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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故 김수환추기경 묘지와 일반묘 비교해보니

by 피앙새 2009.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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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은 '살아진천, 사후용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죽어서 명당자리로 꼽히고 있습니다.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 시부모님 묘소가 있어 어제 다녀왔습니다. 4월 5일 한식날은 차도 많이 막히고 복잡해 미리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지난 2월 16일 선종하신 고 김수환추기경님이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그런데 어제 가보니 아직도 추기경님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추기경님 묘소에서 참배를 하거나 미사를 드리는 등 그분에 대한 추모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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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이곳을 찾지 못해 시부모님 묘소에 온김에 김추기경님의 묘소에 들렀습니다. 성직자 묘에 들어서니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현수막에 붙어있는 추기경님의 환한 미소띤 얼굴을 보니 그분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성직자묘소에서 추기경님의 묘소를 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놀랐습니다. 이곳에 묻힌 일반 사람들보다 더 작은 묘지에 잠들어 계신 추기경님을 보고 죽어서 누울 자리마저 아낌없이 나눠주시고 가신 추기경님의 사랑에 다시 한번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묻힌 묘지의 평수는 불과 1평 조금 넘습니다. 저희 시부모님 묘지는 부부 합장묘로 5평입니다. 그러니까 한 분당 2.5평입니다. 김추기경님은 일반인의 평수보다 작은 묘지에 편안히 누워 잠들어 계신 것입니다. 김추기경님 뿐만 아니라 이곳에 묻힌 모든 성직자 묘지는 1평 조금 넘습니다. 성직자들 묘지 역시 일반인들 묘역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성직자묘지는 약 1평정도 되고 일반인들의 묘지는 5~8평입니다. 천주교에서 관리하는 공원묘지지만 일반인들이 더 좋은 곳, 더 넓은 평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직자들이 사랑과 봉사정신을 죽어서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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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추기경님 묘소는 1.2평, 일반인의 묘소는 제단앞까지 약 50평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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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천주교공원묘원 성직자 묘소는 약 1평이며, 일반인 묘소는 5평에서 8평까지다.)

주변의 묘를 둘러보니 추기경님 묘소 바로 아래쪽으로 50m 내려가니 우리 나라 중견대기업 회장의 묘와 그 가족들을 위해 넓디 넓은 묘역이 있었습니다. 평수를 보니 200평이 훨씬 넘어 보입니다. 죽은 사람 뿐만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도 미리 누울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평수가 김수환추기경님 묘소에 비하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 조경과 관리 상태도 너무 잘돼어 있었습니다. 아마 죽어서도 회장님 대접 받으며 누워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죽어서 묻힐 묘역도 빈부의 권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명당 자리에 누워야 후손들이 잘된다고 묘자리도 파서 명당 자리로 옮기는 것을 서슴치 않는 세상입니다. 추기경님이 묻힌 자리는 명당 자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자리입니다. 사람은 죽는 순서대로 묻힐 자리가 결정되는 줄 알았는데, 이곳을 보니 죽는 순서가 아니라 돈과 권력 순으로 묻힐 순서가 정해지는 듯 합니다. 지금 전국은 묘자리가 부족하고 화장문화를 권장하는데, 죽어서까지 대우받으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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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은 사람들의 묘자리까지 마련된 가족묘인데, 묘자리도 죽는 순서가 아니라 돈과 권력순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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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은 사람들의 묘는 평소 관리를 해줘서 그런지 주변 조경이 잘 꾸며져 있다.)

김추기경님이 잠들어 계신 용인 천주교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들이 묻히는 곳입니다. 각 지역마다 신부님들이 묻히는 곳이 따로 정해져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신부들의 묘역은 원래는 서울 용산성당 지하였으나 이곳이 모두 차 1975년 용인에 새로 마련됐습니다.

길이 60m로 조성된 성직자 묘역에는 주교 묘지 18기, 신부 묘지 97기 등 116기가 조성돼 있습니다. 주교 묘지에는 1984년 선종한 고 노기남 대주교만 잠들어 있고, 일반 신부는 62명이 잠들어계십니다. 김수환추기경님의 묘는 노기남 대주교 바로 옆에 있습니다.

다음주 일요일(4월 5일)이 한식입니다. 그런데 이 날이 공교롭게도 김수환추기경님이 선종하신지 49일되는 날입니다. 김추기경님의 49제를 맞아 4월 5일은 많은 사람들이 또 용인을 방문할 것입니다. 그분의 장례식때 방송에서 본 묘지를 직접 방문해보고 그분의 묘지크기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정말 죽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누울 자리조차 다 양보하시고 떠난 그분의 사랑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어떻게 사는것이 진정 아름답게 사는것인지를 김추경님은 죽어서도 가르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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