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갑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죠? 이제 곧 겨울이 올 듯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어 풍경 맛집으로 소문난 남양주시 천년고찰 수종사를 찾았습니다. 수종사는 1년에 한 번 정도 꼭 찾는 사찰입니다. 사계절 다 좋지만요, 아무래도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네요. 수종사는 만추(晩秋) 풍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답습니다.
수종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됐으니 천년이 넘은 사찰입니다. 역사도 깊지만요, 시야가 좋은 날에는 양평대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보이는 풍경 맛집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진사님(사진작가) 출사지로도 손꼽힙니다. 요즘 같은 가을에는 단풍이 끝내주고요. 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려고 평일 오전에 아내와 방문했습니다.
수종사는 운길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사찰입니다. 수도권에서 1시간 이내면 올 수 있는 거리죠. 자가용뿐만 아니라 운길산역에서도 가까워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수종사 입구에서 내린 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수종사는 약간의 도보 수행(?)을 해야 볼 수 있는 사찰이죠.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거든요.
수종사 주차장은 따로 없습니다. 수종사 일주문이 보이는 곳에 조그만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그리 넓지 않다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운길산 수종사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오가는 차량이 교행이 힘들 정도로 도로가 좁거든요. 또한 초보운전자들에게는 공포감을 줄 정도로 급경사 급커브길입니다. 저는 평일이라 수종사 주차장까지 갔습니다.
사찰에 가면 보통 세 개의 산문(山門)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문이 일주문이고, 두 번째 문이 천왕문, 세 번째 문이 불이문(不二門)입니다. 수종사도 세 개의 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이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에 한문으로 ‘雲吉山水鐘寺’라고 쓰여 있네요. 일주문(一柱門)은 신성한 사찰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가을이라 단풍 보며 등산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습니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머리에 갓(?) 같은 것을 쓴 대형 부처님 불상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불자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합니다. 저도 불자는 아니지만 합장하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 건강을 빌었습니다.
수종사의 두 번째 문은 불이문(不二門)입니다. 보통 천왕문이 두 번째인데요, 여긴 불이문이네요. 대신 문 좌·우측에 천왕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천왕상이나 그림은 보통 무서운데요, 여기는 무섭기보다 정겹네요.
주차장에서도 가파른 비탈길을 약 10분 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누구든 그냥 편하게 수종사를 보여주진 않네요. 수종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조선 시대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합니다. 천천히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합니다.
불이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세 번째 해탈문이 나옵니다. 해탈(解脫)은 불교에서 인간의 속세적(俗世的)인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 문을 들어서면 정말 속세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보다 해탈문 주변의 단풍이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제가 갔던 날 시야가 좋아서 저 멀리 보이는 풍광이 환상입니다.
종무소 건물은 마치 고향 집 한옥 같네요. 종무소 뒤로 '오메 단풍들겄네~'라는 현진건 시가 생각날 정도로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종무소 옆에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불상이 보입니다. 부처님 아래로 용 두 마리가 부처님을 호위하는 듯 있네요. 부처님은 인자하신 미소로 중생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많은 불자가 부처님 앞에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저도 불자가 아니지만 두 손을 모았습니다.
이제 수종사에서 가장 큰 전각 대웅보전을 가봅니다. 가파른 절벽 아래 붙어 있는 듯 보입니다. 마침 스님이 법회를 하고 계셨습니다. 불자뿐만 아니라 등산복을 입은 사람도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인사를 합니다. 무슨 기도를 할까요? 가족의 건강, 행복이 대부분이겠죠.
수종사에는 보물이 있습니다. 사리탑과 팔각오층탑입니다. 사리탑은 조선 태종 이방원 딸 정해옹주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승탑입니다. 그리고 팔각오층석탑은 조선 시대 석탑입니다. 불심을 담아서 그런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제 범종각으로 내려가 봅니다. 범종각 옆에 50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이 나무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세조가 길을 지나는 중에 종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운길산 암굴 속에 18 나한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암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들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수종사를 짓고 이곳에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그 은행나무가 이렇게 컸네요.
수종사는 아침 일찍 운무 사진을 찍으러 오는 진사님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몰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고요. 저는 일년에 한 번씩 오지만, 올 때마다 풍경이 달라서 자주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사월 초파일 즈음이나 가을에 많이 옵니다. 이번에도 곳곳을 둘러보면서 '풍광이 너무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이래서 수종사에 가을이면 사람이 많이 오나봅니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의 모습은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이라 격찬했을 정도죠. 북한강이 펼쳐지고 멀리 두물머리까지 보입니다. 저는 11시경 갔는데요, 복사열이 짙어서 시야가 멀리까지 보이진 않았습니다. 대신 절정의 단풍을 보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종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령각입니다. 산령각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수종사의 랜드마크라 할 만큼 널리 알려진 명소입니다. 시야만 좋다면 정말 가슴이 뻥 뚫릴만한 풍경을 볼 수 있겠네요.
'말씀은 가만가만, 걸음은 조용조용'
수종사 곳곳에 묵언을 강조하는 안내판이 많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온다는 방증이겠죠. 어느 사찰이든 정숙을 지키는 것은 기본 예의겠죠. 말하지 않고 눈과 마음만 가지고 사찰을 방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종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지만, 그중 으뜸은 가을 만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사찰 풍경이 조금 오래 머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 빨리 달아나버리죠. 수종사의 가을을 만끽하면서 만추 풍경을 즐기로 가보세요. 수종사는 주말보다는 가능한 평일에 방문하길 권합니다. 수종사에서 멋진 만추 풍경과 뷰(view)를 보며 힐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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