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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승승장구, 강심장 누른 김제동의 힘은?

by 피앙새 201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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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제동이 '승승장구'에 출연했어요. 이 프로가 KBS기 때문에 의미가 참 많아요. 지난해 10월 이른 바 외압설로 인해 '스타골든벨'을 하차한 이후 1년만에 KBS에 출연한 겁니다. '승승장구' 녹화장이 김제동을 처음으로 TV에 출연시켰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스타골든벨' 녹화장소라 김제동도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지요. 강호동, 이승기의 '강심장'을 안보고 동시간대 방송되는 '승승장구'를 본 것은 김제동이 게스트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만큼 김제동은 시종일관 깨알같은 재미를 주었어요.

'승승장구'는 강호동, 이승기의 '강심장'에 밀려 그동안 시청률이 게임도 안됐어요. 그런데 어제 김제동이 게스트로 나온 효과로 강심장(13.0%)과 비슷한 12.3%의 시청률이 나왔어요. '강심장'은 게스트가 무려 20여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스타 강호동, 이승기가 MC를 봅니다. '승승장구'는 김승우가 메인MC를 보고 게스트는 달랑 김제동 혼자였어요. 그런데도 어제는 '강심장'과 맞짱을 뜰 정도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니 새삼 김제동의 힘이 느껴집니다. 사실상 강호동을 누른 것과 다름 없어요.


이런 김제동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토크에요. 예능프로에 나온 게스트들을 보면 하나같이 준비된 얘기로 억지로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려 하죠. 일부 예능 프로를 보면 자극적인 토크로 방송 후 연예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합니다. 과거 열애설, 별거설, 게스트들과의 인위적인 짝짓기 등으로 연예기자들에게 먹잇감을 '옛다'하고 던져주는 듯 합니다.

김제동 토크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김치같아요.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그의 얘기 속에서 묻어나는 사람 내음이 좋아요. 사실 토크쇼는 재미와 웃음도 필요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요? 시끄럽게 떠들며 요란하게 하는 토크쇼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김제동의 잔잔한 토크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 몰라도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언어적 유희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바로 이것이 김제동이 가진 힘이죠. 그리고 이런 매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김제동의 무공해 토크에요. 어제 김제동이 언급한 여자 연예인들 면면을 한 번 볼까요? 이효리, 이다혜, 보아, 유진, 고현정 등 내노라하는 여자 톱스타들이 다 나왔어요. 이들은 김제동과 함께 등산을 갔거나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인데요. 만약 다른 남자 연예인들이라면 스캔들이 나도 수십번 났겠죠. 그런데 왜 김제동은 스캔들이 나지 않을까요? 김제동 스스로 연예계 데뷔 후 두 명과 교제를 했다고 해도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아요. 김제동이 남자로서 매력이 없어서일까요? 만약 '강심장' 출연자 중에서 과거 사귀던 사람이 있었다고 하면 그가 누구인지 강호동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거에요. 김제동 토크는 여자문제도 스캔들이 나지 않을만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더럽히지 않는 무공해지요.

김제동 하면 무엇보다 순간적인 재치, 애드리브라고 하죠? 이런 것은 아마도 현존 예능MC중에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제 '승승장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깨알같은 웃음을 준 것도 그의 애드리브 덕분이에요. 그의 토크에 등장한 이효리, 비, 김태희, 고현정과의 만남을 소재로 얘기하는데, 편안하면서도 시청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 이는 대학축제로 현장 무대에서 다져진 김제동만의 재산이죠. 방송을 떠나 무대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MC임을 김제동 스스로도 자신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누구도 탓하지 않고 '오직 내탓이요!'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어요. 김제동이 정치적 외압으로 방송에서 퇴출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김제동은 97%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어요. 다만 3%를 외부요인이라 했는데, 이것도 내공과 실력이 부족했던 점 때문이라고 했어요. '잘 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데, 김제동은 '어떤 상황이건 자기 안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말로 모든 것을 자기 탓이라고 했어요. 바로 이런 점이 김제동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 아닐까요?

토크쇼가 막장으로 변해가는가 했는데, 오랜만에 김제동이 나와서 토크쇼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네요. '러브레터', '스타골든벨' 등 KBS 프로를 진행하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1년간 KBS에 나오지 못하다가 '승승장구'에 출연한 것을 보니 너무 반가웠어요. 그의 재담을 썩히기가 아까운데, 이번 기회에 KBS에서 김제동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나 맡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김제동이 '깔맞춤'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가 관심받고 싶어서(방송출연이 별로 없어서)라고 하는데, 이 말을 들으니 가슴이 짜안했어요. 그의 깨알같은 재미를 자주 볼 수 있도록 KBS에서 배려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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