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워도 너무 더운 한여름입니다. 낮에 뜨거운 태양을 피해 요즘은 저녁에 야경을 보러 많이 나가죠. 용인은 야경 명소가 많은데, 그중의 한 곳이 용인포은아트홀 미디어파사드입니다. 오늘은 화려한 조명으로 다양한 영상을 보여준 미디어파사드 전시 관람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미디어파사드 전시는 5월 21일부터 10월 말까지 수지구 죽전동 용인포은아트홀과 아르피아 광장에서 ‘백남준의 도시 :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를 주제로 매일 저녁 8시부터 열립니다. 저는 저녁 7시 40분경 아르피아 광장에 도착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고 웅장하게 우뚝 솟은 아르피아 타워가 보입니다.

미디어파사드가 시작되는 8시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어 포은아트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포은아트홀 명칭이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호에서 따온 것이잖아요. 아트홀 앞에 정몽주 선생 동상이 근엄하게 서 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소가 있으니 아직 안 가봤다면,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포은아트홀 옆에 파라솔과 벤치가 길게 펼쳐진 쉼터가 있습니다. 미디어파사드 상영을 기다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입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곳에 앉아 있으니,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합니다.

아르피아 광장에 독특한 붉은 벽돌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낮에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건물의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니, 고성능 대형 프로젝터(영사기) 여러 대가 포은아트홀 건물 외벽을 향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특수 영사기 부스가 용인포은아트홀의 밋밋했던 붉은 외벽을 순식간에 환상적인 대형 미디어아트 스크린으로 바꿔주는 '빛의 비밀 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작은 창 너머에서 쏘아 올린 빛들이 잠시 후 포은아트홀 벽면을 얼마나 화려하고 환상적인 빛의 향연으로 물들일까? 하는 궁금증은 전시가 시작된 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밤 8시가 되자, 어둠이 내려앉은 포은아트홀 외벽이 환한 스크린으로 변신하며 본 전시의 막이 올랐습니다! 주요 작품은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 ▲강이연 〈배니싱〉(Vanishing) ▲구기정 〈투명성 시각 풍경〉(The Transparent Visual Scenes) ▲권혜원 〈우로보로스 엔진〉(Ouroboros Engine) ▲신재영 〈파동과 질서〉(Ebb and Flow) ▲염인화 〈솔라소닉 밴드(Inst.)〉 등이며, 총 상영시간은 약 42분입니다.

첫 포문을 연 작품은 기대를 모았던 백남준 작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입니다. 거대한 아트홀 외벽과 연결 복도를 따라 역동적인 호랑이의 기운과 화려한 색감의 패턴들이 쉼 없이 움직였습니다. 강렬한 핑크빛과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호랑이 문양이 회색빛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마다 광장 전체가 몽환적인 미술관으로 변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답니다.

특히 작품 중반에는 백남준 작가의 생전 모습이 외벽 화면에 연달아 수놓아지며 웅장함을 더했는데요. 웅장한 사운드와 현대적인 미디어 기술이 어우러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대형 야외 스크린으로 만나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는 미술관 내부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압도적인 감동과 현장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거대한 날갯짓과 몰입감 넘치는 강이연 작가의 〈배니싱〉(Vanishing)입니다. 포은아트홀의 붉은 벽돌과 유리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거대한 깃털과 날개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압권이었습니다. '사라짐(Vanishing)'이라는 제목처럼, 눈앞에서 피어났다가 사그라드는 정교한 빛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도심 속 소음도 잊고 오롯이 예술 속에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기정 작가의 〈투명성 시각 풍경〉(The Transparent Visual Scenes)입니다.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회색빛 포은아트홀 외벽과 기다란 구름다리 연결 복도가 순식간에 울창하고 푸르른 초록빛 숲으로 변신했습니다.

자연 속 나뭇잎과 풀숲, 물길과 인공적 구조물이 투명하게 교차하며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마치 숲속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원하게 밀려드는 초록빛 파도와 자연의 그래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한여름 밤의 열기는 어느새 싹 달아나고 마음에 평온함이 가득 차올랐답니다.

권혜원 작가의 〈우로보로스 엔진〉(Ouroboros Engine) 작품입니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무한히 순환하는 신화 속 뱀 '우로보로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스크린 전체를 푸른빛 하늘과 정교한 디지털 메카닉 문양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신재영 작가의 〈파동과 질서〉(Ebb and Flow) 작품입니다.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정교한 질서 속에서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며, 아르피아 광장 전체에 신비롭고 시원한 디지털 바다를 선사하는 듯했습니다. 건물 형태를 따라 정교하게 쪼개지는 픽셀 아트 형태의 그래픽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염인화 작가의 〈솔라소닉 밴드(Inst.)〉 작품입니다. 포은아트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스피커이자 무대로 변신해 실시간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붉은 벽돌과 유리에 반사되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자의 모습과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어우러져 영상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앗, 저기 빛이 또 움직여요! 너무 예뻐요!“
작품 하나하나가 외벽을 물들일 때마다 뒷짐을 지고 웅장한 아르피아타워와 외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민분부터, 순간의 감동을 놓칠세라 스마트폰 카메라에 열심히 야경을 담아내는 분까지 모두가 빛이 만든 예술에 흠뻑 빠졌습니다.

미디어파사드 작품 전시 순서는 포은아트홀 건물 대형 전광판에 나옵니다. 백남준 선생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미리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광판에는 운영 기간과 시간(5월~9월: 20시~22시 / 10월: 19시~22시) 및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는 QR코드까지 안내되어 있으니, 현장에 오시면 꼭 전광판을 먼저 체크해 보세요.

지금까지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 작가의 열정적인 호랑이 기운부터 청량한 초록빛 숲, 미래지향적인 SF 시공간, 그리고 신나는 밴드 퍼포먼스까지! 멀리 피서를 떠나지 않고도 도심 한복판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름밤 문화 선물 미디어파사드 전시 감상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너무 힘들죠? 뜨거운 태양과 열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망설이셨다면, 해가 진 뒤 은은한 노을빛과 시원한 밤바람이 반겨주는 ‘용인포은아트홀 미디어파사드’ 전시를 보러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용인포은아트홀 미디어파사드 전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499 (죽전역 1·2번 출구 도보 3분)
기간 : 2026년 5월 21일~10월 31일(매일 저녁 8시부터)
☞ 10월 21일부터 31일까지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
장소 : 아르피아 광장
관람료 : 무료
주차장은 용인포은아트홀 주차장 이용(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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