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외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딸을 보며

by 피앙새 2008. 12. 22.
반응형

올해 대학에 들어간 큰 딸이 기말고사가 끝난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긴긴 겨울방학 동안 친구들은 해외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해서 모두 물 건너 떠날 때 딸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아빠가 어학연수비를 주겠다고 했지만, 철이 들었는지 겨울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내년 여름방학 때 간다는 겁니다. 덕분에 큰 돈 마련할 고민은 사라졌지만 딸에게 조금 미안했습니다.

지난주부터 딸은 대형 외식업체로 아르바이트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딸은 학기중에는 공부에 시간 빼앗긴다며 중고등학생 과외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딸의 목표가 있기에 과외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 딸이 기말고사가 끝난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방학을 하자마자 딸은 금방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했습니다. 이른바 시간제 아르바이트인데, 음식점 서빙과 청소일이었습니다. 수당은 시간당 4,000원. 하루 6시간 해야 24,000원이네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빙하는데, 저녁에 오면 힘들어 하는 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님들 서빙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럴 때마다 딸은,
"엄마, 이건 돈보다 제가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한번 경험해보려 하는거에요..."

하고 엄마를 위로합니다. 그말에 딸이 얼마나 대견한지... 가슴 한구석에서 시려 옵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딸은 겨울방학 동안 알바를 하면서 세상을 하나 하나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하면서 기분 상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억울할 일도 생길 겁니다. 그럴 때마다 딸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혼자만의 날개짓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세상배우기를 잘할 거라 믿습니다. 주말에 더 바쁜지 어젯밤 얼마나 힘들면 밤새 끙끙 앓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으키기 힘든 몸을 추스리고 다시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힘들다는데, 친구와 함께 사회 경험을 하고 있는 딸이 대견하기보다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느껴지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환갑이 넘어도 부모에겐 어린 자식처럼 느껴지는게 인지상정입니다. 딸이 외식업체 나가서 알바를 하다보니 식당에 가서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기분 나쁘게 주문을 하진 않았는지 여러가지 생각이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막상 입장을 바꿔서 딸이 그런 서빙을 하니 앞으로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혹시 손님들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딸이 선택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잘 하리라 믿습니다.

어제 첫 출근후 집에 오더니 첫 월급타면 아빠, 엄마에게 따뜻한 양말을 사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딸이 아르바트로 번 돈 10원 한장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같은 돈인데, 아빠가 버는 돈 쓸 때는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데, 딸의 돈을 쓴다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는지요?

저는 딸이 고생해서 번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 딸 통장에 넣어줄 것입니다. 어리게만 느껴지던 딸이 용돈을 받기만 하다가 돈을 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부모곁을 떠나기 위해 날개짓을 푸득 푸득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잘 날 수 있도록 아직 날개짓을 더 배워야 하는데, 잘 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날개짓을 하다가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는 한주기 때문에 이번주는 더욱 바쁘다고 합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손님으로 가던 그 식당에서 이번엔 종업원이 되어 서빙을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나간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하루였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