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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열대야에 가족들 단칸방(?) 신세 되다!

by 피앙새 2008.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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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의 기세가 거셉니다. 어젯밤 열대야현상 때문에 잠 못 이루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집도 어젯밤엔 폭염 때문에 졸지에 단칸방에서 자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온가족이 에어컨이 있는 작은 딸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잤거든요.

재작년에 에어컨을 샀습니다. 거실용과 함께 보너스로 준 벽걸이형 에어컨은 공부하는 작은딸방에 설치를 했죠. 거실에 설치한 에어컨은 전기료 비싸서 먼지커버 씌운채 올 여름 한번도 틀지 않았습니다. 요즘 경제가 안좋아서 대부분의 가정들이 거실형 에어컨을 켜지 않고 산답니다. 그야말로 전시용입니다.

그런데 어젠 너무 더웠습니다. 올여름 들어서 처음으로 서울에도 열대야현상이 발생한 날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막내딸이 학교에서 야자(야간 자율학습) 끝나자마자 집에 오더니 자기방에 에어컨을 틀었습니다. 공부방이고 평수가 적어서 그런지 에어컨을 튼지 5분만에 방안이 시원해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던 남편이 더위에 지쳐 은근 슬쩍 딸방에 배개 하나 들고 들어가더니 나오질 않습니다. 큰 딸은 자기방에서 더워서 못잔다며 아예 동생방에서 자겠다며 선전포고(?)까지 하며 잠옷 갈아입고 동생방으로 갑니다.

"흐미~~ 그럼 난 모야 모야~~~, 나 혼자 안방에서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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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안되겠다 싶어 배개들고 둘째딸 방으로 갔습니다. 침대위엔 벌써 큰딸과 작은 딸이 자리를 떡~~하니 잡고 누웠습니다. 침대밑에 바닥엔 한명이 누울 공간 밖에 없는데, 이미 남편이 그 자리를 선점(?)하고 말았습니다. 전 남편 옆에 배개를 놓고 남편을 옆으로 밀치면서 누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왈,

"아니, 이 좁은 공간에 큰 덩치를 어디다 들이대는 고야...?"

뭐시라꼬...? 불면 날아갈까 연약하고 여린 내 몸을 큰 덩치라꼬...??

순간 화가 나서 남편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이 말을 듣고 있던 큰 딸이 한마디 합니다.

"아빠! 아빠가 더 덩치가 큰데요, 뭘~ 글구 엄마만 더운데서 잘 수 없으니까 걍 껴서 자요~~!"

흐흐흐~~ 그럼 그렇지...ㅋㅋㅋ 큰 딸의 말에 남편이 자리를 조금 비켜주니 내가 누울 공간이 나옵니다.

이렇게 해서 온 가족이 단칸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을 잡니다.
대학생이 된 큰 딸의 대학생활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둘째딸의 학교공부와 친구들 이야기, 어릴적 두 딸들이 자랄때의 예쁘고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남편의 익살맞은 이야기, 저의 살림이야기 등등 시원한 단칸방(?)에서 밤 12시가 넘도록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폭염과 열대야속에 졸지에 단칸방 신세가 되었지만 그 덕분에 평소에 하지 못한 가족간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오래만에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작은 딸이 학교가면서 한마디 합니다.

"엄마! 오늘부터 내방에서 잘려면 숙박비 내고 자요~!"  ㅋㅋㅋ

그래? 숙박비가 얼마라도 좋다.
가족이 함께 자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면 그깟 숙박비가 문제겠니?
근데 하루에 얼마면 되니?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할인해서 싸게 해주면 안되겠니?

참, 그리고 숙박비는 아빠에게 일괄적으로 걷어라. 엄마는 요즘 돈이 없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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