순이었어요.

졸지에 어미를 잃은 귀동이는 동네에서 유모를 데려다 젖을 물려도 칭얼대기만 했어요. 그래서 김진사댁 집사는 용마골 막순이가 아이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가마까지 대령해서 막순이를 데려갔어요. 막순이는 천둥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쇠돌이가 보겠다며 얼른 젖을 주고 오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그냥 김진사댁으로 갔어요.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피붙이를 떼어놓고 떠나는 에미의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노비 신분에서 양반집에서 오라면 가야할 수 밖에요.


김진사댁에 도착한 막순이는 배가 고파 칭얼대는 귀동이에게 바로 젖을 물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황당한 목욕신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참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지 소굴에서 지내던 막순이가 몸에서 이(벼룩)도 나오고, 꽤재재 해서 수유 전에 목욕을 시킨 거였어요. 양반집 귀한 핏줄 귀동이에게 깨끗한 젖을 물려주고 싶었던 게지요. 그런데 사극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주 등장하던 목욕신을 수유 전에 부각시킨 것은 조금 납득이 가지 않아요. 사극은 초반 승부가 중요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넣은 장면인지 몰라도 유모 막순의 목욕신은 오버의 극치였어요.

만약 막순의 몸을 깨끗하게 한 후 귀동에게 수유를 하게 하는 거라면 세안과 옷을 갈아입는 정도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자극적인 나무욕조 목욕신까지 연출한 것은 유모의 수유와 여비의 섹시함을 오버랩시킨 이상한 연출이었어요. 막순이가 목욕할 때 종놈이 몰래 들여다 보는 장면까지 나왔으니 신성한 아기 수유까지 모욕한 느낌이 들었어요. 참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귀동이는 막순이가 젖을 물리자 마자 칭얼대지도 않고 어찌나 젖을 잘 먹던지 마치 엄마 같았어요. 그런데 이게 막순이를 김진사댁에서 나오게 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김진사는 장꼭지에게 막순이 몸값으로 300냥을 지불하고 문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김진사댁에서 보름이 넘도록 막순이가 조신하게 지낸 건 그녀가 낳은 아이(천둥)에게 미련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막순이는 천둥이와 떨어져 살 수 없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김진사댁 아이(귀동)와 천둥이를 바꿔치기 하기로 하고, 쇠돌이와 두 아이의 운명을 뒤바꿔 버렸네요. 그 운명의 시간에 김진사댁 종놈이 이를 목격(앤딩 장면)하는데, 막순이는 자신의 아이가 너무 배가 고파서 잠시 젖을 주려고 했던 거라고 둘러 말하지 않을까요? 뒤바뀐 아이, 그리고 양반에서 졸지에 천민이 된 아이는 출생의 비밀도 모른 채 신분의 굴레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는 얘기... 20년 전에도 지금도 이런 얘기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쇠돌의 막순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아이에 대한 종년 막순의 욕망이 꿈틀되는 걸 보니 앞으로 반전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거지패 우두머리 이문식과 그 패거리들(껄떡, 풍개, 말손 등)의 포스는 참 좋았어요. '추노'의 성동일과 그 일당들을 보는 듯 했으니까요. 또한 큰년이와 작은년이 티격태격 싸우는 것도 '추노'의 큰 주모, 작은 주모 싸움 같았어요. '짝패' 기획 의도를 보니 퓨전사극을 지양하고 전통 민중사극을 표방한다고 하는데, 저는 왜 '추노'를 보는 느낌인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지나친 모정으로 아이를 바꾸고, 그 아이들은 운명이 뒤바뀐 줄도 모르고 살아가다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찾는다는, 너무도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를 제작진이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짝패' 성공의 키가 될 듯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도 작가의 전개 능력과 연기자들의 연기에 따라 '재미'와 '반전'은 늘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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