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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가슴이 답답했던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by 피앙새 200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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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과의 대화'가 SBS를 제외한 공중파 전방송과 케이블 YTN, MBN을 통해 어젯밤 방송되었습니다. 방송보기 전에 게시판에 어떤 질문들이 나왔는가를 보려 하니 이미 9월 5일부터 닫혀 있네요. 질문게시판 닫아 놓고 무슨 대화를 하자는 건지? 암튼 방송보기 전에 저는 이미 결론을 내놓고 봤습니다. 소통은 없을 것이고, 아마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고 더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괜히 봤다는 후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는 생각 뿐입니다. 100분 동안 인내를 갖고 봤는데, 그 100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어제 다음 블로그뉴스 이슈트랙백에 청와대 공식블로그 글이 띄워져 있었습니다. 그 글 말미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속시원한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속시원한 게 아니라 속만 더 답답해졌습니다. 이거 청와대에서 국민들에게 가스활명수라도 1병씩 나눠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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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 대통령과의 대화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TV를 보고 나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대화하기도 전에 이미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
청와대가 대통령과의 대화를 계획한 후 주관 방송사인 KBS게시판에는 지난 5일까지 2만 800여건의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말이 게시판이지 온통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실명제 게시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KBS는 제목만 보이게 하고 작성내용은 볼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제목을 길게 써가며 광우병문제, 촛불집회 탄압, 대운하, 재신임, 건국절 논란, 경제위기, 종교편향, 세제개편 등 현정부의 국정문제를 조목조목 적어 나갔습니다.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집권초 국정실패를 털어내고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다 오히려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국민들이 일시에 쏟아 놓은 듯 합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입니다. KBS게시판은 어제 생방송때 잠시 열렸다 다시 닫혔습니다. ☞ KBS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게시판 다시 보기

KBS 열린게시판 내용중에서(제목만 볼 수 있음)
안봐도 비디오, 궁금한 것 전혀 없다!           전파 아까우니 냉큼 방송 취소 하시오.
언제까지 남탓, 환경탓만 할 건가요?            4시간 리허설? 무슨 쇼 합니까?
제발 KBS게시판 글 좀 다 보세요!               모든 규제를 푼다면서 네티즌들은 왜 탄압하나요?
모니터에서 물대포 나온다는게 맞나요?       법과 원칙 말씀하셨습니다. 사위가 주가조작...?

주연 이명박대통령, 엑스트라 패널, 연출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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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게 진정한 국민과의 대화인지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취임후 처음으로 실시된 국민과의 대화를 하기도 전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하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화란 뭡니까? 그저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게 대화 아닙니까? 어제는 청와대에서 짠 각본에 의해 대통령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패널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해 사전 각본에 의해 연출된 국정홍보처 수준의 토론이었습니다. 국민섭외 패널 97명과 전문 패널 3명 등 100명이 사전에 정해진 질문을 주고 받는 형태였고, 일부 패널들은 질문지를 각본처럼 줄줄 읽었습니다. 또 전문 패널로 초청된 유창선(시사평론가), 엄길청(경제패널리스트), 이숙이(시사In 뉴스팀장)씨도 질문의 날카로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2주전부터 TF팀을 구성(총괄책임 박형준 홍보기획관)해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하루 전날에는 리허설까지 했다고 합니다. 국민과 대화를 하는데, 무슨 이렇게 요란한 준비가 필요 한가요?

마치 대선후보 토론회 녹화테이프 보는 듯한 착각
방송이 시작되자, 최근의 불경기에 대해 작심이라도 한듯 경제문제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경제문제에 이어서 대학등록금과 사교육비 문제 등도 나왔습니다. 제 2의 IMF위기설, 물가상승, 중소기업문제, 등록금과 사교육비, 부동산문제 등 모두 다 하나같이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이대통령은 최근의 경기상황을 감안해 답변하지 않고, 지난 대선때의 공약을 다시 재탕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거문제 안정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건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기숙형 공립고교 건설 등은 모두 대선때 공약이었습니다. 마치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주택문제를 얘기할때 지금 초등학생들의 숫자가 적어지니 앞으로 이들이 결혼해서 집을 마련할 20년후는 주택경기가 안정화될 거라고 합니다. 20년후까지 기다리라는 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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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에 관해 전정부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답변
박기태(Vank단장)씨가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제대로 명기가 안된 독도 표기문제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소수의 TF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합니다. 이대통령은 독도는 누가 뭐래도 우리땅이라고 전제한 뒤, 1977년부터 이미 미국 지명위에 리앙쿠르트가 올라가 있었으며, 일본 외무성은 2004년부터 자기땅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며, 전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말을 합니다. 또 생방송 도중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2천여건의 질문이 쏟아졌는데, 일본과의 독도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때도 대통령은 "이 정부에서 독도문제가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답변하여 씁쓸했습니다.

