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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공짜영화표로 가입 유혹하는 상조회 보니

by 피앙새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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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는 전통적인 두레나 품앗이 정신으로 상을 당했을 때 사후 경황이 없는 유가족들을 위해 장례비는 물론 장례절차에 대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요긴한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최근 상조회가 난립하여 소비자고발센터에 피해신고가 접수되는 등 상조회사의 불성실한 영업으로 가입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두레의 정신을 망각한 상조회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라 언니를 만나기 위해 모 백화점으로 가는데 지나는 행인들에게 공짜 영화표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데 안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무료영화관람권 2장을 받았습니다. 언니를 만난 후 시간도 있으니 공짜 영화표로 영화를 보자고 해서 극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화관은 저처럼 공짜 관람권을 받은 사람들로 만원이었습니다. 어디서 주는 표인지도 모른채 ‘공짜’라는 유혹에 넘어가 무작정 영화관으로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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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장후 30분이 지나도 영화는 상영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영화가 상영된다는 안내도 없습니다. 그냥 나가려니까 언니가 “기다린 김에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하기에 극장안에서 팝콘을 먹으며 기다렸습니다. 잠시후 어떤 사람이 영화관 무대위로 올라왔는데, 이 사람은 바로 상조회 직원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공짜로 영화를 보는 여러분은 행운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뒤, ○○상조회에 대한 팜플렛을 나눠준뒤 홍보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끝나겠지 했는데, 아뿔싸 그게 아니었습니다.

무려 1시간이 넘게 상조회 가입을 하면 뭐가 좋고, 오늘 당장 가입을 하면 40만원이 떨어진다는 등 극장안의 공짜영화에 유혹당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한 시간이 넘자 도중에 한 두 사람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공짜’라는 말에 완전히 속은 기분입니다. 한마디로 영화표 한 장 무료로 주면서 상조회 가입을 유혹하는 상술이었습니다. 이런 상술에 속은 제가 조금 우스웠습니다.

1시간이 조금 지나 언니와 함께 그냥 밖으로 나왔습니다. 언니에게 영화 보자고 한게 미안했습니다. ‘공짜’라는 유혹에 넘어가 1시간 30분을 그냥 허비했습니다. 물론 어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쉽게 넘어갔지만 저 말고도 약 100여명이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어쩌면 그 상조회 사람들은 오늘도 지나는 행인들에게 계속 공짜 영화표로 행인들을 유혹할지 모릅니다.

가뜩이나 상조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차에 어제 일은 상조회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습니다. 조조영화로 보면 4천원이면 될 것을 무려 1시간 30분동안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상조회는 공짜 영화표를 받은 사람들에게 그만한 댓가를 요구했습니다. 요즘 시간당 아르바이트 비용도 4천원인데, 저와 언니 둘을 합치면 무려 12,000원 어치의 노동을 제공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직장 다니느라 좋아하는 영화를 한동안 보지 못해 영화를 보려던 제가 바보였습니다.


언니와 저녁을 먹으면서도 기분은 영 찜찜했습니다. 그날 언니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빼앗은 죄로 저녁값은 제가 냈습니다. 언니는 그럴수도 있다지만 저는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비슷한 일 많이 겪을텐데, 앞으로는 ‘공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다 보니 죽어서 아무리 ‘호강’을 시켜준다 해도 살아 있을 때 우선 힘든 서민들에게는 상조회는 그림의 떡일지 모릅니다. 또한 상조회사가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다 보니 가입경쟁 또한 치열할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홍보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지나는 행인들에게 공짜 영화표를 나눠주며 영화관으로 유인한뒤 가입을 강요하는 듯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일은 오히려 상조회사의 이미지만 더 나쁘게 할 뿐입니다.

앞으로 이런 공짜 영화표 받으시는 분들은 적어도 2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아시고 표를 받아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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