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의 달인 김병만, 개그계의 진정한 광대다

지난 추석때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한 특집 프로가 방송됐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는 김병만의 '달인쇼'였어요. '개그콘서트'에서 2년 넘게 보였던 미션 중 7가지를 골라 다시 재연한 겁니다. 그가 보여준 흡입, 잠수, 오한, 미각의 달인 등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생각했었는데요. 김병만이 슬랩스틱 코미디 인생 10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역작들이었어요.

어제 SBS '한밤의 TV연예' 김병만 인터뷰를 보고 콧날이 시큰할 정도로 감동 먹었어요. 그가 슬랩스틱의 지존이 되기까지 너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에요. 김병만은 '달인쇼'에서 청양고추, 태국고추, 와사비를 바른 핫도그를 먹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는데, 그는 고통마저 인내하면서 재미를 주는 진정한 개그맨이자, 광대였어요. 김병만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주 '개콘'에 출연하면서 직접 아이디어와 소품도 만들며 '개그계의 달인'이 아니라 '개그계의 작은 거인'이 된 겁니다.

김병만은 KBS 공채 개그맨이죠. 그런데 SBS 연예프로에서 조영구가 인터뷰를 했네요. 방송사를 초월해서 김병만의 인기가 이제 절정에 다다랐는 거죠. 김병만은 추석때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 준 덕분에 힘이 더 생겼다고 합니다. 이런 응원의 박수 때문에 '달인쇼'를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하는데, 앞으로 김병만 '달인쇼'를 볼 때마다 더 큰 박수를 쳐주어야겠어요.

조영구는 김병만을 만나 시민들들과 함께 즉석 달인 미션을 마련했어요. 20여가지의 돌림판에서 나오는대로 시범을 보여야 하는데, 첫번째가 '흡입의 달인'이었어요. 생수통을 입으로 흡입해서 쪼그라트리는 건데, 김병만은 일반인도 왠만하면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어림없어요. 조영구와 건장한 남자 2명이 도전을 했지만 엄두도 못냈어요. 그 다음으로 나온게 '미각의 달인'이에요. '개콘'에서 한번 선보인건데요. 소시지에 와사비를 발라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하고 먹는 건데, 왜 안맵겠어요? 일반인이 먼저 자신있게 도전을 해보지만 실패하고 말죠. 그만큼 김병만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미션을 하는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반대로 이런 힘든 미션을 하기 위해 김병만은 매주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주 '개콘'에서 달인쇼를 보여주다 보니 김병만의 몸은 멍자국 투성이고 성한 곳이 없어요. 원래 개구쟁이 스타일이라 책상만 봐도 물구나무 서기를 해보고 싶은 정도라니 타고난 '달인'이네요. 그만큼 평소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겁니다. 달인답게 조영구가 물구나무를 서고 20여분 간 인터뷰를 해도 끄덕없어요. 재미로 한 것이지만 이 물구나무 서기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김병만의 키가 얼마인줄 아세요? 저는 160은 넘을 줄 알았는데, 정확히 158.7cm네요. 이 작은 키로 김병만은 '개콘' 최장수 코너 '달인'을 2년 9개월간 해온 거에요. 이 기간 중 도전한 미션이 무려 207가지라고 합니다. 개콘에 출연할 때 쓰는 소품들도 그가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요. 소품을 직접 만드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자기 코너에 쓸 물건인데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아이디어 짜기도 힘들텐데 매주 기상천외한 소품까지 만드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이렇게 힘들게 준비한 '달인'코너는 매주 '개콘'에서 8분간 방송됩니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시간은 8,640분이에요.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김병만이 웃는 시간은 8분의 달인쇼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웃는 단 8초뿐이에요. 웃는 거라기 보다 이번주도 잘 끝났다는 안도의 표시죠.

김병만은 참 어렵게 개그맨이 됐어요. 지방에서 개그맨이 되겠다고 꿈을 가졌지만 집안 형편상 꿈을 이루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TV에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이 친구는 학교다닐때 김병만보다 못 웃겼던 친구인데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쇼크(화)를 먹었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30만원을 받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건물 파쇄, 신문배달 등 거의 안해본 게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습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개그맨 시험에 계속 도전했지만 일곱번이나 낙방을 했어요. 왠만한 사람같으면 아마 포기했을 거에요. 일곱번째 낙방 후 김병만은 '나는 개그맨이 될 수 없나보다'라고 절망했어요. 그에게 '계속 두르려라, 그러면 문은 열릴 것이다'라는 말은 약올리는 말밖에 안됐어요. 깊은 수렁에 빠져살며 삶을 포기하고 싶어 난간에 선 적도 있었답니다.

헤어날 수 없는 절망감에 술을 마시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왜 나를 이렇게 가난하게 태어나게 했냐?'며 원망도 했어요. 미안하다는 어머니 말에 김병만 가슴이 미어졌어요.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차마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거죠. 그러나 7번의 낙방에도 김병만은 개그맨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은 후 눈물이 주르르 흘렀어요. 얼마나 기다리던 꿈이었나요? 얼마나 간절이 원하던 일이었나요? 일곱번씩이나 낙방했어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합격 후 흘렀던 겁니다.

이렇게 힘들게 KBS 공채 17기로 합격한 때가 2002년이에요.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6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는 2008년 KBS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수상소감에서 김병만은 아픈 아버지 얘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어제도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불효감에 눈물을 흘렸어요. 아버지를 뵈러 정말 자주 집에 내려가고 싶어도 '달인쇼' 때문에 내려갈 수 없었어요. 김병만은 단 한주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주변에서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않는다고 '싸가지 없는 아들'이란 소리도 들었습니다. '불이 확 타올랐을 때(인기가 올랐을 때) 절대 이 불을 끄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야 어려운 집안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가만히 앉아서 포기하는 것보다 뭔가 하려고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개그계의 최고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조영구 인터뷰를 통해 김병만은 '개그계의 작은 거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골에서 개그맨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만 가지고 올라와 정신없이 한 곳만을 향해 달려왔어요. 김병만은 '무엇이든지 무조건 해봐요. 되면 하는 거고 안되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앞으로도 끝없이 도전하겠다고 합니다. 서경석이 말했듯이 웃음을 주는 것도 힘든데,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게 얼마나 어렵겠냐구요. 그래요. 김병만은 매주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와 웃음을 주는 진정한 광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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