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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시부모 4명 모시는 새댁 하소연 들으니

by 피앙새 200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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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부장적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결혼대상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장남이나 외아들 여부를 여부를 따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결혼후 시부모를 모시기 싫어 장남이라 해도 분가해서 따로 사는 것이 요즘의 세태입니다. 그만큼 시부모를 모시는 것은 고부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새댁들에게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런데 시부모를 두 분도 아니고 네 분을 모셔야 하는 며느리가 있습니다. 결혼전에 두 분인줄 알았던 시부모가 두 분이나 더 계신  것을 알고 이 새댁은 요즘 이혼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 사무실에서 지난해 5월 결혼한 K새댁은 요즘 시부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외아들이지만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성실해서 3년 연애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후에도 그녀는 직장을 다니기 맞벌이부부기 때문에 아이가 생기면 시부모들에게 돌봐 달라 하기 위해 아이들이 크기까지는 남편의 권유에 따라 홍은동 시부모님들과 한 집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시부모와의 갈등과 남편의 불륜 등 이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KBS '사랑과 전쟁'의 한장면)

그런데 지난해 11월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남편이 지금의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고 따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전에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서로 재혼을 해서 아버지도 두 분, 어머니도 두 분이라는 것입니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아내 몰래 가끔씩 남양주에 살고 있는 친어머니를 만나고 왔지만, 며느리를 보고 싶다는 말에 사실을 고백한 것입니다. 남양주 시어머니는 외아들인 남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선지 틈만 나면 남편을 오라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K새댁은 지난해 말부터 한달에 한 두번씩 남편의 또 다른 부모님을 뵈러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모시고 있는 시부모님들 눈치 보며 직장 다니기도 힘든데, 또 다른 시부모님을 뵈러 갈 때는 결혼한 것을 후회하며 이 결혼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봐줄 시부모가 있기 때문에 빨리 낳아서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미 뱃속에는 임신 5개월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없다면 쉽게 갈라설 수 있지만, 아이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K새댁이 ‘이혼’이라는 말까지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설날 때였습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홍은동 시부모님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설날 오후에는 다시 남양주에 있는 또 다른 시부모 집에서 지내느라 정작 친정은 가지도 못했습니다. 자기를 키워준 친정 부모님한테는 설날에 인사도 못가고, 남편과 결혼했다는 것 때문에 생전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을 시부모로 4명씩이나 모셔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억울했던 것입니다. 외아들인 남편은 현실은 인정하고 양쪽 집안을 모두 왔다 갔다 합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들중 젊은 사람들은 ‘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저처럼 나이가 좀 있는 여자들은 그래도 한번 결혼했으니 ‘참고 살아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K새댁의 신랑은 성실하고 직장도 안정되어 큰 문제는 없습니다. 남편 하나만 믿고 결혼했지만, 남편외의 다른 문제로 속을 태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뱃속의 태아에게 영향을 줄까봐 좋은 생각만 하려해도 한 달에 한 두번씩 남양주 시부모에게 갈 때는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K새댁을 더 우울하게 만든 것은 아이를 낳으면 남양주 시어머니가 봐주겠다며 벌써부터 뱃속 아이를 두고 홍은동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입니다. 양쪽 시어머니들이 서로 애를 돌봐주겠다고 하는 것은 양육비 때문입니다. 양쪽 시아버지들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 한 달에 100만원의 수입은 놓칠 수 없는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K새댁의 친정 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친정부모님들은 ‘사기결혼’이라며 당장 아이를 지우고 이혼하라지만 아이는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 이런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은 K새댁의 신랑은 요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낸다고 합니다. 아내편을 들 수도 없고 부모편을 들 수도 없는 난감한 입장입니다. 결국 이혼이냐 아니면 그냥 참고 사느냐 하는 문제 해결의 키는 K새댁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뜻 결정하기 힘든 이 문제로 그녀는 요즘 하루를 1년처럼 살고 있습니다. 핵가족화되다 보니 요즘은 한가정에 한명 아니면 많아야 둘입니다. 그런데 이혼율은 점점 급증하고 있습니다. 재혼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하는 세상이다 보니 부모가 자식보다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올지 모릅니다. 자식은 한 두명인데, 부모는 몇 명이라... 세상이 참 이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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