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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남격' 월드컵을 가다, 완성도가 떨어진 이유

by 피앙새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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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첫 상대인 그리스를 2:0으로 통쾌하게 이겼습니다. 지난 주말밤이 정말 뜨거웠어요. 경기 내용이야 방송 뉴스시간에 수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제 외울 정도지요. 경기 내용 못지 않게 궁금한 게 바로 뒷이야기들입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죠. 예전에는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 경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이경규가 간다'가 인기였습니다.

그런데 이경규가 KBS로 옮겨갔기 때문에 올해는 '남자의 자격'에서 '남자, 월드컵을 가다'로 어제 첫 방송됐습니다. 어제 '남격'을 보니 2002년과 2006년의 '이경규가 간다'와는 좀 달랐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SBS의 독점중계때문에 경기화면을 사용할 수 없어 생생한 뒷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소 엉성하고 조잡하기까지 한 화면으로 '남격' 제작진은 그리스와의 경기가 끝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뒷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이건 거의 생방송 수준입니다. KBS에서 이렇게 조잡한 화면으로 '남자-월드컵을 가다'를 제작한 것은 SBS단독중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남격'에서 '붉은 악마와 함께 간다'는 이미 6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미션입니다. 6개월 전이면 SBS의 단독중계권에 대해 KBS와 MBC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구매를 위해 구성해온 코리아풀을 깼다며 단독중계의 부당성을 거론하던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격' 제작진은 SBS가 중계한 선명한 화면을 가져다 쓸 수 없었습니다. SBS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뉴스 보도용 영상 단 2분입니다. 이것도 SBS로서는 엄청 인심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SBS가 제공한 영상 2분을 가지고 '남격'-월드컵을 가다 특집을 제작할 수 있나요? 월드컵 특집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생생한 경기화면입니다.

KBS '남격' 제작진은 현지에서 촬영한 화면을 하루만에 국내로 들여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하게 촬영한 것을 한국에 보낸 것이라고 합니다. '남격'을 본 시청자들은 평상시와 다르게 조잡한 화면을 보고 '왜 화면이 이럴까?'하고 의아해 했을 겁니다. 사실 경기 하룻만에 남아공 현지표정과 국내 거리응원 모습 등을 편집해 방송하려면 현지 위성생중계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SBS단독중계권 때문에 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남아공 현지에서 촬영한 화면은 현재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중인데, 이 화면은 조잡하지 않은 생생한 화면입니다. 이 화면이 도착하면 여유를 갖고 편집해 이번주 일요일 방송해도 되는데 왜 굳이 하룻만에 편집, 방송했을까요?


완성도가 떨어진 화면을 하룻만에 굳이 방송에 내보낸 이유는 SBS의 단독중계 부당성을 알리기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남격' 제작진이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방송 후 적어도 이런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았습니다. 결국 '남격'이 엉성한 화면으로 '월드컵을 가다' 방송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SBS의 단독중계 벽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남격' 제작진은 한국 : 그리스 경기 장면을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면으로 방송을 했습니다. 어제 '남자의 자격'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SBS경기중계화면과 '남격'에서 찍은 화면은 화질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SBS중계화면은 고화질(HD)이었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찍은 화면은 스마트폰으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전문 스포츠 중계 카메라맨이 찍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동감이나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SBS에서는 '남격'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방송한 허접한 화면도 '뉴스 보도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예능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의 국제적 룰을 위반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SBS 단독중계때문에 시청자들은 '남격' 등 주요 예능 프로를 통해서 방송돼던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경기 뒷이야기까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근데 SBS에 따르면 말이 된답니다.


월드컵 뒷이야기를 다룬 예능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때의 생생한 경기장면과 아쉬웠던 경기 모습이 필수적입니다. 경기 화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난 뒤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이경규 등 '남격' 맴버들과 실시간으로 전국의 응원현장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 포맷입니다. '남격'은 어제 남아공 현지 외에 국내에서는 영동대로 거리응원,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 주유소, 산후조리원, 경북 영양 기산리(1박2일 촬영지), 지하철, 병원, 성당 등 전국 곳곳의 월드컵 열기를 화면에 담았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는 KBS축구 중계 아나운서 서기철, 해설위원 이용수가 SBS화면을 보고 중계하면서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습니다. 방송 하루 전에 전국 곳곳의 응원열기를 담아 20여시간 뒤에 방송한 것은 제작진이 날 밤을 샜다는 얘깁니다.

결국 SBS 단독중계로 그 피해자는 KBS나 MBC가 아닌 국민들이었습니다. SBS야 독점중계사기 때문에 주구장창 경기장면을 재방송으로 내보내지만 다른 방송들은 하릴없이 이도 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월드컵은 축구공 하나로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국민축제입니다. 그러나 올해 남아공 월드컵은 SBS 단독중계로 국민적 축제 무드가 반감되는 분위기입니다. SBS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로 상업적으로 중간광고 시청률도 대박을 터트리며 성공했는지 몰라도 방송도의상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SBS는 누구를 위해 월드컵 단독중계권을 행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방송사든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SBS는 이번 월드컵만을 위해 존재하는 방송사가 아닙니다. 월드컵 이후 쏟아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생각하지 않나요?


'남자의 자격'은 SBS 단독중계에 가로막혀 어제 시민들 응원장면만 계속 보여줄 뿐 방법이 없었습니다. 제작진도 답답했을 겁니다. 예전에 '이경규가 간다'에서 이경규가 직접 중계, 해설하며 감칠맛 나는 뒷이야기들을 전했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은 허접화면, 그것도 골인 장면만 몇번이고 반복하고 이경규의 현지 표정보다 산후조리원 모습이 더 많이 나오는 이상한 월드컵 특집을 보고 제작진이 정신줄 놓고 편집했나 했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SBS의 단독중계 부당성을 알린 건가요?

이번에 '남자-월드컵을 가다'에 동행한 박창현 응원단장 등 70여명의 붉은 악마들은 남아공으로 가는 비용과 응원 물품 등 모든 것을 자비를 털어서 갔다고 합니다. 이들이 자비로 남아공까지 간 이유는 왜일까요?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인원은 얼마되지 않아지만 붉은 악마 70여명은 남아공 현지에서 대형태극기를 휘날리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습니다.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붉은 악마들이 현지에서 고생하며 응원을 준비하는 과정도 보여줬으면 했는데, 이런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붉은 악마는 이제 개인차원을 넘어 국민응원단이기 때문입니다. 남아공 현지에서 직접 촬영한 화면이 도착하면 붉은 악마의 응원 준비 등 생생한 현지 모습도 방송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SBS에서 KBS와 MBC 등 거리응원과 시민들 인터뷰조차 SBS 허락을 맡고 해야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글을 봤는데, 이것이 사실인가요?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경규가 간다'처럼 생생한 현지 모습을 보여주는데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남격'을 보고 실망한 시청자들이 많은데, 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의 사정을 들어봐야 합니다. '남격'팀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우리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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