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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공부가 제일 쉽다'는 딸의 문자를 받으니

by 피앙새 201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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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나 남편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던데요. 그래도 어제 제 딸의 문자를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던지라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올해 딸이 지방 교대에 입학했는데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집에 오고 있어요. 그런데 2학기 들어 딸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딸은 학교가 끝난 후 제과점에서 하루 5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나봅니다.

딸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문자나 이메일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어제 낮에도 딸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이메일로 보냈어요. 날씨가 추워졌으니 밥 잘 먹고 몸 관리 잘하라는 일상적인 메일이었어요. 그런데 저녁에 딸에게 문자가 왔어요. 요즘 아이들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ㅇ ㅋ'(오케이), 'ㅋㅋㅋ' 등 단순하고 짧은 게 대부분인데, 어젠 왠일인지 나름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요. 문자가 긴 것들은 대부분 스팸이 많아 또 스팸이겄니 했는데 딸이 보낸 문자였어요. 그 문자에 감동 크게 먹었어요.


딸은 '메일 잘 읽었으요. 일하다 보니 공부가 젤 쉽더라. 여기서도 열심히 살께. 따랑해
♡' 라면서 어른 같은 문자를 보낸 게 아니겠어요? 딸의 문자를 본 순간 가슴이 울컥 하더군요. 이제 대학 1학년인데, 딸이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문자를 보고 나자 바로 딸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시간이라 전화를 하지 못하고 혼자 문자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요.

남편이 늦게 퇴근해서 '좋은 것을 하나 보여준다'고 했더니 '로또라도 당첨됐냐?'며 헛물을 켜네요. 사실 로또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의기양양하게 딸의 문자를 보여줬어요. 남편은 딸의 문자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짓네요. 무뚝뚝한 남편은 아이들에게 메일, 문자, 전화도 자주 하지 않아요. 딸의 나이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나이라며 태연하게 말하지만 속마음은 어디 그런가요? 지난주 딸이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밤새 잠을 뒤척이던데요. 자식 키우는 부모란 다 이런 건가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딸은 생각보다 잘 하고 있어요. 모처럼 집에 와서 엄마표 요리를 해주면 '세상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라며 다이어트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먹어주는 딸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아직 딸은 시집을 가지 않았지만 한달에 한번 집에 올때마다 명절때 집에 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조금 있으면 학교 졸업하고 날개를 달고 혼자 힘으로 푸드득 푸드득 날아가겠지요.


어제 받은 딸의 문자메시지는 영구보관함으로 바로 이동시켰어요. 문자 메시지가 쌓이다보면 귀한 딸의 문자가 자동으로 지워지기 때문이에요. 이 문자는 보고 싶을 때마다 계속 꺼내보렵니다. 직장맘으로 지내기 때문에 때론 힘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박카스를 찾는게 아니라 딸의 문자를 꺼내볼려구요. 이 문자는 저에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큰 힘을 주는 문자에요.

흔히 자식을 키우면서 '물고기를 잡아서 주기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는데, 딸은 혼자서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어요. 지금은 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월척 낚는 법도 알게되겠지요. 팔불출처럼 딸의 문자 하나 가지고 너무 자랑을 했나요? 그래도 힘이 불쑥 솟는 기분이랍니다. 자식 키우는 거 뭐 별거 있나요? 이런 맛에 힘들어도 키우는 거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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