천문학적 등록금 문제, 사교육문제는 정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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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패널 이은혜씨가 등록금문제로 자살한 학생을 사례로 들면서 등록금 1천만원시대, 학자금 대출이자율이 사상최고인 7.8%, 생활고 등을 언급하면서 대책을 물었고, 추가 질문으로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대통령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정치적인 공약일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예산절감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무료로 대학을 다니게 하고, 다음 차상위계층은 무이자 등록금 대부 등을 해주는데, 재원은 예산절감을 통해서 마련 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기숙형공립고, 특목고 등을 만들면 여기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비가 더 들어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추첨을 통해서 대학에 입학시키는 한이 있더라고 사교육은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부모로서 대통령의 답변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고2 딸이 학교 다니며 과외비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과외를 시키지 않으면 된다지만,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지난듯 합니다.

종교편향, 북핵문제 등은 껄끄러운 질문은 왜 없었나?
100분간 많은 패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사전에 조율된 질문들입니다. 이 질문중에서 직접적으로 최근의 종교편향 문제, 냉각된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실향민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와 답변을 할때도 남북관계, 북핵문제 등에 대해선 일체 언급이 없었습니다. 또한 이숙이씨가 최근의 만찬정치에 관해 묻자, 그 질문에 덧붙여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 확고하게 방침을 정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최근의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서도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자신의 불찰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껄끄러운 질문들을 포함하면 대화가 부드럽지 않아서 포함을 안 시켰는지요?

정책실패 인정 안하고 환경탓, 자화자찬 답변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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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씨가 국민들은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잇따른 실패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민심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한뒤, 대통령직 6개월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에 이대통령은  국민들의 평가와 같은 생각이라고 답변한 후(아마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쇠고기문제 등 고유가, 고환율 등 국제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어려움에 처했지만 지금 순조롭게 조직적, 시스템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정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돈이 없어 고향에도 못가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니요? 이런 말 들으면 서민들은 정말 서운합니다. 지금 국민과 소통을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면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아마 불통이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방송 끝무렵에 KBS가 준비한 "대통령에 바란다!" VTR화면에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아래 박스내용)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런 절박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대화할 수 없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전에 질문 내용을 정하지 말고 이런 현장감 있는 질문을 쏟아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경기가 살긴 뭘 살아!      국민들의 원성을 사지 않는 일을 하라!
소득세 등 감세정책을 편다는데, 피부에 와닿는 효과를 보려면 몇 년은 지나야 한다.
학원 안다녀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중소기업을 좀 살려 달라!


오늘 초청된 100명의 패널들은 중소기업, 강만수경제팀팀, 물가안정대책, 가계부실, 주택경기 활성화, 등록금문제, 공기업 통폐합, 촛불집회자 구속, 비정규직 등 하나 같이 현정부 들어 실패한 정책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펴나갈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질문에 어느 하나 시원한 답변을 듣진 못했습니다. 아니 답변을 들었어도 "정부를 믿어 달라, 확신 한다, 잘하겠다, 오해다, 대책을 세우고 있다" 등의 말로 신뢰를 가져달라고 하는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두리뭉실한 답변에 큰 구렁이가 담 넘어 가는게 TV화면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오고 서민들은 당장 힘든데, 대통령은 일류국가, 선진국 타령만 합니다.
하루 33명이 자살하고 있는 현실, 서민들은 멀리 있는 무지개 빛 환상보다 빵 한조각이 우선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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