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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이승기, '강심장' MC 1년 득실을 따져보니

by 피앙새 201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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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과 이승기의 '강심장'이 어느새 1년이 돼가고 있네요. 지난해 10월 6일 첫 방송을 할 때만 해도 이승기가 '예능MC로 적응을 잘 할까?' 하는 우려가 많았었는데 이제 '강호동을 능가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어요. 당초 SBS는 강호동 단독으로 '강심장'을 진행하려 했으나 '찬란한 유산'으로 대박 인기를 거머쥔 이승기를 끌어들여 화요일밤의 토크쇼 강자로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이승기 개인적으로 볼 때도 방송 초기에는 걱정이 없지 않았으나 성공적인 예능MC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어요.

어제 '강심장'은 1주년 특집이었어요. 여느때처럼 조형기, 최화정, 김소연, 정겨운 등 20여명의 게스트가 초대돼 시끌벅쩍한 토크가 이루어졌어요. 보통때라면 MC가 게스트들을 소개하고 평가하는데, 어젠 1주년이라 그런지 게스트들이 강호동과 이승기를 평가했는데, 평가 결과가 참 흥미롭네요.


먼저 조형기가 1주년을 맞은 '강심장'이 돌잡이로 실을 잡아 오래 오래 장수하는 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해주었어요. 그러자 강호동이 14년 장수DJ 최화정에게 '강심장이 10년 동안 장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졌어요. 최화정에게도 강호동은 덕담을 기대한 거에요. 그런데 최화정은 '10년 동안이나 하시려구요?'라며 강호동에게 한 방을 먹인 후 '강심장'이 10년동안 장수하려면 이승기를 놓치지 말라고 비결을 알려주었어요. 이승기가 있는 한 '강심장'의 인기는 계속된다는 거죠.

이승기는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겸손을 보였지만 속마음은 기분이 좋아보였어요. 흥미있는 건 조형기의 평가였어요. 조형기는 현재 강호동과 이승기의 2MC구도가 좋다면서 이런 구도는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구도라고 했는데요. 이 말은 강호동이 힘이 세고 지식은 약한 골목대장형 스타일이고, 이승기는 공부 잘하는 부잣집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힘만 센 골목대장 강호동은 여러 동생들을 괴롭히는데, 유독 공부 잘하는 이승기한테만은 왠지 어려워하고 잘한다는 거에요. 골목대장 강호동과 부잣집 모범생 이승기가 묘하게 조화가 돼 '강심장'을 인기 토크쇼로 만들어 왔다는 겁니다. 김태훈이 한 마디로 요점정리 해준 말, 즉 똑똑한 동생(이승기)과 덩치 큰 바보 형(강호동)이 만드는 쇼죠.


조형기, 최화정 등 게스트들이 강호동과 이승기를 평가한 것을 보면 '강심장' 인기의 원천은 강호동이 아니라 이승기라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강심장'은 강호동 단독MC에서 이승기가 참여하는 공동MC로 바뀌었어요. 이승기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가려는 얄팍한 수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제작진의 이승기 카드는 대 성공을 거두었어요. 이승기는 예능MC가 부담스러워 마지막까지 고사하다가 강호동의 계속된 권유로 참여를 하게 됐어요. 막판에 어렵게 섭외한 이승기에게 강호동과 제작진은 초반에 '이승기 띄워주기'에 주력했고, 덕분에 이승기는 'MC계의 떠오르는 심장'으로 극찬을 받았어요.

자신감이 붙은 이승기는 허당개그까지 선보였지요. 허당개그는 '청춘불패'의 구하라의 유치개그를 능가하며 한동안 '강심장'의 새로운 재미와 웃음을 주는 코드였어요. 요즘 이승기는 재치와 순발력, 애드리브가 강호동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예능MC에 완벽하게 적응을 했습니다. 1년 전에 이승기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고사하던 것에 비하면 큰 성과임에 틀림없어요.


이승기의 '강심장' MC는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강심장' 프로가 화요일밤의 토크쇼 강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유재석이 진행하는 '놀러와', '해피투게더3'에 비해 유독 안티가 많은 것은 이승기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또한 강호동이 '1박2일'에서 보였던 폭력성이나 게스트들을 고압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승기 이미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강심장'이 폭로 전문 토크쇼로 방송 후 구설수가 많다는 것도 이승기의 바른생활 이미지와 맞지 않아요. 이승기는 강호동과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강호동이 이승기에게만은 잘대해줘 '강심장'이 그럭저럭 인기를 끄는 거지요.

'강심장' MC가 아니더라도 이승기는 '1박2일'때문에 인기에 큰 영향은 없어요.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좋아하는 이승기가 자주 방송에 나오는게 좋을 지 모르지만 스타가 가진 재능은 한계가 있어요. 재능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니에요. 스타가 가진 재능을 일거에 다 소진하게 되면 나중에 인기가 급격하게 추락할 수 있어요. 즉 이승기는 신비주의 측면에서 '강심장'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신비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승기는 국민남동생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스타입니다. 예능 프로라는 게 때로는 망가져야 하고, 오버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약점이 노출될 위험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이승기는 ‘강심장’에서 약점을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점도 나오고, 한계도 느낄 것입니다. 20여명의 게스트들과 함께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할 수도 있고, 이 실수로 큰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실수 하나로 한 방에 훅 가는 연예인이 얼마나 많나요?

'강심장' MC 1년을 맞은 이승기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여기서 '절반'의 의미는 '강심장' MC가 이승기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겁니다. 이승기가 '강심장' MC로 참여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강호동이 아닐까 합니다. 어제 조형기, 최화정이 이 점을 정확하게 꼬집어주었죠. 강호동은 이승기를 꼭 붙잡고 '강심장'을 10년 이상의 장수 프로로 만들고 싶겠지만, 지난 1년의 득실을 따져보니 이승기에겐
그리 절박한 프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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