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천주교 요당리 성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천주교 성지지만, 고즈넉한 치유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 신자라 여행지에 천주교 성지나 성당에 있으면 꼭 들르는 편입니다. 오늘은 요당리 성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요당리 성지는 화성시 남쪽 평택과 가깝습니다. 평택 가는 39번 도로에서 좁은 길을 약 1km 들어가야 합니다. 차량 교행이 쉽지 않은 길입니다. 성지 입구에 도착하면 '요당리 성지'라고 쓴 큰 표지석이 보입니다. 성지답게 무언가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요당리 성지 주차장은 굉장히 넓습니다. 차량 50여 대를 세울 수 있습니다. 평일 오후에 가서 그런지 차량이 딱 한 대만 있었습니다.
주차장 앞에 요당리성지 종합안내와 설명이 있습니다. 성지 안에는 대형십자가, 성인 묘지, 성모상, 대성당, 기도의 광장, 묵주기도 길, 십자가의 길 등이 있습니다. 다른 성지에 비해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주 깔끔하게 가꾸어져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묵주의 기도 길이 나옵니다. 묵주(默珠)는 천주교에서 기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신자들이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길인데요, 길에 묵주를 닮은 둥그런 돌이 세워져 있습니다.
묵주의 길옆에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이곳 역시 천주교 신자들이 14곳을 돌며 기도하는 곳입니다. 제가 갔을 때 한 신자가 십자가의 길에서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종교를 떠나 이런 모습을 보면 숙연해집니다.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에서 본 성모마리아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아이가 성모마리아 치마폭을 붙잡고 있고요, 그 앞에 국화꽃이 놓여 있습니다. 마치 어릴적 어머니 모습을 보는 듯 하고, 왠지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야외 미사를 하는 제대입니다. 제대 앞에 대형십자가가 보입니다.
대형십자가 앞에 성인 묘지가 있습니다. 십자가 뒤로는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있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성인 묘지는 입 곱 기가 나란히 있습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십자가가 너무 아름다워 묘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성인 묘지 옆에 소성당이 있습니다. 소성당 입구에도 소나무가 있고, 사무실도 있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니 아주 정갈합니다.
소성당 좌측에 대성당이 있습니다. 계단 앞에 성전 봉헌 일이 적힌 표석이 있습니다. 2010년 5월 11일 봉헌됐으니 벌써 13년이 되었네요.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당이었는데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대성당 우측에 성인 장주기 요셉 동상이 있습니다. 장주기 요셉은 1803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에서 태어나 1866년 충남 보령시 갈매못에서 순교했습니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성인으로 추대받았다고 쓰여 있네요.
그럼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성당 입구에 한복을 입고 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 동상이 있습니다.
내부를 보니 우리 고유의 한옥 느낌입니다. 천장과 벽을 보면 마치 한옥에 들어온 듯합니다. 벽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고요, 그 창으로 빛이 들어와 아주 예뻤습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갔는데요, 천주교 신자라 둘이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요당리 성지는 신유박해(1801년)를 기점으로 서울과 충청도 내포 등지의 신자들이 피난을 오면서 형성된 교우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교우촌은 양간공소라 불리며 갓등이(왕림성당)와 연계되어 활발한 종교활동을 하던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님께서 고난을 받으시던 모습이 조형물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산책하면서 살아온 날을 반성하면서 묵상하기 좋았습니다. 성지는 오후 5시까지 방문할 수 있으며,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1시에 미사가 있습니다.
요당리 성지는 바닷물이 유입되어 뱃길이 열렸던 이곳의 지리적 특성상 충청도와 경기도 내륙, 서울을 잇는 선교 루트의 교두보 역할을 하였던 곳으로 추정됩니다. 기해년(1839년)과 병인년(1866년)에 일어난 두 번의 박해를 통해 수많은 신자가 순교로 하느님을 증거한 신앙의 요람지였으며 여러 성인과 순교자들의 얼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순교 성지라 그런지 옷깃을 여미게 할 만큼 경건했습니다. 파란 가을하늘과 함께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잠시 묵상하기도 좋았습니다. 이런 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라는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당리 성지는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좋았습니다. 화성시 양감면에 있는 요당리 성지에서 여러분도 지친 일상을 달래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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