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천주교 수원 순교성지 북수동성당이 있습니다. 그냥 단순한 성당이 아니라 천주교 박해가 시작될 때 수원과 근교 지방에 있는 많은 천주교인이 고문과 처형을 당한 곳인데요, 그래서 천주교 성지로 지정된 곳이죠. 이런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북수동성당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고 해서 방문해봤습니다.
북수동성당은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인근에 있습니다. 도보 3분 거리입니다. 성당 정문에 천주교 수원 순교성지 간판이 맨 위에 있고, 그 아래 북수동성당 설립 100주년 새 가족·우리 가족 찾기 현수막도 보입니다.
정문 오른쪽에 종탑이 있습니다. 종탑 아래에도 ‘북수동성당 100주년 100년을 넘어 다시 첫 마음으로 100년을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종탑은 올라갈 수 없지만요, 안에 있는 종은 프랑스에서 가져온 종이라고 하니 이 성당이 프랑스인에 의해 설립된 성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탑 아래 수원 성지 본당(옛 포도청 자리) 안내석이 있습니다. 이곳은 정조대왕 사후 천주교 대박해가 시작되면서 수원화성으로 체포되어 온 천주교인들이 심문을 당하고, 백지사형, 교수형 등으로 순교한 곳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성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현양비(顯揚碑)가 보입니다. 현양비란 순교자를 기리기 위한 비를 말합니다. 수원화성에서 순교한 81위의 순교자들과 수많은 무명 순교자를 현양하는 비는 천주교 대박해 시대의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현양비 좌측으로 가면 구 소화초등학교 건물 옆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수원시와 천주교 수원교구가 화성행궁과 북수동 옛길인 ‘왕의 골목’ 등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북수동성당에서 담 일부를 허물어 개방했는데요, 주차료는 무료입니다.
현양비 우측으로 가면 북수동성당이 있습니다. 성당 십자가 아래 미카엘(Michael) 대천사가 있습니다. 미카엘은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의 이름입니다. 선민(選民)의 수호자, 용의 형상을 한 사탄(악마)과의 싸움에서 하느님의 세력을 나타내는 천사입니다. 천주교 대박해 등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악의 무리를 물리칠 수 있는 미카엘 대천사를 북수동성당의 주보 성인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북수동성당 100주년 월별 행사표가 있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19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북수동성당은 1923년 11월 23일 설립되었다고 하니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많은 풍파를 겪어온 성당입니다.
설립 당시 성당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성당 안에 1923년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고딕식 수원성당 사진이 있습니다. 지금의 성당 모습과는 좀 다른데요, 북수동성당 누리집에서 보니 현재 성당은 1979년 4월 5일 새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주교 신자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 잠시 기도를 했습니다. 늘 기도할 때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 소확행을 빌고 있습니다. 북수동성당이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한국 최초의 신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척추뼈와 발뼈, 성 모방 베드로 신부님 머리카락 등이 성인 유해가 보관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성당 우측에 설립 100주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진 중에서 수원 민가에서 포교하는 외국인 신부와 수녀들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이 눈에 띕니다. 사진 아래 설명문을 보니 수원지방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1865년 전후라고 합니다.
성당에 구멍이 뚫린 돌이 있는데요, 이게 뭐 하는 돌일까요? ‘돌형구’라고 해서 천주교인들을 고문하던 돌입니다. 성당 리모델링 전에는 돌형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없네요. 예전에 찍은 안내판을 참고로 해서 설명해 드리면, 뒷면 구멍이 뚫린 쪽에 천주교인 목을 놓고 밧줄을 목에 건 다음, 앞면 구멍이 작에 뚫린 쪽에서 밧줄을 잡아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목을 조여 고문하는 기구였나 봅니다.
중앙 잔디광장 앞에 대형 십자가와 1인 기도 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는 피에타 조각상이 있습니다.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피에타 조각상은 미켈란젤로가 1499년에 만든 세기의 걸작품입니다.
잔디광장 안쪽에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묵주는 천주교인들이 기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죠.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혹은 비아 그루치스(Via crucis)라고 하며,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사건을 기억하며 천주교 신자들이 하는 기도입니다.
십자가의 길 끝에 수원 구 소화초등학교 건물이 있습니다. 소화초등학교는 1934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소화’는 성녀 소화 데레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2002년 소화초등학교가 광교로 이전하면서 이 건물은 뽈리화랑으로 운영 중입니다.
구 소화초등학교(뽈리화랑) 입구 옆에 뽈리 신부 동상이 있습니다. 뽈리 신부(심 데시데라도) 신부는 북수동성당의 제4대 주임신부를 역임했습니다. 뽈리 신부는 부임 이듬해 어머니가 준 돈으로 수원 최초의 고딕 성당 북수동성당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뽈리 신부의 이름을 딴 뽈리 화랑은 1층만 개방해서 천주교 박해 시대의 그림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초등학교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진귀한 화랑입니다. 수원화성을 만들 때 썼던 정약용이 만든 거중기 모형도 있습니다.
복도 벽에는 소화초등학교 역사를 담은 사진과 설명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었던 소화초등학교 평면과 입면 구조, 근대와 현대 건축 비교 등인데요, 소화초등학교는 고려대학교 본관, 괴산중학교 구 본관 등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북수동성당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북수동성당은 여러 번 간 곳이지만, 100주년이라니 종교를 떠나 수원의 역사가 담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구 소화초등학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우리가 오래 보존해야 할 건물입니다.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화성행궁 옆에 있는 북수동성당은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니 수원에 오실 때 한번 방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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