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삼계탕을 먹던 남편이 눈물을 흘리네요!

by 피앙새 2008. 8. 8.
반응형

오늘이 삼복더위중 마지막 더위라 하는 말복입니다. 어제가 절기상으로 입추였는데, 말이 입추지 요즘이 가장 더운 때가 아닌가 합니다. 말복인데 가족을 위해 삼복더위 물리칠 음식으로 뭘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삼계탕으로 결정하려다 아니다 싶어 다른 메뉴를 생각중입니다. 복날이면 주부들이 가장 흔히 하는 삼계탕을 삼복더위 음식으로 선뜻 내놓지 못하는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작년 말복때의 일입니다. 말복인지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녁메뉴로 삼계탕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학원가고 남편과 둘이 삼계탕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삼계탕을 몇 점 뜯더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삼계탕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남편을 보니 웬지 측은하게 느껴져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물도 많아진다는데, 그래서 그런가요? 그건 아니고 삼계탕만 보면 남편은 어린 시절 가슴아픈 기억이 떠오른답니다. 고단하고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와 약병아리 닭에 얽힌 사연이 있습니다.

소작농지 하나 없이 품삯으로 일을 다니시는 부모님과 7남매중의 막내로 태어난 남편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고단했습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지 못하는 날은 밥굶기를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하며 남편은 배고픔을 어려서부터 겪었죠. 그래도 막내는 공부시켜야 한다며 중학교를 보내고 좋아라 하시던 시어머니는(제가 결혼할 때 이미 돌아가셨어요) 제 남편이 삶의 유일한 끈이고 희망이셨습니다.

남편이 중학교 입학 후에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여느때 처럼 학교를 가려고 하는데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더랍니다. 바로 을 삶는 냄새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집에서 보통 닭을 키우고 살던 시절이었죠. 학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아침상을 차려오는 시어머니를 보고 남편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귀한 닭을 삶아 오신거죠. 남편은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어머니~! 이게 웬 거에요. 닭죽을 끓이면 온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데, 왜 삶아서 혼자 먹으라고 해요?"

어머니는 머뭇 대시더니, "으응~ 네가 요즘 공부하느라 몸이 많이 야윈 것 같아 잡았다. 어여 먹어라~~!"

그러나 남편은 그 닭이 어떤 닭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집들은 닭이 10마리가 넘는데, 유일하게 남은 닭 한마리, 그것도 아직 채 자라지도 않은 약병아리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아침밥도 거르고 학교 갈 남편을 생각해 마지막 남은 닭 한마리를 당신께서 손수 잡고, 삶아서 아침밥 대용으로 남편에게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남편은 어린 마음에도 애써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닭다리를 뜯고 학교에 갔습니다.
대문을 나서며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을 남편은 주체할 수 없었답니다. 가난에 대한 서러움보다 어머니의 그 따뜻한 마음과 희생에 대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 눈물이 되어 흐른거죠. 남편은 이 다음에 커서 꼭 어머님께 효도하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도 모르시고 남편이 고등학교 2학년 되던 해, 시어머님은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뒤로 남편은 닭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닭만 보면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시키거나 닭도리탕, 닭죽, 삼계탕 등 닭을 재료로 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남편은 시어머님 생각에 지금도 목이 메이고, 잘 먹지 못합니다. 그런 아빠를 보고 철 없는 아이들은 '아빠~! 닭 싫어해요, 알레르기 있어요...??' 하며  아빠의 가슴아픈 사연을 모른 채 철 모르는 소리를 한답니다.

오늘이 말복입니다. 남편의 가슴 아픈 기억을 생각하니 삼계탕 할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그래서 삼계탕보다 더 맛있는 시원한 콩국수를 만들려 합니다. 후식은 남편이 어린 시절 그렇게 먹고 싶었지만 싫컷 먹지 못했던 수박화채를 예쁘게 만들어야겠네요. 콩국수수박화채... 우리집 말복 음식입니다.

4~50대 분들 중에서 남편의 가슴 아픈 기억과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신 분들은 전화도 드리고 또 시간이 되면 직접 찾아가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그 시절에 즐겨 먹던 복날 음식을 만들어 부모님과 함께 하면 어떨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