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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전설희', 9시뉴스 누른 김정은의 힘

by 피앙새 201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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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대는 보통 뉴스를 시청하는데, SBS가 이 시간대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은 보통 주부 시청자를 겨냥해서죠. '천사의 유혹'도 20%대 시청률로 성공했는데, 이번에 '나는 전설이다'(이하 '전설희' 표기)도 방송 4회만에 16% 시청률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네요. 그 돌풍의 중심은 물론 김정은인데, '파리의 연인' 이후 그녀의 캐릭터를 가장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을 맡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입니다. '전설희'는 첫 회부터 실시간 시청률이 17%까지 돌파하며 KBS 뉴스9(15.5%)과 MBC 뉴스데스크(9.8%)를 가볍게 눌렀습니다. 김정은의 연기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무늬만 청담동 사모님일 뿐 시댁 분위기에 억압되고 짓눌린 생활, 더구나 시어머니(차화연)로부터 걸핏하면 '네 까짓게 뭔데'소리를 들으며 파출부보다 못한 생활을 해왔던 전설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했습니다. 전설희의 이혼 요구에 남편 차지욱(김승수)은 자신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반대를 했지만, 결국 이혼에 합의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죠. 바로 마돈나밴드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설희는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혼에 합의해주려 했는데, 친구 강란희(고은미)가 출연하기로 한 다큐 프로를 무산시켜 설희를 화나게 합니다. 그리고 어렵게 찍었던 이혼합의서를 차지욱 앞에서 찢어버리고 전면전을 선포합니다. 통쾌하게 한 방을 날렸지만 전설희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요.


강란희의 다큐 프로가 남편의 방해로 무산됐지만, 다큐PD가 한 물간 가수 란희보다 명문 법조가 며느리임을 알게돼 설희 얘기가 시청자들에게 더 관심을 끌 것 같아 주인공을 설희로 바꿔 촬영을 계속하기로 합니다. 졸지에 다큐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게 된 란희는 시샘과 질투를 넘어 설희가 미울 수 밖에 없지요. 괜히 설희의 가방에 분풀이를 하다가 그만 설희 가방에서 이혼서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결국 설희는 다큐PD 앞에서 강란희의 압박으로 이혼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게 됐고, 방송가에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사실 설희는 친구 란희를 도와주기 위해 다큐촬영에 응했던 것인데, 란희는 처음부터 자신의 인기를 위해 친구들을 이용한 겁니다. 첫 회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는 란희를 구하다 유치장까지 가게된 설희와 다르게 란희는 밉상 그 자체입니다. 밉상 강란희로 인해 방송가에 차지욱부부가 이혼소송중이라는 사실이 파다하게 퍼졌고, 차지욱도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차지욱과 설희는 돌아올 수 없는 강, 즉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됐습니다.


설희는 변호사인 남편과 맞서 법정에서 싸우겠다는 건데, 어찌보면 차지욱 말대로 설희가 이길 수 없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전설희는 끝까지 해보자며 남편과의 싸움에 뛰어들었지요. 설희는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해 달라며 시댁 운전기사(황기사)를 증인으로 내세웠습니다. 황기사는 처음에는 딸의 입학금 문제 등 생활이 어렵다며 거절했는데, 나중에 전화로 법정에 출두하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 사이 차지욱의 내연녀이자 이혼전문 변호사인 오승혜(장영남)에게 매수당한 것입니다.

차지욱은 오승혜와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전설희는 매수된 줄도 모르고 황기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시댁에서 억울하게 살았던 일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오승혜가 변론에 나서자, 아 글쎄 믿었던 황기사가 '작은 사모님(전설희)이 위자료를 받으면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는 거짓증언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황기사가 차지욱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하는 바람에 설희는 위자료를 노리고 이혼을 청구한 사기결혼으로 몰리게 됐습니다. 전설희가 오승혜에게 꼼짝없이 당한 겁니다. 앞으로 전설희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어떻게 남편과 오승혜에게 복수할 것인가가 '전설희'의 촛점입니다.


김정은이 맡은 '전설희'는 마돈나밴드의 보컬입니다. 어제 이혼 법정에서 믿었던 황기사로부터 배신을 당한 후 마돈나밴드와 함께 공연을 펼치던 중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노래와 연기가 합쳐진 명품 장면이었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음악프로 '김정은의 초콜릿' 덕분입니다. 김연아가 '초콜릿' 게스트로 출연해서 노래를 부를 때 김정은이 2년간 진행을 하다보니 음악에 대한 안목이 생겼다며 김연아의 노래를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김정은은 음악프로 진행 2년만에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게 됐습니다. 전설희 역은 연기는 물론 노래까지 잘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딱 제 격입니다.


김정은의 연기하면 보통 '파리의 연인'에서 오버하는 모습을 많이 떠올리는데, '전설희'에서는 음악으로 아픔을 달래며 잘난 남편 차지욱에게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원맨쇼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홍지민, 김승수, 이준혁, 장신영, 쥬니 등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스러워 김정은의 연기를 더욱 빛내주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9시 뉴스를 시청하는 동안 여자들은 김정은의 '전설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며 당분간 남편과 아내들의 채널 싸움이 계속될 듯 합니다. 그러나 방송 4회만에 20% 시청률을 바라볼 정도로 '전설희'는 김정은의 힘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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