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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수원 광교산 자락의 청련암

by 피앙새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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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폭염과 폭우 등으로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는 막을 수 없죠. 늦더위가 심술을 부리지만,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합니다. 새벽에는 이불을 덮을 정도로 말이죠.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서 오고 있습니다. 요즘 가을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데요, 하늘이 높고 푸른 날 수원시 도심 속 사찰 청련암을 찾았습니다.

청련암은 가장 먼저 일주문 대신 불이문이 반겨줍니다. 불이문(不二門)은 사찰에 있는 여러 문 중에서 경내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입니다. 뜻은 '둘이 아니다. 즉 진리는 곧 하나다'라는 의미죠. 그리고 그 아래 광교산 청련암(光敎山 靑蓮庵) 현판도 있습니다.

불이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연화유치원이 있습니다. 청련암 부설 유치원인데요, 사찰에 이렇게 유치원이 있는 경우는 드물죠. 제가 평일 오후 1시쯤 갔는데,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 옆에 사찰로 들어서는 환희루(歡喜樓)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기쁘게 맞이해주는 누각입니다. 환희루로 들어가는 입구에 금강역사 탱화가 지키고 있습니다. 청련암에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는데요, 볼 때마다 조금 무섭습니다.

누각 위에는 범종각이 있습니다. 범종각에는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4가지 법구(法具) 중 세 가지가 있습니다. ()목어(木魚)법고(法鼓)입니다. 범종각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자세한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환희루 아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청련암 전각들이 나옵니다. 중앙에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에 환희당, 오른쪽에는 사찰 업무를 보는 종무소와 연화유치원 건물이 있는 청풍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 뒤쪽 좌·우에 극락보전, 칠성각, 독성각과 요사채 등이 있습니다. 경내 중앙에는 3층 석탑이 있고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청련암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습니다.

먼저 대웅전입니다. 여느 사찰처럼 정 중앙에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중앙에 부처님 세 분이 반겨줍니다. 중앙은 석가모니불, 좌측은 문수보살, 우측은 보현보살입니다. 제가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요. 부처님 앞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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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좌측에 독성각이 있습니다. 독성(獨聖)은 스승이 없이 혼자 깨달음을 얻는 성자입니다. 보통 삼성각에 산신, 독성, 칠성신을 함께 모시는데요, 청련암은 독성만 따로 모시고 있네요. 독성각 안에는 19세기에 제작된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148호인 독성도가 있는데요, 그만큼 역사가 있는 사찰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독성각 좌측에 극락보전이 있습니다. 이곳은 아미타여래좌상을 모신 곳입니다. 이곳도 부처님 앞에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극락보전에는 흥선대원군 친필 편액과 귀빈 엄 씨가 시주한 아미타후불탱, 16나한탱, 신중탱화 등이 남아 있습니다.

대웅전 기준으로 우측은 칠성각과 요사채가 있습니다. 칠성각 안에는 칠성상과 칠성탱화,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산신탱화가 있습니다. 산신탱화는 가로 132cm, 세로 119cm로 호랑이 등에 앉은 칠성신이 보입니다.

사찰을 다 둘러본 후 대웅전 계단에 앉아서 잠시 쉬었습니다. 예전에 청련암이 있던 곳은 아마도 광교산 자락의 깊은 산속이었겠죠. 도심 발달에 따라 사찰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서 청련암을 둘러싸고 있네요. 그만큼 수원시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대웅전 단청 아래로 풍경이 가을바람에 청아한 소리를 냅니다. 도심 속 사찰 청련암은 수원 시민의 정신적 지주로 언제든지 품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힘들었던 몸과 마음의 짐을 가까운 사찰에서 내려놓으며 잠시 쉼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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