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조의 흥망성쇠가 반세기를 이어간 나라는 세계 역사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를 품고 있는 강화도에 외규장각이 있는데요, 1782년 강화도에 설치한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입니다.
강화읍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고려궁지가 나옵니다. 고려궁지 앞에 전기자전거가 있습니다. 강화도의 자연, 역사, 문화를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투어 자전거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외규장각을 보러 왔지만, 덤으로 고려궁지까지 구경했습니다.
한문으로 승평문(昇平門)이라고 쓴 이 있습니다. 이 문 앞 오른쪽에 고려궁지(사적 133호)에 대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궁지 안에 동헌, 이방청, 강화동종, 외규장각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고려궁지 연혁과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이곳의 역사가 나옵니다. 구 매표소에서 배부하는 리플릿에도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면 왜 이곳을 고려궁지라고 부르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있습니다.
강화유수부 앞에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요,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은 400년이 넘네요. 조선 인조 9년(1631)에 여러 전각과 행궁을 세울 때 심었던 나무로 추측된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영욕의 세월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겠네요.
느티나무 뒤로 보이는 건물이 강화유수부 동헌 건물입니다. 조선 시대 관아 건물로서 강화지방의 중심 업무를 보던 동헌은 오늘날 군청과 같습니다.
건물은 정면 8칸, 측면 3칸, 겹처마에 단층 팔작지붕이며 2중의 장대석 기단 위에 네모꼴의 주초석을 놓고 네모로 다듬은 기둥을 세웠습니다. 동헌 건물 내부를 보니 당시 모습이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네요. 강화고을 사또와 이·호·예·병·형·공의 6조 관리들이 사또 앞에 서 있는데요, 아주 실감 나게 잘 만들었습니다.
강화유수부 동헌 건물에서 나오니 저 앞 언덕에 외규장각 건물이 보입니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작습니다. 건물 앞에 상세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여기서 외규장각 역사를 조금 더 소개할께요. 위 사진은 광화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본 규장각 모습입니다. 조선 시대 왕실 도서의 수집과 정리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규장각이죠. 1776년 조선 제22대 정조가 창덕궁 안에 꾸민 규장각에서 외규장각 역사가 시작됩니다. 정조에 의해 규장각의 제도가 완성되었을 때는 국내 서적 약 1만여 점, 중국 서적 약 2만여 점 등 3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조는 1782년 2월에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도서관을 설치하는데요, 이것이 외규장각입니다. 왕실이나 국가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를 비롯한 약 1천여 권의 서적을 보관했었습니다.
그런데요, 외규장각의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죠. 고종 3년(1866)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해 의궤 191종 297책을 포함한 도서 359점을 강탈해갔습니다. 더욱 비난받는 것은 나머지 소장품들을 남겨두지 않고 다 불에 태워버린 것입니다. 참 아픈 역사죠.
이제 외규장각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전시물은 조선 시대에 외규장각이 보관했던 문서나 의궤 등 중요한 조정 자료나 문서들이었다고 합니다. 강화도는 외적이 침입했을 때 왕이 피난을 갈 정도로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죠. 그래서 문서를 보관하는 창고를 강화도에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외규장각 전시실에는 외규장각에 보관되었다가 조선말 개화기에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약탈당했던 '조선 의궤(儀軌)'에 대한 기록이 별로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군인의 침략과 약탈은 19세기 들어 서양의 군함들이 한반도 연안 각지를 마치 자기 집 드나들 듯이 돌아다녔죠.
당시 약탈당했던 조선 의궤 사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본래 조선 왕실의 의궤 297권을 포함한 5천여 점의 문서들은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죠. 그중에 의궤 297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모두 불태워졌습니다.
외규장각을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짙푸른 가을하늘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흐리다 다시 맑아졌습니다. 다음은 고려궁지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올랐습니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그곳이 고려 왕궁이 있던 궁지랍니다.
고려궁지는 평평한 건물터에 파란 잔디가 무성합니다.
외규장각 전시실에 강화부궁전도가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궁지에 있었던 건물로는 본궁인 연경궁, 북동쪽 언덕에 강안전, 소동문을 들어가 성마루터 북쪽에 경령궁 그 외에도 건덕전, 장년전, 태표전각, 신격전 등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제 고려궁지에 있는 다른 건물도 소개하겠습니다. 위 건물은 강화부종각입니다. 이곳에 있는 강화동종은 강화산성 남문에 걸려 있던 종이었습니다.
이곳은 강화유수부 이방청입니다. 강화유수부 안에 있는 6방의 건물 중 이방의 집무실로 조선 중기 관청 건물입니다.
외규장각 앞에 오래된 나무가 한 채 우뚝 서 있습니다. 무슨 나무인지 아시나요? 회화나무입니다. 나무 나이를 보니 437년이 됐네요.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나라에 힘이 없으면 언제나 침략을 당하였죠. 강화도 고려궁지와 외규장각을 보니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외규장각 의궤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시련을 되새겨보고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기원해봅니다. 강화도 여행갈 때 외규장각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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