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대물' 고현정, 박근혜가 정말 모델일까?

by 피앙새 2010. 10. 1.
반응형
이번 달 6일부터 새로 시작되는 수목드라마 '대물'에 때 아닌 박근혜의원 논란이 불거졌네요. 고현정이 연기하는 서혜림역이 한나라당 박근혜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며 벌써부터 기사가 나오고 있어요. '대물' 드라마가 정치 드라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오해와 편견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위한 홍보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대물'에서 서혜림은 한국 최초의 여자대통령이 되는 인물인데, 자연스럽게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떠올려지는 건 당연하지요.

정치드라마 하면 MBC가 주로 많이 해왔죠. 한국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룬 '공화국 시리즈'가 대표적이에요. 1981년 '제 1공화국'을 시작으로 2005년 '제 5공화국'까지 베일 속에 감춰진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서 큰 화제를 몰고 왔었습니다. MBC가 픽션을 중심으로 사실에 근거한 드라마를 방송했다면 SBS는 현실정치를 탈피해 논픽션 정치드라마를 방송했는데, 바로 지난해 방송한 '시티홀'입니다.


'시티홀'에서 김선아가 연기했던 신미래는 지방시청의 10급 공무원에서 여자로서 최연소 시장이 되는 인물이에요. '정치가 별거야? 못 사는 사람 잘 살게, 잘 사는 사람은 좀 베풀게 하면 되지'라며 좌충우돌하며 존경받는 시장이 되어가는 스토리였어요. 그런데 '대물'의 서혜림(고현정)도 '시티홀'의 신미래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아요. 지방이냐 국가냐의 차이다 뿐이지 여자로서 정치의 뜻을 펼치는 것은 똑같아 보여요. 평범한 여자에서 시장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을 판타지로만 볼 수 없는 것은 현실 정치 얘기가 가미되기 때문이죠. '시티홀' 방송때도 정치 드라마 논란이 있었잖아요. 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나선 신미래는 시의원 민주화(추상미)가 자기 아버지를 당선시키기 위해 도를 넘는 흑색선전과 지역 표심까지 매수하려는 것을 목격했지만, 깨끗한 선거로 45%의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됐지요.

그런데 '대물'에 나오는 서혜림이 왜 박근혜가 모델이라고 오해를 받을까요? 극중 서혜림 캐릭터를 보면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서혜림은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항의하다 방송국에서 해고가 돼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합니다. 그 후 도지사를 거쳐 한국 최초의 여자대통령이 되는 인물인데요. 여기서 남편의 죽음은 박정희전대통령의 죽음을 연상시키고, 국회의원 당선과 여자 최초의 대통령 하면 박근혜의원이 떠오를 수 밖에 없어요. 엇그제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이 이 점에 대해서 질문을 했지만 제작진과 고현정은 '극중 서혜림이 현실속의 특정정치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어요.


원래 '대물'이 박인권화백의 동명 만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인데, 만화에서 서혜림은 아나운서 출신의 가정주부가 아니라 인권변호사였어요.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면서 등장인물을 조금씩 각색한 겁니다. 이런 각색이 오히려 현실 속의 특정정치인을 연관시키게 만든 원인이 됐을 겁니다.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은 고현정에게 '서혜림 캐릭터가 친박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드라마와 현실이 많이 다르면 안되니까 주변에 물어보기도 한다'면서 어정쩡한 대답을 했습니다. 즉 부정도 긍정도 아닌 대답으로 KBS의 '도망자'를 의식해 관심을 끌기 위한 답변이라고 생각되네요.

'대물'이 정치드라마처럼 방송도 되기 전에 언론에서 특정 정치인과의 연관성을 거론하는 것이 언론플레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겉으로는 '고현정이 박근혜의원을 모델로 한 것이 부담스럽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서혜림 모델은 현실 속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이상적인 대통령이라는데, 박근혜의원으로서는 드라마를 통해 보이지않게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거지요.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차인표의 말을 곱씹어보면 '대물'이 현실정치 얘기란 생각이 안들 수 없어요. 전현직 대통령이나 현실 정치인 중 모델로 삼은 사람을 묻자, 차인표는 노무현전대통령과 청문회 얘기를 꺼냈어요. 차인표는 '대물'에서 고현정과 라이벌 관계 정치인입니다. 대통령이 된 서혜림을 탄핵으로 끌어내리려 하지만 나중에 실패를 한다고 하네요. 차인표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연구하다가 실제 국회의원과 청문회때의 고노무현전대통령의 명연설 동영상을 봤는데, 자신의 캐릭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봤는데, 이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대물'에서 그릴 정치가들의 모습이 현실정치와 동떨어진 얘기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어쨌든 방송이 되기 전부터 고현정의 모델이 박근혜란 뉴스가 나가면서 일단 제작팀은 홍보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고현정이 연기하는 서혜림이 박근혜가 아니란 것은 만화 '대물'을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동시간대 '도망자'가 첫 회부터 '제빵왕 김탁구' 인기를 이어받아 20%가 넘는 시청률로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마당에, 천하의 고현정이라도 시청률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선덕여왕'에서 보여주었던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5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